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조

by 서우

곱씹어보면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정말 자주 싸웠다.


왜 같이 살기로,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는지 정말 의문스러울 정도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다녀오면 제일 먼저 보였던 우리 부모님의 모습은 거실에서 아버지 어머니가 서로에게 삿대질하면서, 이럴 거면 죽여버리겠다고 폭언을 쏟아붓는 모습이었다.


가끔 어머니가 감정이 골이 깊어진 날에는 ‘썩을 놈의 집안’이라면서 물건을 집어던져버린 적도 있었고, 집에 많이 늦게 들어간 날에는 이미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서로 싸울 대로 싸워 집에서는 한 마디의 대화조차도 들리지 않기도 했었다.


정신없이 시끄러우면서도 너무나도 싸늘한 분위기.


부모님이 싸우다가 불똥이 튀면서 ‘차라리 너를 그때 지워버렸어야 하는데’라는 내게 날아온 비수.


그런 이야기를 듣는 집이 너무나도 싫어 방과 후 수업 시간 이후에도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주변 놀이터에서 모래성도 쌓고 미끄럼틀을 타면서 시간을 녹였다.


그렇게 늦게 집에 들어가면 몸은 어느새 먼지가 묻어 있어 욕실에 들어가 몸을 씻었는데, 방 2개에 화장실 2개 있는 작은 아파트였음에도 우리 집에는 아주 작은 욕조가 있는 화장실이 하나가 있었다.


도착하면 ‘더럽다고 얼른 씻어라’라고 외치는 고함소리를 피해 욕조에서 물을 받고 잠시 기다리는 시간. 내가 밖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고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데도 잘 지내는지 살아있는지….


별 관심이 없는 부모님이 사이 속에 숨어들어 화장실에서 숨죽여서 보내는 그 공간은 나만의 아주 작은 숨통이자 아지트였다.


수도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소리, 욕조에 뜨거운 물이 떨어지면서 협소했던 화장실 내부에 울리는 소리가 집안에 시끄러웠던 소리를 방음하는 느낌이라 이상하게 마음이 평온하고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따뜻한 욕조 속에 들어가서는 숨을 참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정말 나는 필요가 없는 아이일까?

이대로 가라앉으면 편하게 삶을 끝낼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지? 학교는 어떻게 다니지?


건물 아래로 뛰어버릴까?

죽어서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면?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고요히 받아 있는 욕조 물에서 한 2분 동안 숨을 참고 잠수하고 나오면서 드는 오만가지 생각들,


숨을 들이마시러 욕조에 나오면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어린 내 몸이 이렇게 처절하게 살고 싶다고 외치면서도,


제대로 들어줄 사람이 없는 씁쓸한 현실에 안타까워 가지고 있는 감정들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숨겨두고 그리고 가라앉히기를 반복했었다.


욕조에 있는 그 순간만큼의 정적,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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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지는 납골당 가는 길에서,


나는 잠시 물바다에 잠겨 내가 입은 상처,


잠시 떠올렸던 평화의 순간들,


... 그리고 억눌린 감정을 터트려 내가 입힌 상처들을 되짚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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