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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 Apr 07. 2024

취미 축구인에게 오는 축태기

이 또한 지나가리

어느덧 4년 차 취미 축구인이 됐다. (팟캐스트 ’여둘톡‘에서 이런 식의 표현을 자주 쓰는데, N년차 취미 OOO인 이라는 말이 꽤 근사하다고 생각해서 자주 쓰고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축구와 관련한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말로만 듣던 ‘축태기(축구+권태기)’도 몇 차례 지나갔다.


처음 축태기를 겪었을 때는 ‘그냥 그만둘까?’라는 생각이 엄청 강하게 들었다. 좋자고 시작한 취미 생활인데, 죽자고 덤볐다가 취미가 아니라 옥죄는 일이 하나 더 생긴 기분이었다.


축구 실력이 퇴보하는 것도 괴로운 일이었지만, 팀스포츠를 제대로 처음 해보는 거라 누군가와 합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축태기 때는 누군가의 칭찬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고, 귀를 닫게 됐던 것 같다. 뜻대로 풀리지 않고 실수가 잦은 날이면 팀에 ‘민폐 덩어리’가 된 기분이 들어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운동장 안에서 남을 의식하고 눈치 보기 바빴다. 실수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 도망가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축태기를 잘 지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런 축 처진 시기에도 ‘함께 공차자’고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실수를 해도 ‘괜찮아’라고 격려해 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나를 있는 그대로 내가 인정하는 거였다. ‘그래 이런 건 못하는 거구나’ 하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못하는 건 못하는 대로 해보는 것. 내 속도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나 하나 해보는 게 제일 잘하는 플레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내가 왜 축구를 하고 싶었는지,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때의 설렘을 기억하는 것도 축태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한 가지 더, 축구와 결이 다른 운동을 배워보거나 다른 취미 생활을 함께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가지에만 몰두하지 않다 보니까 마음이 한결 가볍고 편안해졌다. (나는 스쿼시를 6개월 정도 배웠다. 꿀잼 강추)


마지막으로 시간이 흐르면 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정말 그랬다. 그렇게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축구를 계속 포기하지 않고 하고 있다. 그냥 계속하고 있다는 거 자체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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