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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정 Apr 10. 2021

공연기획자의 하루 재구성

전지적 축제 총괄 시점

아무래도 공연기획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일과를 보내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기대에 부응해 오늘은 '공연기획자'의 하루를 한 번 재구성해보려고 한다.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약칭 아시테지에서 국제교류팀장이자 축제총괄로 일하던 시절 이야기다.

아시테지는 1년에 두 번 축제를 개최한다. 여름은 국제축제로 해외공연팀 공연 위주로 꾸미고, 겨울은 국내공연팀의 공연 위주로 구성된다. 그 대신에 아트마켓을 함께 열어 해외 델리게이트를 초청하는데, 한국 아동극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목적이다. 때는 바야흐로 여름, 여름축제 준비에 한창이던 어느 하루로 되돌아가본다.


9시 30분, 출근!

집이 워낙 멀기 때문에 오전 8시쯤에 지하철을 타고, 혜화역에 내리면 보통 9시 10분. 나는 '커피 없이 맞이하는 아침은 있을 수 없다' 주의였던지라, 사무실 인근 스타벅스나 빽다방에서 커피를 꼭 샀다. 그리고 곧장 사무실로 이동.

여기가 바로 내 자리인데 워낙 하는 일이 많고, 볼 서류가 많아서 모니터를 두 개 썼다. 모니터 앞 작은 인형은 예전 회사 동료 L군이 일본 출장 다녀오며 사준 것. 촉감이 부드러워서 스트레스 해소용에 좋다고 해서 놓아두었다. 모니터에 비치는 쿠션은 아시테지 직원 J군이 사줬던 것. 장시간 앉아 일하느라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한 것을 듣고 선물해 주었다.


이메일 확인과 소통이 핵심!

아침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이메일함 클릭. 물론 전화로도 많은 업무가 이루어지지만, 국제축제는 해외 관계자와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메일의 빠른 확인이 중요하다.


해외팀으로부터 온 이메일을 열어볼까!

해외팀과는 시차의 차이가 있는 만큼, 밤 사이에 어떤 메일이 와 있었는지 빠르게 확인해야 한다. 나는 축제를 총괄하는 동시에 국제교류팀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해외팀이 있었다. 캐나다 2팀과 이탈리아 1팀은 내가 직접적으로 담당자와 소통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초청장과 계약서를 보내주고, 공연 준비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논의를 해왔다.


우리가 해외 투어에 갈 때, 항공료 지원을 국가 기관에서 받는 것처럼 해외팀도 자국에서 항공료나 운송료 지원을 신청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들이 필요서류를 요청할 때마다 빠르게 보내주어야 한다. 빠듯한 예산을 절감하기 위함이다. 또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소개 자료와 사진, 동영상 자료들을 수취해서 이를 토대로 홍보물을 만들어야 하기에 자료 요청도 그때그때 해야 한다.

또 캐나다 주간을 맞이해 특별히 캐나다 작가 강연회를 열기로 해서 작가와 논의할 것이 있었다. 작가의 비서가 따로 있어서 비서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항공 일정에 관해 문의하는 동시에 강연회 원고를 요청했다.


각종 기관과의 소통은 활발하게!

여름축제는 국제축제로 매해 한 국가를 지정해서 그 국가의 작품을 선보이고, 문화를 홍보하는데 내가 일하던 시절은 '캐나다 주간'이었다. 때문에 주한캐나다대사관과 주한퀘벡정부대표부에서 많은 후원과 도움을 주셨다. 공연팀 지원에 관한 논의는 물론이고, 여름 축제 부대 프로그램 후원, 개막식과 캐나다 작가 초청 지원 등등과 관련해 논의할 사항이 꽤 많았다. 그래서 이메일과 전화 연락을 많이 주고받았는데, 업무가 바쁘신 가운데 축제를 위해 많은 후원과 지원을 해주신 것은 여전히 감사드리는 부분이다. 또 독일문화원에서도 합작 프로젝트 공연 운영 및 홍보 관련해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아시테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시, 종로구의 후원을 받고 있어 기금 사용 관련해 담당자와 연락할 일이 많았다. 또 극장 담당자와 부대시설 운영 담당자와도 공연 및 행사 운영 관련해 논의할 일이 많았다. 많은 기관과 일할 일이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 빠르고 명확한 소통이 중요하다 느꼈다.

이렇게 이메일에 답변하고, 전화 통화하면서 서류 정리하고 보내다 보면 오전은 빠르게 흘러 점심시간이 온다.


12:30 ~13:30 , 점심시간


점심은 사무실 인근의 식당에서 해결하는 일이 많았다. 보통은 야근이 많기 때문에 점심은 든든히 먹어두는 편이 좋다. 대학로에 수많은 식당이 있으나, 왜인지 가던 곳만 가게 되어서 단골집이 몇 개 있다. 점심시간에도 직원들과 축제 관련해 이야기 나누는 경우가 많다. 점심때도 역시 일을 못 잃는 법.


13:30~15:00

아이디어를 함께 모으는 시간,  부대프로그램 회의!

