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극복기로 완결내지는 못했지만

어느덧 현재에 이르렀다

by 서제


“외면하는 능력은 자동으로 길러지는 반면, 직면하는 능력은 애를 써서 훈련해야 얻어지기도 한다.”
(이슬아, 부지런한 사랑, 143쪽)


좋아하는 작가의 책에 나온 한 문장만을 계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30개월째 이어지는 무월경을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되었다. 직면하기 위해 내게 주어진 최선의 선택지는 글쓰기였다.


2025년 5월 중순에 시작해 석 달이 훌쩍 지났고, 그사이 나는 14편의 글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어떠한 몸 상태인지 측정하고, 어떠한 수순으로 무월경을 겪게 되었는지 추정해 보고, 극복을 위한 지난 노력을 시간순으로 추적했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글이 이어졌다. 척추측만에 대한 글처럼 신체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리라 예상했고, 이에 맞추어 개괄적인 틀을 짰었다. 그러나 그 틀은 내다 버린 지 오래다. 무월경을 떠올리면 나의 식습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식습관을 떠올리면 나의 식이 강박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럴까, 내가 글을 썼다기보다는, 글이 나를 이끌었다. 한 편 한 편 글을 마칠 때마다 다음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왜 생리를 하지 않지? 나는 왜 그때 제대로 먹지 않았지? 왜 병원에 갔음에도 나는 변하지 않았지? 나름대로 증량을 시도했는데 왜 체중은 그대로지? … 마지막 질문은 ‘바라던 증량임에도 나는 왜 기쁘지 않지?’였다.


질문에 하나하나 답을 찾아가며 나의 체중 변화를, 체중 감량이 선사한 긍정적인 시선을, 입으로는 증량을 원한다면서 실상 최선을 다하지 않은 식습관과 운동 기록을, 체형 관리가 외적 자기 관리의 전부라고 여기는 사고방식을 발견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마치 내가 오늘 한 생각인 양 당시의 사고방식을 고스란히 글자에 담아 놓을 수 있었다. 내가 쓰는 문장에 거부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당장 어제 했던 생각과 아주 닮은 강박을 재발견하기 일쑤였다. ‘그땐 그랬지’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울 만큼, 오늘의 나는 여전했다.


나의 글은, 그런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의 흔적으로 남게 되었다.





일부러 한 주에 하나씩 느린 속도로 글을 썼다. 글을 쓰다 자연스레 내게 생리가 찾아오기를 내심 바랐다. 그러나 아직 내게 생리는 돌아오지 않았고, 글자의 형태로 답을 찾고 싶은 질문이 현재로서는 남아있지 않아 글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 대신 이제는 글자 밖의 형태로 생각할 사소한 고민만 남았다. 체중이 3개월째 그대로라 다시 증량을 시도해야 할지, 병원을 검진 차원에서 한 번 방문해야 할지, 이노시톨 영양제 복용을 다음 달에도 할지, 외적 자기 관리로 체형이 아닌 스타일에 주목해야 할지 생각하는 요즘이다.


자연 생리를 하지 않은 지 33개월.

약의 도움을 받지 않은 지 9개월.

그리고 글을 쓴 지 3개월.


<무월경 극복기, 완결내고 싶었습니다>는 비록 ‘극복기’로 완결 내지 못했지만 실패한 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며 다잡은 마음을 소중히 안고서, 글 뒤편의 나는 계속하여 무월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언젠가 진정한 극복기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이 이야기를 마친다.




독자를 상정하지 않고 털어놓듯이 되짚은 수필이지만,

비록 극복기를 담지 못했지만,

이 글이 무월경으로 마음고생을 하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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