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월경 극복을 향하여 - 첫 번째 증량 시도

이제는 달라져야 했다

by 서제

약 없이는 생리를 하지 못하는 몸임을 깨닫고서 클래라정이라는 이름의 피임약을 1개월 치 처방받아 복용했다. 용량이 야즈와 달랐음에도 복용하는 동안 점차 텐션이 낮아지는 것을 느꼈다. 외부적인 요인과 약의 여파가 한 번에 온 것이라는 생각에, 돌연 스트레스가 극에 올라가던 때 일주일 간 휴가를 내어 랩실에 나가지 않고 본가로 내려가 며칠 지내기도 했다. 정신이 아슬아슬한 느낌은 마치 야즈를 먹었을 때와 같았다.


우울감을 또 한 번 겪자 나는 도저히 생리 하나를 위해 부작용을 안으면서까지 약을 먹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생리를 하기 위한 몸을 만들어야지, 약에 의존했다가는 내 몸도 마음도 같이 망가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증량을 의식적으로 시도했다. 2024년 11월 초 46kg였으나 해가 바뀌기까지 약 2개월, 3kg를 늘려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애매한 성공이었다. 목표한 만큼은 아니더라도 2kg 증량했다. 당시 증량을 위해 운동과 식사 두 차원에서 변화를 주었다.


인바디 기계와 측정 환경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우선 운동, 기존에는 저강도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을 일주일에 3~4회 했었다. 그러나 러닝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체지방과 체중이 항상 (세간의 입장에서는) 효과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을 n년 간의 신체 데이터로 파악해 왔기 때문에 러닝을 점차 줄여나갔다. 그리고 학교에서 하는 강도 낮은 GX 프로그램을 주 1~2회 스트레칭과 소근육 강화를 목적으로 참여했다. 여기에 프로그램이 없던 날이면 덤벨을 이용한 저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30~40분가량 해나갔다. PT 없이 하는 근력 운동이었기 때문에 부상 우려로 중량을 과하게 치지 않았고, 운동에 대한 감을 잃지 않는 데에만 집중했다.


기숙사에 위치한 헬스장을 애용했다


인터넷을 보면 무월경 극복을 위해 운동을 전부 쉬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내게 운동 강박은 도무지 사라지지 않았다. ‘운동을 안 하면 살이 찔 거야’라는 형태가 아니라서 더욱 처리하기 곤란했다. 나는 척추측만증 고각도 환자이며, 이미 성장이 끝나가고 있어 근력 운동으로 허리를 비롯한 신체의 근육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관리 요법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측만을 안고 살아가는 입장에서 근력 강화 운동을 멈추어도 될지, 무월경 극복과 측만 교정 운동 중 무엇이 우선이 되어야 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나의 건강 문제들이 얽히고설키어 우울한 나의 고민은 연말까지 이어졌다.



운동은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간간히 해나갔지만, 식사의 경우 강박을 많이 내려놓았다. 그동안 식사를 이미 세 끼니, 거기에 두유와 견과류로 간식까지 챙겨 왔다. 그러나 달달한 간식류를 분명 싫어하지 않음에도 먹기를 피했고, 식사할 때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 역시 한정지었다. 구내식당에 밥과 별개로 전이나 감자조림과 같은 탄수화물 위주의 반찬이 있으면 받아먹지 않았고, 혼자 먹는 끼니는 대체로 닭가슴살과 잡곡밥, 두부면 등을 이용한 간편 감량 식단으로 해결했다.


조금씩 아침밥 양을 늘리고, 선물받은 슈톨렌도 조금씩 나눠 먹었다.


그러나 증량을 결심한 뒤로 조금씩 먹지 못하는 음식을 줄여나갔다. 비록 내가 먼저 단순당 위주의 음식을 찾아 사 먹지는 않더라도, 선물을 받았을 때나 회식의 자리에서는 한 입에서 시작해 점점 많은 양을 입에 넣었다. 과일은 단당류니까 먹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나지만, 직접 단감을 사서 잡곡밥과 닭가슴살로 저녁을 먹은 뒤 간식으로 깎아 먹기도 했다. 그리고 매 식사에서 먹는 밥의 양을 한두 숟갈씩 늘려 먹는 양을 전체적으로 늘렸다.


열량과 영양성분을 식단 기록 앱에 남기면 새로운 형태의 강박에 휩싸일까 봐 일부러 앱에 기록을 남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음식을 먹은 시각과 그 양을 간략히 기록하면서 조금씩 먹는 양을 늘리고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어가는 나를 모니터링해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2개월 동안 무월경 극복을 위해 처음으로 증량을 시도하고, 2kg를 차근히 늘려가고서 2025년 새해부터 본가에서의 새 생활을 시작했다. Phase 2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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