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밖에는. 아니, 나조차도.
어둠 안에서, 어둠의 한가운데에서 우주를 향해서 말을 한다. 들릴 듯 말듯한 작은 소리로. 그러나 단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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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무너졌다. 감정들은 나 자신보다 몇 배는 커져서 나를 짓누르고 그 위로 올라섰다. 잦은 좌절과 배신, 후회와 미련과 같은 어둡고 무거운 감정들이 내 위에 있을 때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스란히 그 무게를 느끼는 수밖에. 그 어둠의 엄청난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버린 감정의 무게를. 나는 그 무게에 잠들지도, 깨어 움직이지도 못한 채 마비가 되었다.
마비가 되어 버린 나는 잘게 쪼개어진다. 먼지보다 더 잘게 쪼개진 나는 나 자신을 무너트린다. 절벽에서 떨어뜨리고, 수렁에 빠뜨리고, 어둠의 밑바닥에 내동댕이친다. 뿔뿔이 흩어져버린 나는 산산조각이 되고 나는 부서진다. 사라진다. 나는 그렇게 어둠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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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잊히는 것이 두려워, 어둠에 잠식되어버리는 것이 두려워 목소리를 낸다. 저 우주로, 어둠으로, 허공을 향해 목소리를 낸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다. 작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다.
아무것도 나를 무너트릴 수는 없어. 나 자신밖에는. 아니, 나조차도.
뻥 뚫린 공간에 한 말은, 빛과 어둠으로 가득한 우주를 통과해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 내 몸 세포 하나하나에. 주삿바늘을 통해 들어온 약처럼, 강력하게 내 몸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나의 목소리는 절벽에서, 심연에서, 어둠의 밑바닥에서, 수렁에서 나를 한순간에 끌어올린다. 잘고, 잘게 쪼개어져 먼지보다 존재감이 없던 나는 그 말 하나에 한순간에 온전한 내가 된다. 나는 빛이 된다. 나는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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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나보다 몇 배는 크고, 나를 짓눌렀던 거대한 감정이 저 바닥끝으로 꺼져버린다. 가벼워진다. 그저 작은 목소리를 냈을 뿐인데, 무너진 나는 다시 온전한 나로 돌아온다.
어둠 속에서 우주가 다시 보인다. 아무것도 없는, 어둠뿐인 우주인 줄 알았는데, 반짝 빛을 내는 파란 별들이 보인다. 혜성도 보이고, 생명체가 있는 행성도 보이고, 태양도 보인다.
자세히 보니 가득이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들로.
자세히 보니 분명하다. 어둠에 속해 있어도 어둠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