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업무는 포괄적이게 나누면 쇼핑몰 운영 관리, 시장조사, 신상초이스, 신상관리, 스타일링, 마케팅, 타겟팅 등이 있다. 조금 더 세분화하면 일은 더 많아진다.
조금 큰 회사이거나, 업무를 꼼꼼하게 보려고 하는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라면 이런 것들을 나누어서 업무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쇼핑몰의 경우 거의 일을 다 몰아주는 경우가 많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온라인 쇼핑몰이 워낙 많기도 하고, 자사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지그재그, 스마트 스토어, 에이블리 등등의 판매 플랫폼이 늘어났기 때문에 옷을 팔기는 쉬워졌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이 심하고, 치열하기 때문에 수만 개에 달하는 쇼핑몰 중에서 소비자에게 눈에 띄기는 쉽지 않다. 어느 타겟층과 마니아층에 의해서도 나눠지기 때문에 어떤 타겟층에는 인기가 있는 쇼핑몰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보는 쇼핑몰이 될 수 있다.
MD업무는 처음에는 간단하고 쉬운 일부터 하겠지만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직원들이 많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일을 떠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반적인 책임감을 가지지 않고서는 버티기 어렵다.
반대로 신입인데 쉬운 일이 아닌 경력직이 할 만한 일을 본인에게 주지 않냐고 했던 직원도 있었다. 세부 업무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다음 일을 맡길 수 있는데, 신상초이스부터 하고 싶어 하는 직원이 많았다.
사실, 신상을 고르는 일을 하기까지의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원하는 업무를 빨리 배우지 못해 못 참고 나가는 직원들이 있었다.
쇼핑몰은 경쟁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매출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날들이 더 많아서 안정적인 사업이라거나 직장으로 볼 수는 없다. 특히, 자본이 적은 경우라면 더더욱이 매출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경력직 MD의 경우 본인이 직접 쇼핑몰을 운영해 본 직원들이 많았는데, 사업을 정리하고 취업하는 이유가 혼자서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과 매출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쇼핑몰 운영을 해본 직원들이 MD업무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본인의 회사가 아니라는 점 말고는 하는 업무가 거의 똑같기 때문이다.
반대로 MD로 일을 하다가 본인의 쇼핑몰을 창업하는 경우도 있다. MD로 경험을 쌓고, 본인의 쇼핑몰을 오픈하게 되면 일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사실, 나도 사업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20대에 자본도 넉넉하게 있었다면 젊음의 패기와 체력으로 무작정 시작했을 수도 있다.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는 한 때, 몇십억의 매출을 냈었던 매출 황금기가 있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그래서 안정적인 매출을 내는 사업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직원은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접고, 직원으로 3년 정도 일을 하다가 퇴사한 직원이 있었다. 그 직원은 함께 일을 했던 동료 MD와 동업하여 쇼핑몰을 오픈했지만 3년을 못 가고 다시 폐업했다.
“나는 이 분야의 흐름을 잘 아니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하지만 이런 생각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갈 수는 없어서 아무래도 고사하게 됐다. 내 생각으로 사업 성공은 운이 90% 이상인 것 같다.
쇼핑몰이 폐업의 길로 이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뤄보려고 한다.
아무튼, 일반적인 MD의 주 업무는 타 사이트 조사, 트렌드 상품 조사, 가격 조사, 상품 기획, 신상 초이스, 코디, 촬영, 상품에 대한 설명, 사이즈 체크, 판매 가격 측정, 업데이트, 마케팅, 재고 확인, 품절 확인, CS체크, 리뷰체크가 있다.
한 가지 상품의 처음과 끝을 시작하고 마무리 짓는
일인데, 이 업무 외에도 사이트 내의 진열, 베스트 상품 체크, 잘 나가는 상품 체크, 그리고 작년에 잘 나갔던 상품의 리오더까지 확인해야 한다. 사실 더 많은 작업들이 있지만 여기 까지만 해도 꽤 많은 업무량이다.
또 중요한 것은 다른 유명 사이트들의 마케팅이나 영상 촬영 방식까지 꼼꼼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것. 이 외에도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아서 일을 하면서도 새로운 것들을 계속 발견하고, 트렌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따라가야 된다.
이런 업무의 흐름을 몇 달 만에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20대였던 내가 30대가 되면서 주 고객층도 나와 같이 나이도 달라지고, 트렌드와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20대가 찾는 트렌드보다는 나이에 맞는 옷을 고르게 된다는 것. 어쩔 수 없이 흐름을 놓치는 순간이 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수요층 조사는 사실 어렵지 않다. 출, 퇴근길에 사람들이 많이 입는 옷, 그리고 주말 핫플레이스에서 많이 보이는 옷이 가장 인기 있는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사람들이 입는 옷을 관찰하다 보면 어떤 브랜드의 옷들이나 똑같은 바지를 입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브랜드보다는 보세를 더 잘 아는 편인데, 브랜드 옷도 잘 알아야 하는 이유는 가끔 카피 상품이 있을 때도 있어서 그런 디자인이나 문구를 걸러내는 일도 필요하다.
브랜드 바지도 아닌데, 요즘에는 어디 거래처 바지 인지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나 자신도 놀랄 때가 있다.
예쁘고 마른 사람들은 무엇을 입어도 예쁘다. 하지만, 주변을 보았을 때 누가, 어떤 옷을, 어떤 사이즈를 입느냐를 파악하지 못하면 매출에도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
MD가 중요한 이유는 매출을 위한 옷을 셀렉하느냐, 보여주기 코디용의 옷을 셀렉하느냐에 따라 매출에 도움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옷을 잘 팔기 위해서는 내가 입고 싶은 옷이 아닌, 고객이 필요한 옷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제일 좋은 것은 내가 좋아하고, 입고 싶은 옷을 고객들이 좋아해 주는 것이지만 말이다.
만약, 내 스타일을 좋아해 주는 마니아층과 꾸준한 단골 고객을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거의 대표나, 직급자가 신상을 초이스를 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신입 MD가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신상 아이템을 셀렉하는 것은 조금 어렵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