세공(細工) : 전략적 범(汎) 조직 문제 해결사
다가오는 2024년은 그 어느 때보다 예측이 안된다. 주어질 환경들의 변화가 상당할 것이고, 나아갈 방향들이 많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하여 좀 더 나 자신을 갈고닦는 방향으로 목표를 잡아보려 한다. 과감하게 테마는 '세공(細工)'으로 정해보았다. 업계 10년 차를 맞이하는 내년, 나라는 사람을 하나의 원석이라 하였을 때 이제는 좀 쓸만한 원석이 되었다고 느낀다. 나 자신을 섬세하게 잘 세공하여, 내년 이 맘 때쯤에는 쓸만한 원석이 아니라 아주 매력적인 보석이 되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예측 불허한 한 해가 될 것 같아 조금 두렵지만,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2024년..!
과연 나는 매력적인 보석이 되었을까 올해.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매력일까.
특별한 방향을 잡아두고 정밀하게 만들었다기보다는, 내 역량(원석)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들을 최대한 수용, 발굴해 나가며(이리저리 가공되어가며) 점차적으로 방향을 잡아갔던 해였다.
그렇게 도출된 방향에 자리한 키워드들은 아래와 같다.
유연함, 리더십, 전략, 범(汎) 조직, 문제 해결
현재의 나는 "유연한 리더십 기반의 전략적 범(汎) 조직 문제 해결사"라는 보석으로
어느 정도 세공이 되었다.
올해 어떤 일들이 있었길래 위와 같은 모습을 띠게 된 걸까. 올해를 한번 Rewind 해보자.
PO #유연함 #리더십 #문제해결
그간 한 목적 조직 (Squad)의 PO 로서 광고, 구독 매출을 책임졌던 내가, 올해부터는 스쿼드 체제에 걸맞지 않게 다양한 scope의 제품 피쳐들을 딜리버 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극도의 유연한 팀 매니징 역량이 요구되었다. 또한 다소 일관되지 못한 콘텍스트들 속에서 어떻게든 다수의 과업들을 완수해야 한다는 문제 해결 역량(GTD)도 요구되었다. 친구초대, 메인배너, CRM 등을 안착시켜 제품 인게이지먼트 기반을 다졌고, 자체 구독권 발급 및 관리를 위한 쿠폰 시스템을 기획하고 도입했다. 또한 마케팅 그룹과의 첫 프로덕팅이었던 11주년 프로모션을 도맡았고, 난제 중에 난제인 중국 안드로이드의 로컬 스토어 배포를 책임졌다. (관련 글 : 말로만 듣던 프로덕팅 (Producting))
Head of Squad #채용 #상위전략 #리더십
이때 올해 초부터는 Head 역할을 겸하게 되면서 PO들이 유저들에게 가치 전달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기 시작했다. 예측 가능성과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프로세스를 도입했고, 외부에서 지인 추천들을 통해 10년 차 이상의 시니어 PO 둘을 영입했다. 제품 조직의 상위 전략과, 조직 구조를 고민했고 이에 따라 신규 스쿼드를 창설하여 위임하기도 했다.
Chief of Staff #사람관계 #조직문화 #리더십
가을부터는 Head of Squad 타이틀을 떼고, Chief of Staff 가 되었다. (관련 글 : CoS(Chief of Staff)의 탄생) 새로 영입한 시니어 PO들의 탁월한 스쿼드 운영 역량이 기존의 HOS 역할을 대체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전사적으로 더 우선순위가 높은 역할들을 일임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작은 '채용'과 '조직 문화'였다. 업계 내 넓고 깊은 인간관계, 몸담은 조직들 내에서의 문화적 기여도 등 제품 기획, 팀 운영과는 사뭇 다른 나의 역량(원석)을 디벨롭시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본격 '업'으로써 임해본 적은 없었지만 일단 냅다 여러 시도를 해보며 레슨을 얻어갔다. (관련 글 : 힘 빼고 그냥 한번 해봐요) 그리고 꽤 괜찮은 성과들을 내기 시작했다. PO역할도 병행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범(汎) 조직적으로 임팩트 있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여태 몸담고 있는 조직과 완전히 독립적인 모임을 가져본 적은 없다. 보통 동료들에게서 파생되는 사모임 내지는 1:1의 커피 담소 등이 전부였다. 올해 뜻하지 않게 업계 내 대표(CEO) 커뮤니티(Global Business Connector, 이하 GBC)를 만들어 운영진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이는 보다 넓고 다양한 관점에서 나의 강점을 파악하고 디벨롭해보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Co-Founder, Facilitator #제로투원 #조직문화 #리더십 #인간관계
서로 초면인 4명의 운영진이 줌 미팅으로 킥오프 하여 2주 만에 만들어진 커뮤니티는 유료 회원 모객 30명 남짓으로 출발하여 100명이 넘는 커뮤니티로 발전되었다. 여느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기 어려운 '찐' 고군분투 이야기, 살아있는 프로덕트 및 조직 레슨 런, 기타 대표님들의 고충과 고민들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되었고, 탑다운 <> 바텀업 빈번한 소통 끝에 월 1회 전체 오프라인 모임, 주기적인 모닝커피챗, 작고 깊은 소모임 등 자체적인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갔다. 과정에서 나 자신의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량, 사람을 좋아하고 쉽게 밍글링하는 기질,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제로투원의 매력 등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Consultant #전문성
제품 조직, 제품 그로스, 제품 수익화 등 다양한 제품 관련 주제에 대해 강연 요청을 꾸준히 받아왔으나 적극 임하진 못했다. 스스로 좀 더 확신을 가진 이후에 가치를 전달해보고 싶었던 것이 이유였는데, 올해는 굳이 들어오는 요청을 거절하지 말고 무료로라도 제공해 가며 일종의 피드백을 받아보고자 했다. 생각보다 반응은 뜨거웠다.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케이스에서는 실시간 코멘트들을 통해 내 지식, 정보의 가치가 얼마나 유용한지 확인할 수 있었고, 오프라인 강연들도 별도의 피드백 채널을 통해 살아있는 의견들을 받아볼 수 있었다. (관련 글 - 인프콘(Infcon) 2024 후기)
