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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Feb 12. 2024

힝구는 어부?

파닥파닥 힝구를 유혹하네!


 다이소에 갈 때면, 반려동물 코너를 꼭 들리곤 하는데, 아기자기한 장난감과 힝구에게 해주면 분명 싫어할 테지만 집사로서는 욕심나는 모자와 목걸이 등이 내 눈길을 끈다. 가격은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제품인 만큼 힝구의 일회성 놀이로 끝나도 부담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힝구의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수납장에 처박혀 있는 장난감이 쌓이기 시작하자, 괜히 한 번쯤 고민하게 된다.


 다른 장난감보다도 높은 가격대의 생선 모양 장난감 앞에서 매번 고민만 하다가 돌아서곤 했다. 힝구의 애착 꽁치 인형의 고오급 버전인 이 장난감은 나름의 센서를 자극하면 파닥파닥 생선처럼 움직인다. SNS에서 이 장난감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움직임이 딱 힝구 취향이었다. 움직이는 이 생선 장난감을 오늘만큼은 덥석 손에 들었다.


 이제 나는 아침이면 출근하고, 저녁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직장인의 삶을 다시 시작한다. 거의 매일, 하루 종일 붙어있던 항시 대기 모드 집사가 없을 그 시간, 힝구가 느낄 허전함, 외로움, 심심함, 무료함 그 쓸쓸한 감정들이 나의 미안함을 자극했다.




 역시 쇼핑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 특히 힝구 관련 물품은 더욱 그렇다.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도착하니, 역시나 힝구가 낯선 상자에 관심을 보인다. 힝구의 반응을 빨리 보고 싶은 집사의 마음은 급해졌고 빠르게 장난감의 전원 버튼을 on으로 바꾸며 힝구 앞에 장난감을 내려놓았다. 커다란 생선 앞에서 힝구는 어리둥절 선뜻 다가가지 못했고, 힝구에게 시범을 보이기 위해 생선을 찰싹 때렸지만, 영 반응이 없다. 실망한 나는 불량품을 의심하며 상자에 그려진 제품 설명서를 다시 읽어 보았다. 아! 건전지는 사용자가 따로 구매해야 하는 것이었구나. 힝구 장난감을 들이기 시작한 이후, AAA 건전지를 2박스나 쟁여놓은 상황이니, 당황할 것 없다. 빠르게 건전지로 충전 완료. 힝구 앞에서 파닥파닥 장난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잡았다 요놈

 

 힝구 인생에서 이런 장난감은 처음일 것이다. 이 장난감의 움직임은 힝구의 사냥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힝구의 땡그래진 눈이 장난감을 주시하더니 엉덩이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자기 몸 반만 한 장난감을 문 채 뛰어다니고 던지며 노는 힝구는 분명 오늘도 나와도 놀이를 한 후였다. 역시 에너자이저 힝구는 늦은 저녁 시간에도 지치지 않는다. 내가 생선을 톡 하고 쳐주기만 하면, 힝구는 엄폐와 기습을 반복하며 호랑이 버금가는 사냥 실력을 뽐냈다.


숨바꼭질 중?


 오늘 힝구는 생선을 잡는 한 마리의 어부였다. 온몸으로 안아 쥔 생선이 파닥거리자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앞발로 더욱 야무지게 생선을 제압하며 뒷발팡팡까지 하기 시작했다. 웬만해선 볼 수 없는 저 행동을 보이는 것을 보니, 힝구 마음에 쏙 든 것이다. 집사는 주인 고양이님의 길어지는 놀이시간에 성은이 냥극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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