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속앓이를 빠르게 안정시켜 준 또 다른 존재는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온 작은 고양이 에이프릴이었다.
우리 집에는 이미 세 마리의 강아지가 있었는데, 루카와 사샤는 뒷마당에서 키우는 초 대형견이라 가까이 가지 못했고 브리는 실내에서 키우는 작은 강아지라 금방 정을 붙일 수 있었다. 브리를 좋아했지만 남동생이 브리를 워낙 품에 안고 다니는 바람에 만나기 힘들었고, 나에게는 전설의 포켓몬 같은 존재였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같이 합창단 활동을 하던 친구가 뒷마당에서 버려진 고양이를 주웠다며 손바닥만 한 아기고양이를 학교에 데려왔고, 그렇게 나는 회색빛과 푸른빛이 섞인 털을 가진 에이프릴과 만나게 되었다.
고양이를 데려온 친구는 본인이 키울 수는 없다며 우리 중에 주인을 찾아주고 싶어 했다. 집에 강아지들이 있던 나는 아쉽지만 사진을 찍어 간직하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다. 하굣길에 샐리에게 귀여운 고양이를 만났다며 신나게 얘기를 했더니 샐리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 입을 떼었다.
"이렇게 밝은 모습을 보게 되어 너무 좋아. 만약 키우고 싶다면 데려와도 된단다."
한국에 있는 친엄마조차 허락하지 않는 반려동물을 허락해 주다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그 말을 듣자마자 친구에게 내가 키울 것이라는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다음 날 곧장 데려와 지은 이름이 에이프릴이었다. 데려온 시기가 4월이어서 그런 건 아니고 영어발음이 예쁘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였다.
작은 먼지색 털뭉치는 하루 종일 삐약거리며 방 안을 돌아다녔다. 막상 찾을 땐 보이지도 않더니 노트북을 하고 있으면 꼭 가까이 와서 자기랑 놀자며 방해를 했고, 잠을 자기 위해 불을 끄면 침대로 올라와 내 턱과 어깨사이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함께 잠들었다. 민들레 홀씨를 연상시키는 작은 존재의 숨소리는 나를 엄청난 속도로 안정되게 만들었고 그렇게 나는 고양이라는 생명체를 사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