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2012년 11월.
대대적인 디자인 변경과 함께 다양한 기능 추가로 드디어 런칭한 위젠 2.0.
이제 해야 할 일은 거기에 마땅한 캠페인들을 채우는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함께 해주신 유명인사가 6분 정도인 상황. 가수 션씨가 함께 해주신 것은 정말 정말 좋은 기회가 되었지만, 아직 레퍼런스가 양적으로 부족했고, 더 많은 유명인사를 섭외하고 캠페인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었다.
연예인을 컨택하는 것은 말이 섭외이지, 사실상은 영업에 가까운 업무다.
마침 지인의 소개를 통해 (지난 편에서 소개되었던) 두 분의 인턴이 더 들어오게 되었고, 사람이 늘어나면서 각자 알아서 진행하던 콜드콜링에도 시스템이 필요했다.
※ 콜드콜링(Cold Calling): 나를 모르는 상대방에게 전화해 영업하는 것
사실 어떤 사람들은 세일즈가 급이 낮은?! 업무라고 보기도 하는 모양인데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에 소셜커머스 회사에서 영업팀 인턴을 할 때도 그랬고, 위젠에서도 영업은 회사의 핵심적인 성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스스로 영업 능력을 키우고 팀 전체에 영업에 능한 마인드셋을 키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믿었다.
회사 전체에 콜드콜링 스크립트와 제안서 포맷을 만들어 공유했다.
그리고 케빈이 정리한 콜드콜링의 10가지 원칙도 함께 공유했다.
대충 아래와 같은 것들이었다.
1. 전화하기 전엔 기본적인 준비와 리서치 선행: 실례가 되지 않을 정도의 기본 정보와 최신정보는 알아야
2. 자신의 소개를 2문장으로 간략하게: 어떠한 곳에서, 무엇을 위해서, 왜 연락하였는지 간략하게 전달.
3. 우선은 무조건 "현재 전화통화하시기 괜찮으신 시간이세요?" 물어보기
4. 다시 통화해야하는 상황이면, 다음 통화 일정을 무조건 잡기
5.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라고 대답하기 (답변 미리 준비)
6.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기 보다,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먼저 말해야 함.
7. 통화를 하면서 얻은 정보 및 단서 등은 잘 정리해두기.
8. 아무리 거부를 했더라도, 시간을 두고선 무조건 다시 시도하기.
9. 프로페셔널하게, 재미있게, 진심을 담아서.
10. 영업은 이미 결론이 정해진 문을 열어보는 것이라 생각하고 부담없이 많이 시도.
사실 창업을 하기 전 덤앤더머스라는 소셜커머스에서 영업팀을 할 때,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도 잠깐의 슬럼프가 있었다. 의욕이 떨어진 게 아니라 두려움에 의한 슬럼프였다.
잠깐 썰을 풀어보자면 덤앤더머스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는 영업팀이 아닌 다른 팀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들어가서 보니 사실상 이 회사에서 지금 핵심적으로 필요한 건 영업팀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 또한 회사의 성장에 핵심적으로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영업팀에 자원해서 일주일간 영업팀을 따라다녀보았고, 마침내 팀을 옮기게 되었다.
당시 영업팀에는 남자만 6명이었고 이사님들도 모두 영업에 뛰어들고 있었으니 약 9명 정도의 남자가 영업에 매달리고 있었던 셈이다. 어린 여자가 영업을 하겠다는 것에 대해 약간은 걱정하시는 눈치여서 나는 더 오기가 생겼다. 내가 있는 동안은 여기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내야겠다는 오기였다.
처음에는 그 오기로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성대는 심지어 내 구역이었으니까... 알던 사장님이나 극단 분들께도 부탁해보고, 닥치는대로 전화하고, 무작정 찾아가고... 덕분에 한동안 계약도 가장 많이 따냈다.
