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몸에 베지 않은 출근길 아침이면 내 마음이 자꾸 입사 전의 나를 그리워한다. 막 잠에서 깨어난 그 순간, '아.. 더 자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그 그리움은 더욱 커진다. 얼른 잠을 쫓아내기 위해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까지 켜고 나서야 다행히 그런 생각들도 옅어지기 시작한다.
출근 준비를 시작해 볼까! 내가 침대를 벗어나자 한참 전부터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던 힝구도 바빠진다.
아침밥을 먹는다는 생각에 신이 난 힝구가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워내는 사이, 나는 바닥 먼지를 쓸고 침대를 정리하고, 힝구 식기들을 설거지하고, 밤새 생산해 낸 힝구의 감자며 맛동산을 치운다. 휴. 이제 나만 씻으면 끝이구나. 아침 루틴을 해야 마음이 편한 탓에 마음 바빠지는 출근길에도 놓칠 수가 없다.
그사이 먹을 것을 좀 더 내어놓아 보라고 힝구가 내 다리 사이를 오고 가지만 이제 지체할 시간이 없다. 내가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는 사이, 힝구도 체념한 듯, 멀찍이 밥솥 위에 앉아 나를 관찰한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집사를 방해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아는 건지, 그냥 오늘은 그러고 싶어서인지, 나는 준비를 하면서도 흘끗흘끗 그런 힝구를 살핀다.
힝구도 슬슬 내 출근에 적응했구나. 자연스레 그렇게 내 생각을 끝냈고, 겉옷과 가방을 들며 힝구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건넸다. 내 발걸음을 따라오는 힝구를 보며, 기특하게도 배웅을 해주나 싶었는데,
이 녀석아! 일어나!
나보다 앞서기 시작한 힝구가 현관 바닥에 냅다 드러누워 버렸다. 아 집사의 판단은 섣불렀구나. 힝구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는데, 현관문에 딱 붙어 내 길을 막던 힝구가 이번에는 내가 오도 가지도 못하게 누워서도 바삐 움직이며 내 움직임을 차단한다.
겨우 현관문을 열고 힝구를 피해 집 밖으로 나왔지만, 이번에는 현관 문틀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런 힝구가 다칠까 문 안쪽으로 쓱 밀어 주었더니 그제서야 포기했는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쉬운 엉덩이로 나에게 답했다.
가라. 집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