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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Sep 19. 2023

집사가 너무해

집사의 외출이 부른 효과


 집사의 2주간의 외출은 즐거웠다. 힝구를 맡아 준 본가에서는 환경 적응을 마친, 힝구의 우당탕탕 탁묘 생활이 시작되고 있었다. 오빠가 매일 같이 보내주는 힝구의 영상과 일상톡을 보며, 나는 제주 생활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힝구의 탁묘 생활이 시작되고 하루, 이틀은 불 꺼진 방 안에서 혼자 있기만 하고, 밥투정도 부리고, 원활한 배변 활동도 하지 못한다는 소식에, 나 혼자만 즐겁자고 힝구에게 너무 이기적인 집사가 된 것 같아 미안함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안정을 되찾고 감자와 맛똥산도 문제없이 생산하고 있는 모습에 안심하며, 나도 제주살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점 오빠 옆에서 떠날 줄 모르는 힝구, 오빠 껌딱지가 되어가는 모습에 왠지 모를 섭섭함이 들기 시작한다. 나란 사람 참 속 좁다. 자다 일어나 보면, 나에게 딱 붙어 하던 애교를 오빠에게 한다며, 자랑 섞인 안부 동영상에 힝구가 나를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고양이를 만날 때마다 힝구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 힝구의 보들보들 쪼마난 발을 조물조물 만지고 싶고, 언제나처럼 싫다고 뒷발로 차이더라도 그 말랑말랑 배를 만지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한 달 살기에서 2주로 줄어든 일정이 내심 아쉬웠지만, 이제는 전혀 아쉽지 않은 기간이 되었다. 생각보다도 너무 열심히 돌아다닌 탓에 내가 하고 싶었던 제주 여행을 다 이뤄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기에 힝구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육지로 갈 시간이 다가올수록, 도민 생활이 끝나갈수록 그렇게 아쉽지만은 않았다. 필요했던 혼자만의 시간은 충분히 채워졌다. 서울로 올라가는 당일, 며칠 전 마지막 제주도 일정을 같이 하기 위해 왔던 친구가 힝구 만나서 좋겠다는 말에 나는 진심으로 대답했다. '응, 만나면 꼭 안아줄 거야!'


 김포공항에서 본가까지 길고 긴 1시간이었다. 드디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침 문 앞에는 힝구가 있었다. 힝구의 눈이 진심으로 땡그래졌다. 그래 이 반응이지!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힝구가 나를 집에 처음 방문한 낯선 사람보다도 더 데면데면 아니, 경계하는 것이다. 몸을 곧추세우고 꼬리를 부풀리고, 마징가 귀를 하며, 내가 다가가면 거부반응을 보였다. 쓰다듬으려 하면, 도망가고, 뽀뽀하려다 냥 펀치를 맞고 말았다. 집무룩이다. 나는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멀리서 힝구 이름만 불러본다.


 우여곡절 끝에 힝구를 모시고, 우리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역시나 불안해하는 힝구를 계속해서 쓰다듬어 주자, 안정을 찾기 시작하고, 내 손길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 점차 예전의 힝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모든 걸 제쳐두고 힝구에게 집중하며, 사과하고 또 사과했다.

 힝구도 차를 타고 오다 지쳤는지, 나와 함께 초저녁부터 기절해 그다음 날에서야 일어났다. 그날 이후로 힝구는 한번 나와 떨어진 경험 때문인지, 더 많아진 애교로 나에게 다가오곤 한다. 집사의 길고 긴 여행으로 힝구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긴 건 아닌지, 미안함이 남는다. 집사가 참 너무했다. 그렇지, 힝구야.

다시, 집사 껌딱지 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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