하지만 그만큼 거절에 거절이 쌓였고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앉아서 설교를 듣거나 쫓겨나는 일도 다반수였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하더라도 어떤 분들에게는 잡상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을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거절이 쌓이다보니 내 마음에도 알게 모르게 두려움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지금껏 이만큼의 계약을 했는데, 이번에 안되면 어떡하지? 이번에도 거절하면 어떡하지?
머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가게로 들어가려는 발에는 망설임이 생겼다. 수화기를 드는 것이 문득문득 겁이 났다. '이미 거절했던 사장님인데, 어차피 안 될 것 같은데...'
그런데 위젠에서 다시 그 두려움과 마주해야 했던 것이다.
(사실 연예인을 섭외하는 것 외에도 파트너십이나 투자 요청 등등, 사업은 끊임없는 콜드컨택이다)
그 때 저 마인드셋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내가 어떻게든 스킬을 써서 이 영업을 따와야 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오히려 부담감이 커지고, 거절받을 경우 나의 부족한 영업 스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점점 그 다음 시도를 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고 선천적으로 성격이 맞는 사람들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말로 내 영업스킬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객관적으로 그런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겠지만) 진짜로 상대방이 그렇게 해야 할 니즈가 없거나 지금 당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그런 경우가 정말 많다. 위젠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거절했던 기획사에서 나중에 홍보 이슈가 있을 때, 즉 시기가 맞을 때 먼저 연락이 오거나 연락을 해서 캠페인을 진행하게 된 사례도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KPI 도 누가 많은 미팅이나 캠페인을 성사시키느냐와 동시에 하루에 얼마나 많은 콜드콜을 하느냐를 함께 두었다. 그리고 대표 포함 사내의 모두가 콜드콜을 했다. 초창기에는 하루에도 50군데, 100군데씩 콜드콜을 했다. 많은 거절을 받아야 하기에 정신적으로 쉽지 않지만 우리 서비스에는 꼭 필요한 업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도한 수많은 콜드콜로 우리는 슈퍼스타k 출연진이나 웹툰 작가님들부터, 프로게이머, 운동선수, 작가, 가수분들 그리고 배우 분들까지 3년간 약 100여분의 유명인사분들과 캠페인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보통 인턴분들이 처음 콜드콜을 할 때는 사무실 내에서 하는 게 민망해서 혼자 복도에 나가서 하는 사람들도 많고 ㅋㅋㅋㅋ 그렇다. 정말 그만큼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불쑥 전화해서 영업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우리의 서비스가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파트너십으로 연결될수도 있는 일.
어차피 인생은 도움 주고 받는 것의 연속이니 너무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말자.
당당하게, 하지만 무례하지 않게.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뭔가가 숨어있을 방의 문들을 마구마구 열어보자.
10개를 열어볼지, 100개를 열어볼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나도 아직 부족한 게 많은데 너무 당당하게 얘기한 것 같아서 갑자기 민망하지만... 여튼 이렇게 콜드콜링 시스템을 만들어가던 위제너레이션.
그 안에서 나는 또 생각지도 못한 위기에 봉착하는데..
무슨 위기인지는 다음화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스타트업 다이어리 지난 이야기]
EP 01. 여정의 시작 https://brunch.co.kr/@seoyoungcla/18
EP 02. 아무것도 몰라요 https://brunch.co.kr/@seoyoungcla/23
EP 03. 런칭, 그리고 문제에 직면하다 https://brunch.co.kr/@seoyoungcla/26
EP 04. 내가 기획한 첫 번째 캠페인 https://brunch.co.kr/@seoyoungcla/46
EP 05. 서포터즈를 운영하다 https://brunch.co.kr/@seoyoungcla/91
EP 06. 연예인 섭외의 물꼬를 트다 https://brunch.co.kr/@seoyoungcla/93
EP 07. 팀의 와해, 그리고 선택 https://brunch.co.kr/@seoyoungcla/94
EP 08. 야매 디자이너의 비애 https://brunch.co.kr/@seoyoungcla/95
EP 09. 잔고 0원에서 살아남다 https://brunch.co.kr/@seoyoungcla/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