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증량에 겁먹던 이유를 찾다

무월경 극복에 제동을 걸던 그 이유를.

by 서제

자연 생리가 끝난 지 30개월이 흘렀을 때, 나는 무월경을 극복하기 위해 태세를 전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한 주에 한 편씩 브런치북 연재를 진행하면서 시간순으로 나의 과거를 마주했고, 동시에 무월경 극복을 처음으로 다짐했을 때보다 체중과 체지방을 모두 늘리며 나의 몸이 호르몬 대사를 되찾기를 바라왔다. 그러나 ‘적어도 이 몸무게까지는 만들자’라고 생각한 체중에 다다르니 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여전히 생리는 안 하는데, 나의 체형은 달라졌다. 내가 ‘예쁘다’고 생각했던 몸과는 멀어졌다. 운동과 증량으로 만든 탄탄한 허벅지와 넓고 펴진 등이 만족스러우면서도, 한때 가졌던 11자 복근이나 일자로 떨어지던 팔뚝이 그리웠다. 6월 말에 50kg에 다다른 후 두 달동안 유지하는 내내.


숫자로도 눈으로도 지금이 더 ‘건강’해 보이는 건 분명했다. 그러나 순수하게 만족하지 못했다. 나는 왜 그런 것일까?




하루는 거울 앞에 맨몸으로 10분가량 서 있었다. 유심히 얼굴부터 발끝까지 군데군데를 뜯어 관찰했다. 3개월 동안 5kg을 찌운 내 몸은 이전과 많이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못 본 사이 살이 쪘다고 생각할까?


나는 변화한 나의 몸이 타인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겁이 났다. 1년 간 쉬었던 학교를 곧 가게 되리라는 생각에 점점 더 두려웠다. 그동안 만나지 않았던 사람들은 내게 변화가 있다고 느낄까?


나도 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몸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걸. 그 사실을 자꾸만 되뇌더라도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볼지 자꾸만 상상하고, 일부러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에게 나의 변화를 떠보기도 했다.


나는 내가 어떤 몸으로 보이기를 바라는 것일까?

건강과 무관하게, 단순히 말라 보이고 싶은 것일까?

그렇다면 마른 몸으로 보이고 싶은 이유가 무엇일까?


체중 감량과 유지를 해오던 학생 시절을 거치고, 무월경 극복을 위해 증량을 목표삼아 살아온 지 약 8개월 만에야··· 처음으로 숫자 너머의 것을 내게 묻기 시작했다.




나는 ‘관리된’ 몸으로 인식되고 싶었다.


더 근본적으로는 나 스스로를 보살피는 사람으로, 소위 자기관리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었다.


내적인 측면에서의 자기관리는 자신있었다. 그러나 외적인 측면에서 나는 그리 썩 관리를 하는 편이 아니었고 그다지 즐기지도 않았다-체형을 제외하고는. 인터넷에 ‘모닝/나이트 루틴’이라는 이름으로 떠도는 스킨케어, 나갈 때마다 쿠션을 두드리고 립을 바르는 메이크업, 그때그때의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나에게 잘 어울리는 개성적인 옷…. 이것들과 나는 거리가 먼 20대 여자 학생이었다. 그런 내가 체형마저 관리하지 않으면, 겉으로 보기에 나를 전혀 돌보지 않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


취지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와 내 세상의 추구미는 군살이 없지만 근육이 만들어주는 탄탄함이 드러나는 몸이었고, 이는 체중과 체지방 감량이 수반되어야 했다. 그리하여 나는 사람들이 허구한 날 목표로 말하지만 다수가 실패하는 ‘체중 감량’과 그에 내포된 체형 관리를 해내는 것이 나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 찾았다. 내 생각을 바꿀 지점을.

내 머릿속 외적 자기관리가 ‘다이어트’로만 이루어졌기에 생겼던 욕구였다.

그 욕구가 자꾸만 나를 ‘무월경 극복해야지’하는 마음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주된 요인이었다.


무월경 극복, 달리 말해 자연생리를 회복하는 건 현재로서는 옳은 목표이니, 나는 이 욕구를 바꾸어야 했다.




외면을 관리하는 것 자체를 관두고 싶지는 않다. 나는 사회에 잘 녹아들어가고 싶고, 외적인 이유로 불리를 겪고 싶지 않았으며, 유년기 시절 마른 체형으로 변했을 때 외모가 관계에 주는 긍정적 영향을 체감했었다. 외면을 가꾸는 것은 일종의 투자였다. 내 미래를 위한 투자.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인 건 분명하니까.


그리고 더 나아가, 나는 내가 스스로에게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떳떳하기를 바란다. 나의 사고와 행동가짐, 그리고 겉모습을 관리하는 건 다른 사람을 떠나, 나 자신에게 효용감과 기쁨을 주는 일이었다. ‘나는 나를 잘 관리하는 사람이구나,’ ‘나는 나를 아끼는구나’ 생각하며 얻는 만족을 계속하여 누리고 싶다.


그리하여 다짐했다.

나는 그 외면의 관리 방향을 다이어트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바꾸어보겠다고.

그러지 않고서야, 나는 지금 내 몸-무월경 극복을 준비하지만 호르몬 관점에서나 외적인 관점에서나 내 마음에 들지 않는-에 조금씩 자신감이 떨어질 게 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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