이 외에 강연의 형태가 아닌 '컨설팅'의 형태도 의도치 않게 (티타임인 줄 알았는데 유료 컨설팅 요청..) 몇 차례 진행해 볼 수 있었다. 유료는 여전히 부담스럽기에 무료로 진행되었고, 강연보다도 더 효능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해당 프로덕트들에서 실질적인 성장 및 성과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수업 너무 알찼어요" 보다도 "와 성적이 2배 올랐어요" 만큼 더 확실한 효능 피드백도 없을 것이다. 나 자신이 특정 분야에 있어서 확실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PO #유연함 #리더십 #문제해결
2년 전 출시했던 위스키키 안드로이드 앱은 모두가 본업에 몰두하고 있는 팀 특성상, 친구들과의 만남을 정기적으로 지속하기 위한 좋은 매개체 역할 정도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 어떤 외적 동기 없이, 오로지 '재미', '성장'이라는 내적 동기만으로 굴러가는 제품이었지만 특유의 유연함을 기반으로 최소한의 리듬감은 가져가려 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돌아보니 올해 10번 정도의 싱크 시간을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가졌고, 3회 정도의 나들이를 즐겼다. 대체로 웃고 떠드는 모임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그러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안드로이드 서비스에는 회원가입 기능이 추가되어 DB 가 한차례 마이그레이션 되었고, iOS 앱도 여러 QA 끝에 출시되었다. 다들 바쁜 와중에, 별다른 스트레스도 받지 않으며 하고픈 것들을 일궈낸 것 같아 묘한 뿌듯함이 든다.
세공(細工) 과정에서 유연함, 리더십, 전략, 범(汎) 조직, 문제 해결이라는 키워드를 얻어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해당 키워드들을 제대로 뽑아내기 위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자처하여 주도성을 가져왔다.
무엇을 할지, 어떻게 언제 할지 등을 주도적으로 판단하며 이어갔다. 세공으로 인해 올해 크게 달라진 점들이다.
나의 강점과 욕구를 들여다보다
나는 지금 이 역할이 어떤 역할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Get it) 해당 역할을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가? (Want it) 해당 역할을 내가 역량적으로 수행해 낼 수 있는가? (Capable of it)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물어가며 세공(細工)의 기회들을 추려갔다. 가령 처음 강연을 해보니 나는 쉬운 내용을 많은 대중에게 가르치는 것에 흥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주 어려운 내용을 소수의 전문가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더 재밌고 뿌듯했다. 조직 문화에 대해서도 역량적(C)으로 수행해 낼 수 있음은 확인되었으나, 제대로 이해(G)하고 있지 못한다는 점에서 흥미(W)가 점차 떨어졌다. 고로 나를 활용하여 조직 문화 쪽으로 가치를 내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을 선행해야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루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다
여러 세공 기회들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니, 뾰족한 기회들과의 접점을 더 많이 늘리고 싶었다. 이에 심플하게 하루를 더 길게 쓰기로 결심하였고, 시간을 더 엄격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업무를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12시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퇴근 이후 저녁 시간을 활용하여 별도의 세공 시간을 가졌다. (관련 글 : 시간이 없다는 거짓말) 또한 해야 할 투두의 속성에 따라 수행할 시간과 장소를 달리 했다. 가령 단순한 운영성의 투두 (OO식당 예약, 법인 카드 결제 내역 기안)들은 모두 이동하는 택시 안, 지하철 안에서 수행했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기반으로 하는 '담소', '미팅'은 모조리 오후 시간에 배정했으며, 아이디어 발산 또는 논리적인 생각 정리 등 높은 집중을 요하는 작업은 이른 아침~오전 시간에 할당했다.
그 어느 해보다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내 역량을 시험대 위로 올렸던 해였다.
세공 덕분에 나 자신의 강점, 역량에 대해 뾰족하게 판단할 수 있었고 또 그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워볼 수 있었다. 일종의 테스트 개념으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다.
유연함, 리더십, 전략, 범(汎) 조직, 문제 해결
세공의 결과물로서 지금의 나는 다분히 만족스럽다.
이제는 뾰족해진 나만의 세공된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증명하고 싶다.
이에 2025년의 키워드를 '성과(Outcome)'로 꼽아 보려 한다.
정성적인 의미의 '성장'이 아니다.
뾰족하고 명확한 '성과'라는 키워드로 2025년을 가득 수놓고 싶다.
가령,
* 딜라이트룸 연 매출 1,000 억 만들기
* 컨설팅 패키지로 고객사 5곳 기존 지표 2배 이상 띄워주기
* 위스키키 MAU 5,000 명 만들기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하여 매출 발생시키기
와 같은 내용들이 연말 2025 리뷰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또한 금방 올 것이니, 정
신 바짝 차리고 새해부터 또 가열하게 달려보자.
2024년 고생 많았다 서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