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신발은 슬리퍼다.
땀이 많아서 여름을 싫어하지만,
그나마 여름이 괜찮은 이유 중 하나는 슬리퍼다.
맨발로 슬리퍼를 신고 걸을 때 그 기분이 좋다.
다른 신발보다 훨씬 편하고 자유롭게 느껴진다.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어른이 되면 하이힐, 구두를 신는 건가 보다 했다.
그렇지만 대학생 때 가끔 하이힐, 구두를 신을 때마다
돌아다니고 집에 올 때면 신발을 늘 버리고 싶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편안함을 버려야지
얻을 수 있다고 하는 경우들이 많다.
불편한 신발을 신어야 예뻐 보이고,
힘든 일을 견뎌야 더 나아지고, 올라갈 수 있다고들 한다.
물론 어떤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그 고통이 자양분이 돼서 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고통이 지나치게 나를 해치는 고통이라면,
과연 참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