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계절

가을 제주

by 김힝구


제주에서 맞이한 첫 아침, 하얀 커튼으로 투과된 아침 햇살을 맞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내 인생에서 한 번쯤 주택에서 살아볼 수 있을까 하며, 상상했던 아침 풍경 그대로였다.


일어나 보니, 제주도에서 맞이한 첫 아침이 어떤지 묻는 친구의 카톡이 와 있었다. 제주도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 1층 창문의 커튼을 열자, 새파란 하늘이 보였다. 당장 2층 테라스로 올라가 가을 하늘의 정석 같은 그 하늘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안부를 묻는 친구에게 전송하며, 숙소 사장님의 커피 한잔하자는 문자를 뒤늦게 발견한다.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 한잔과 아삭한 복숭아를 대접받고 거기에 혼자 온 나를 위해 이것저것 챙겨주신 사장님 덕분에 묵직하게 숙소로 돌아왔다.


불멍, 물멍, 바다멍 세상에 다양한 멍이 있지만, 지금 나는 가을 하늘 멍, 그렇게 잠시 멍하니, 시간을 보내본다. 이 여행의 포인트는 유유자적이니까.

창이 많은 집이라 좋다. 시선을 옮기는 곳마다, 눈이 즐겁다.


카페 베릴


문득, 배고픔이 밀려오자, 근처 맛집을 검색하다 내 최애 음식 중 하나인 떡볶이, 그것도 문어해물떡볶이를 파는 곳을 찾았다. 아쉽게도 2인부터 주문할 수 있다니, 그래도 그 집의 대표메뉴인 문어라면으로 그 전날 약간의 음주를 해장하기에 좋았다. 게살이 가득, 문어가 쫄깃쫄깃, 국물은 깊고 진하고 얼큰했다.


문어라면



유난히 선명한 햇빛을 받은 에메랄드빛의 투명한 협재 바다는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를 발견했을 때부터 홀린 듯 바다색에 빠져들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예쁜 바다가 있었구나.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오랫동안 바라보기 힘들 정도로 반짝이던 그 바다가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내일의 여행을 계획하는 나는, 좀 더 깊어질 가을 제주를 만나기를 기대한다.

오름에 오를지, 다시 한번, 협재 바닷가를 걸을지, 저 멀리 보이던 비양도도 꼭 가봐야겠다.



협재 바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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