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작은 집, 흰색 삼색 그리고 나

사려 깊은 고양이 흰색, 밝은 고양이 삼색과 함께 나아가다

by 서유미

흰색은 3.5키로, 삼색은 2.5키로. 1키로의 차이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것임을 나는 삼색이 오고서야 알았다. 작고 날렵한 삼색이 등장하자 흰색은 당당한 거묘의 자리에 올랐다.


흰색의 성격은 매우 조심스럽다.


흰색인 고양이들은 야생에서 눈에 잘 띄어 다른 무늬의 고양이들보다 조심성이 더 많다는데, 흰색이 그러하다. 아픈 흰색은 내가 들어 올려 안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매일 먹어야 하는 영양제 세 알을 먹을 시간이 되면 얌전히 나에게 안긴다.


흰색은 나보다 판단이 빠른 고양이어서, 내가 인생의 굴곡을 겪으며 선택을 내려야 할 때 내게 먼저 이야옹 하며 본묘의 의견을 피력하곤 했다. 그때 그 울음에 따랐다면 나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흰색은 일상적인 부분에서도 본묘의 의견을 잘 표현하는 고양이다. 싫은 것이 싫은지도 잘 모르는 나로서는 배울 점이 많이 있다.


다만 어느 날 동물병원에서, 여느 고양이처럼 얌전할 것이라 여겼던 흰색이 마치 장군처럼 굴었다는 말을 들었다. 병원 분들은 흰색이 진료를 마치고 집에 갈 때가 되자 “흰색님 가십니다아”라고 배웅을 했는데, 나는 이 일로 흰색의 기세가 자랑스러우면서도 며칠을 폭소했다.


학창 시절 별명이 핸드폰의 한 칸 남은 배터리였던 나는 무슨 일을 하건 금세 지치곤 한다. 이제 출근자의 생활에서 잠시 벗어난 나는 그럴 때면 내 작은 싱글 침대에 뛰어든다. 그러고는 침대에 놓인 무민 인형을 꼭 껴안는다.


내가 무민을 처음 알게 된 시기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늘 삶에 쪼들리던 엄마는 책을 좋아했던 나에게 유일하게 돈을 아끼지 않고 여러 종류의 책을 사주었다.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엄마의 그 마음은 너는 다른 계단으로 올라가 잘 살아내라는 것이었을 테다.


그렇게 나는 무민을 알게 되었다.


두둥실 구름에 올라 떠다니는 무민, 나무다리 위에서 친구와 만나고 헤어지는 무민. 그때도 나는 그 세계가 환상임을 알았던지 “환상의 나라 무민트롤, 무민트롤”하며 읊조리곤 했다.


그리고 지금 무민 인형을 가슴에 꼭 눌러 안은 후 턱과 입을 가져다 대면, 나는 내가 겪어온 모든 일이 환상인 듯 느낀다.


keyword
이전 16화3-2 작은 집, 흰색 삼색 그리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