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MD라고 하면 신기해하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은 SNS를 하면서 보이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회적 효과로 인하여 MD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옷도 잘 입고, 트렌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직업 특성상 맞기도 하지만, 꼭 옷을 잘 입거나 트렌디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전혀 MD 같아 보이지 않는 평범한 MD들도 많다.
옷을 좋아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나온 따끈따끈한 신상을 먼저 입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직업만족도는 최상이지만 현실은 회사에 예쁘게 입고 갈 수는 없다.
어느 정도 꾸미는 직원들도 많겠지만 정말 부지런하지 않으면 일에 치여서 나를 꾸미는 일은 조금씩 놓게 되는 것 같다. 주말이나 쉬는 날에는 꾸미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무조건 편하게 입는 것이 좋다.
초반에는 다들 개성에 맞춰 예쁜 옷을 입고 출근하지만 매일 아침 큰 봉지에 담겨오는 신상들을 정리하다 보면 불편한 옷은 사치일 뿐이고, 옷먼지 때문에 비염은 달고 산다.
또 먼지들 때문에 화장도 잘 안 하게 된다. 그래서 일 할 때는 그냥 큰 티셔츠에 밴딩바지가 제일 좋은데, 신입이 오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한 달도 안 되어 옷 스타일이 비슷해지고는 했다.
지금이야 새벽까지 일하는 일은 없지만, 매출 황금기 시절에는 새벽 3~4시까지 일할 때도 있었다. 그때는 집에 가서 2시간 정도 자고 다시 출근했기 때문에 아침이면 비몽사몽으로 아무 옷이나 집어 입고 나올 때가 많았다.
회사에는 인플루언서인 MD들도 있었는데, MD들은 보통 옷도 잘 입는 편이고 끼도 많다. 또 모델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비주얼을 가진 친구들도 많이 있다. 이런 출중한 외모를 가진 MD들은 모델로 경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회사도 모델이 부재일 때 MD와 촬영을 할 때가 많았는데, 이런 일을 계기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챙기는 직원도 있었다.
몇몇의 꾸미기 좋아하는 직원들은 신상을 까거나 반납하는 일 등의 몸을 움직이는 일은 안 하려고 했다. 나에게 대놓고 “이 일은 저 못하겠어요. 다른 직원이나 알바를 뽑아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도 움직이는 일은 빼달라거나 과한 네일아트를 해서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공주님 같은 직원들이 한 번씩 있었다.
아무튼 이런 마인드를 가진 직원들의 경우 자신들은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다른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아는 것 같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직원들은 업무에 그렇게 열정을 쏟지는 않았다.
또 그와 반대로 열심히 일만 하던 직원이 퇴사 후에 유투버가 되어 대박이 나기도 했다.
아무튼, MD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후줄근한 옷을 입고 잡일을 도맡아 하면서 모델을 빛나게 해주는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MD였다가 인플루언서가 되거나 쇼핑몰 사장, 또는 유투버로도 발전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내가 팔로우 한 어떤 사람의 경우 쇼핑몰에서 6년 정도 MD로 일을 하다가 귀여운 외모로 인하여 그 쇼핑몰의 옷을 입고 SNS 스토리에 한 번 올라왔을 뿐인데, 그 사진이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후로 본인의 팔로워가 점차 늘어가자 그 일이 시발점이 되어 퇴사를 하고, 본인이 직접 모델이 되었으며 브랜드까지 론칭하는 일도 보게 되었다. 이런 일들이 MD들에게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화려함을 더 느끼고 로망을 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혹시나 이런 로망을 가지고 있다면 평소에 SNS관리를 잘하거나, 사진 잘 찍는 법, 화장법, 내게 어울리는 코디, 자기 관리를 꾸준히 해두는 것이 좋다.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이라는 것은 이럴 때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이렇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데, 평소 내게 주어진 일들,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제대로 잘 해내는 사람에게 성공의 기운이 흘러간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요즘 SNS는 일상 공유라기보다는 보여주기 식이나 쇼핑을 위한 도구로 많이 사용되는데, 옷을 보고 산다기보다는 모델이나 인플루언서의 스타일, 취향을 따라 하고 싶어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쇼핑몰에서도 모델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모델도 이 일을 하다가 다른 일이 생기면 그만두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 쇼핑몰의 모델이었던 사람이 그만두면 그 쇼핑몰은 어쩔 수 없이 매출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가 자신의 브랜드에 맞는 모델을 찾는 일을 쉬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고, 앰버서더를 두는 이유도 이것과 비슷하다.
아무튼, MD는 모델과 옷 중에 무엇 하나 놓치지 않아야 하면서 매출까지 나오게 해야 하기 때문에 신상 셀렉부터 꼼꼼하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
결국, 화려해 보이는 모델과 옷 뒤에 온갖 궂은일과 서포터까지 해야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일을 하다 보면 현타가 올 때도 많다.
샘플 초이스부터 샘플 정리, 샘플 관리, 업데이트까지의 수많은 과정을 겪다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애착이 생길 수밖에 없다.
MD 직업이 급여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돈을 벌 목적으로만 한다면 업무량이 많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일을 좋아하고, 그 안에서 보람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쉽게 그만둘 수 없을 매력을 가진 직업이기도 하다.
(모델의 중요성은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