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울시교육청 Oct 12. 2018

세상을 더 화목하게 만드는 사람,
건축가

[서울시교육청 직업 인터뷰] ‘알쓸신잡2’ 건축가 유현준을 만나다-3편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을 위한 서울시교육청 직업인터뷰. 건축가 유현준 교수님의 인터뷰 마지막 시간입니다.  건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만나보세요. :)


 

 

유현준 : 거제도에 ‘머그학동’이라는 건물이 있어요. 건축주가 까다로운 분이셔서, 거의 한 1년 가까이 설계를 했어요. 맨 처음 설계에서부터 1년에 걸쳐서 수정하다가 마지막에는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처음에 만들었던 설계하고 한 5% 정도가 달랐어요. 근데 그 다른 부분이 엣지가 있는 부분인 거예요. 그 5%는 그분과 힘들게 1년을 보냈기 때문에 나온 것 같아요. 그 프로젝트가 지금 생각해도 저의 건축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유현준 : 제가 최근에 교회를 하나 완성을 한 게 있어요. 제가 대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건축설계를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교회 수련회에서 기도를 하면서 내가 건축학과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뭔가 영적인 감동을 주고 싶다는 거였어요.  굳이 기독교에 제한된 얘기는 아니고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고사는 문제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인간의 존엄성 같은 걸 잊고 살게 되는 만큼, 사람이 영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그게 어떤 건물이어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교회는 하나 지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기회가 없어서 거의 30년 동안을 하지 못했어요.  


최근에 드디어 교회를 만들고, 완공하게 되니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어렸을 때 초심(初心)이 현실화된 거니까요.  물론 그때의 신앙관과 지금의 저는 많이 바뀌었지만, 이 일을 시작했던 계기가 작게나마 열매를 맺은 걸 보니 감개무량했습니다.  


 

 


유현준 : 세상을 더 화목하게 하는 사람이고, 화목하게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건축가는. 사람이 사는 삶을 담아내는 그릇을 디자인하는 사람이잖아요. 도공이라고 하면 찻잔을 만들고,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을 만든다면,  건축가는 사람의 삶은 담아내는 그릇을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인생을 디자인할 수 있다,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서 일에 임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의 힘이라는 것을 많이 느껴보지 못했으니 그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해요. 조선시대 500년 동안은 사농공상이라고 해서 석굴암이나 불국사를 만들었던 삼국시대에 비해 건축이 많이 퇴보했거든요.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래서 건축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갖고 있는지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저희 세대에서는 그걸 좀 바꿔야 하지 않나 싶어요. 


 

  


유현준 : 앞으로도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을 하는 분들은 불안할 거란 생각을 많이 해요.  건축이라는 게 예술적인 부분이 있어서  노력을 해서 되는 부분이 아닌,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래서 저도 재능이 있는지 항상 불안했거든요.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전 공모전에 많이 나갔어요. 낮아진 자존감을 공모전 어딘가에서 당선되면 ‘내가 좀 할만한 재능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상이 많이 있는 이유도 그거예요. 확인을 받고 싶은 거죠 내가 할만한 사람인가 아닌가. 정말 많이 나가고, 정말 많이 떨어지기도 했어요. 

이제는 다행히 자신감이 많이 생겼죠. 아마 분명 친구들도 그런 과정을 겪고, 또 저처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젊어서 불안한 시기를 견뎌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님의 진솔한 이야기 덕분에 건축가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 다음에는 또 다른 직업 인터뷰가 이어질 예정이에요. 다음 인터뷰에서 다시 만나요~!





건축가 유현준 인터뷰 1편 보러 가기

▶상상 속 공간을 현실에 짓다

https://brunch.co.kr/@seouledu/106


건축가 유현준 인터뷰 2편 보러 가기

▶삶을 담아내는 공간, 화목한 관계를 만드는 건축

https://brunch.co.kr/@seouledu/107




[출처] 서울시교육청 카카오스토리

https://story.kakao.com/ch/seouleducation


매거진의 이전글 삶을 담아내는 공간, 화목한 관계를 만드는 건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