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감노트

다음 페이지를 넘기다.

고인 물의 자정작용

by 김힝구


한 곳에 정체된 물은 썩게 되어있다.

물속에는 산소, 이산화탄소, 각종 세균과 플랑크톤, 유기물과 무기물 등 다양한 물질들이 있다. 물이 순환하지 않는다면, 산소가 더 이상 공급되지 않는 상태에서, 소비되기만 해 증식해 버린, 플랑크톤과 세균들만 득실거리는, 썩어버린 상태가 돼버리는 것이다. 물이 흘러야지 자연스럽게 산소가 공급되어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요즘 정체된 특정 집단의 사람을 고인물이라 말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사람들의 경험치는 쌓여가는데 집단은 정체되어 있을 때, 신입에 대해 충고를 해준다며 꼰대 짓을 할 경우, 고인물이라 말한다.


최근 1, 2년 동안, 내 삶의 한 부분에서 나 자신이 지나치게 고인물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같은 자리에 멈춰있기 싫었고, 계속해서 배우면서 성장하고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단순한 반복 작업들로 하루가 지나가고, 그렇게 한 달, 1년이 너무 쉽게 지나가 버렸다. 그렇게 타성에 젖어버렸다. 어차피 이 자리에서 내가 무엇을 더 한다 해도 달라질 게 없다고, 스스로와 타협했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내려놓지도 못하면서 똑같은 현실에서 답답함에 힘들어했다. 무기력함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뭘 하려 하는지조차 잊어버렸기에, 이 시기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도 막막했었다.


올해가 되었을 때, 다시 용기를 냈고 팀라이트를 만나, 공저로 내 생에 첫 번째 책을 낼 수 있는 기회와, 브런치 작가까지 합격하게 되었다. 방법은 내가 가지고 있었다. 나는 너무 많은 생각 속에 갇혀 있었다. 그저 지금 상황에 관한 생각들로 내 머리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결국 지쳐 무기력해져 버렸다. 나는 행동했어야 했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멈춰있었다. 정말 잘해야한다고만 생각했었다. 그 ‘잘’이라는 생각에 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린 나이가 아닌데, 무엇인가를 한다면 잘해야 한다는 그 부담감은 어쩌면, 내가 잘하고 싶었던 것들이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렀고, 가장 내가 원하고 나다울 수 있는 길에서 가벼운 첫발을 떼 보자고 생각했기에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2년 전, 낙산사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자신의 소원을 적은 종이를 줄에 걸어놓을 수 있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 막연하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내 글을 다시 쓰고 싶다는 소원을 적어서 매달았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잊고 있었다. 올해 6월 다시 낙산사를 찾았을 때, 문득 그때 일이 떠올랐다. 내가 오래전부터 원했고 하고자 한 일을 해낸 그 성취감을 그 순간 느꼈다. 그리고 느껴지는 자존감, 그렇게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주고,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나를 멈추지 않고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글쓰기를 통해 언제나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