점심 먹고 사무실에서 서류 정리를 하다 보니 어느새 2시다. 축제팀 직원들과 회의하기로 한 시간이므로 회의실로 향한다. 오늘의 회의 주제는 부대 프로그램 아이디어 내기. 여름축제에는 공연을 보고, 체험도 같이 해볼 수 있는 부대프로그램을 같이 선보이는데 이번 축제는 특히 '캐나다 주간'인 만큼 캐나다 테마에 맞는 체험들을 위주로 꾸미기로 했다.

나는 주한캐나다대사관과 주한퀘벡정보대표부에서 후원해 주기로 한 내역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그 외 생각한 아이디어에 대해 발표했다. 다른 직원들도 각자 생각한 아이디어와 예산에 대해 발표했다. 이 중에서 예산이 과하지 않으면서 관객들의 반응이 좋을만한 것으로 추려서 몇 가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제안했던 것은 아이스하키 체험과 주한캐나다대사관 마스코트 무철이 포토존. 캐나다가 워낙 아이스하키로 유명하다고 듣기도 했고,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아이스하키 채와 의상을 대여해 주실 수 있다고 해서 준비해보았다. 또 주한캐나다대사관 마스코트도 축제 기간 동안 대여해 주신다고 해서 플로리스트인 친구에게 부탁해 꽃으로 장식한 포토존을 만들었다.


15:00 ~17:00

홍보와 극장 운영, 빠트릴 수 없죠!

3시에는 홍보팀 사원이 전해준 보도자료 검수를 시작한다. 홍보팀 사원이 1차로 작성한 보도자료를 주면, 특별히 수정하거나 보완할 것이 없는지 검토하고 건네준다. 언론 보도자료는 시기를 나누어서 배포하는데, 그 시기별로 들어가야할 내용이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4시부터 5시까지는 공연을 진행할 극장 스태프와의 회의가 있어서 극장으로 간다. 공연장별로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그 극장 운영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함께 간다. 극장 회의에 가기 전에는 공연에 관련된 세부사항을 미리 극장에 전달하여 기술적인 특이사항이나 하우스 운영에 필요한 내용들에 대해 극장 측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극장마다 요구하는 자료가 다르기 때문에 극장이 요구하는 서식에 맞춰서 작성해야 하고, 작성한 서류는 회의 때 출력해서 가져간다.

17:00~19:00

합작 프로젝트 준비는 잘 되어가는지 점검해봐야죠!

회의에서 돌아와서 한숨 돌리면서 다시 이메일함을 확인. 당시에 2개의 합작 프로젝트까지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중에 아시아 합작 프로젝트 건은 참가자들이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공식 초청장을 보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스리랑카 예술가는 비자를 받는 것이 까다롭다는 연락이 와서 대사관에 문의 메일을 보냈고, 공증을 담당하는 회사에 전화 문의를 했다.

독일 합작 프로젝트는 일본 축제의 담당자가 총괄을 하고 있었는데, 출연자 중 한 명이 한국인이어서 계약서 작성을 우리 측과 해야 했다. 계약 관련해서 출연자와 논의를 하고, 일본 축제 담당자와 프로젝트 준비 관련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당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한국-노르딕 커넥션'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노르딕 인사를 초청하는 것이었다. 마침 노르딕 인사 방문 시기가 여름 축제와 겹친다고 하여 몇몇 작품의 티켓 구매가 가능한지 문의가 왔다. 티켓 담당자에게 이 내용을 전달했다.

19:00~21:00

낮에 바빠 못한 일은 저녁에 하자!

이제부터는 개막식 안을 작성할 시간. 개막식은 축제를 여는 중요한 행사이며, 참여하는 내빈이 많기 때문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개막식 식순을 짜고, 개막식에 필요한 내용을 점검한다. 당시 개막식 대관료와 케이터링은 주한퀘벡정부대표부에서 후원해 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난 겨울축제 케이터링은 내가 직접 업체도 알아보고, 섭외도 하고, 메뉴까지 확인하느라 조금 바빴기 때문이다.

개막식 식순을 짜고, 그다음으로는 개막식 원고를 대략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그래서 작성한 원고는 개막식 진행자와 개막식에 참여해 발제를 하는 주요 인사에게 사전에 보내서 확인받아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용역팀과 개별로 계약이 필요한 스태프들에게 전달할 계약서 초안을 작성한다. 계약서에는 오타나 오류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여러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초안을 작성해두고, 여러 번 확인한 이후에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메일을 열어보니,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주관한 '노르딕 라운드 테이블'에 여름축제에 참여한 공연팀 예술가가 발제자로 초청받게 되어 소개 자료를 요청해왔다. 이메일을 덴마크 팀에게 전달했다.

할 일이 더 많은데 당시 건물 경비 선생님께서 엄하셔서 9시를 넘기게 되면, 건물로 올라오시는 통에 더 이상 야근은 불가. 컴퓨터를 끄고, 귀가한다. 귀가하는 내내 메일이 오면, 바로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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