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쁘지 않았다
2025년 새해에 나는 만다라트에 자그마치 64개의 목표를 세웠지만, 그중 유독 눈에 밟히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무월경 극복하기’와 ‘49kg 만들어 유지하기’.
1분기에는 그다지 늘지 않은 식사량과 과도한 활동량으로 추정컨대 2kg를 되려 감량하는 결과를 만들어버렸다. 이대로는 만다라트 속 목표와 점점 더 멀어지겠다는 생각에, 2분기의 시작인 4월에 나는 식사량을 늘리고 운동을 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섭취 칼로리를 하나하나 기록하다가는 다시금 식사 강박이, 특히 소위 ‘클린’한 음식만 먹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힐 것만 같아 엄격히 기록을 남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식사든 간식이든 몇 시에 먹었는지 음식의 텀과 양을 간략히 메모해 갔다.
운동 전후 간식으로 두유를 챙기고, 끼니마다의 밥 양을 조금씩 늘려 나갔다. 흰쌀을 많이 먹는 데에 여전히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잡곡, 특히 콩에는 별달리 거부감이 없었던 기제를 활용하기로 했다. 1분기에는 흰쌀을 줄이고 잡곡을 대신 담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흰쌀은 그대로 두되 그 위에 콩을 열심히 얹고 어머니 밥 속 콩까지 (상호 동의 하에) 내가 골라먹었다. 식사가 아닐 때에도 단순당 위주의 간식인 디저트와 과일을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먹었다. 고양이가 보호받는 단골 카페에 매주 어머니와 함께 가 사 먹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디저트가 당길 때 자연스레 그 카페로 향하는 게 일상이었다.
일신상의 이유로 활동적이던 식당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저녁마다 식후 산책을 하는 습관을 들였다. 배불리 먹어도 어머니와 저녁마다 집 앞 광장으로 산책을 나가면 한결 몸이 가벼워졌기 때문에 매일같이 저녁에 6천 보 가량을 걸었다. 산책이 루틴으로 굳어지자 밥을 배불리 먹어도 소화가 불편하지 않다는 자신감이 생겨 더욱 열심히 밥과 반찬을 챙겨 먹을 수 있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2분할에 지루해지던 참에 헬스장 인싸셨던 분께서 3분할을 추천해 주셔서, 과감하게 부위를 하체/가슴/등으로 나눈 3분할 루틴으로 변화를 가져왔다. 하루에 집중하는 부위를 줄였더니 근육의 피로도가 금세 차올라 자연스레 운동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2분기에는 대체로 일주일에 5~6번을 50~60분가량 헬스장에 꾸준히 가서 운동을 했다.
필라테스는 체형 교정과 (혼자라면 너무 하기 싫은) 코어 강화를 위해 일주일에 3번씩 헬스를 마친 후 수업을 들었다. 강도가 세지 않은 강사분의 수업에 참여했고, 헬스와 필라테스 사이 두유 한 팩으로 추가적인 열량을 섭취하면서 내 몸에 충분한 에너지를 주고자 했다.
그 결과, 나는 6월 30일에 인바디 기계 위에서 체중 50kg, 근육 21.3kg, 그리고 체지방률 20.8%라는 숫자를 만날 수 있었다. 불과 3월 중순에 같은 기계로 45kg의 체중에 근육량 19~20kg였던 것을 생각하면 괜찮은 상승곡선이었다. 인터넷에서는 생리를 위해서 18~28%라는 세간에 떠도는 정상 여자 체지방률에 다다르는 게 필요하다던데, 나쁘지 않은 방식으로 목표를 이룬 듯해 뿌듯했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다.
증량을 숫자로 확인했을 때 목표했던 바를 이루었다는 기쁨은 분명했다. 무월경 극복을 꿈꾸며 목표했던 체중에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는 숫자로 선명히 나타났으나, 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무월경 극복과 나의 욕망이 부딪히기 시작했다. 저울질을 하려고 했다. 무월경 극복과 원하는 체형, 이 둘을 양손에 들어 보였다. 다시 살을 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 한켠에서 그래서는 안된다고, 유지는 물론이고 아직 생리를 하지 않으니 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거울 속 나를 볼 때 점점 더 배와 팔다리에 집중했다. 옷을 고를 때 오프숄더를 아우터 없이 입는 데에 망설임이 생겼다, 예전만큼 예쁘게 맞지 않을 텐데-하며. 어머니에게 나 좀 얼굴살이 붙은 것 같지 않냐고 물으면서. 오랜만에 만나 뵌 할머니께서 잘 지내냐고 물으실 때 ‘요즘 잘 먹고 잘 움직여서 살 많이 올랐어요~’하며 먼저 내 몸에 대한 변화 이야기를 선수 치면서. 남에게 '너 요즘 살쪘지?'하는 말을 듣기 싫었다.
나에게 무월경 극복이라는 목표를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 짚어야 했다. 내분비 상의 건강과 외적인 모습을 저울질할 정도로... 나는 어째서 외형에 집중하는 것이지?
이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야 되었다. 그 답을 찾지 못한다면 나는 무월경 극복을 일시적으로 하든 안 하든 외형과 숫자에 대한 감옥에 갇혀 살 것 같았다.
나는 왜 그러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