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는 매일 아침하고 땀 흘리면 또 하고 집안 청소도 매일은 못해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하는데, 우리 자신의 내면은 언제 어떻게 청소하고 있을까.
하루에도 만나고 부딪히고 스쳐가는 많은 사람들, 다양한 상황들, 그 연결된 고리들 속에서 나타나고 느끼고 생각하고 기억되고 회상하며, 그 사이사이를 뭉게구름처럼 안개처럼 밀물처럼 썰물처럼 드나드는 복잡하거나 미묘한 감정들과어떤 때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도 하고, 어느 날은천정을 뚫기도 한다,
일상적으로 감정이나 생각들의 곡선이 완만하고 일정할 수도 있지만, 어떤 때는 롤러코스터 같은 변주 심한 힘든 날들도 있다. 특히 직장 생활 안에서도 맡은 업무의 속성에 따라, 전문적 직업 영역의 특성에 따라, 프리랜서라면 다양한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우리의 내면이 받는 스트레스의 상황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에게 남겨진다.
잔잔한 기쁨일 수도 있고, 어마한 희열일 수도 있고, 막막한 불안과 두려움일 수도 있고,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생소한 느낌이 올 수도 있다. 어제와 또는 이미 쌓여있는 경험치에 엇비슷한 정도라면, 새로운 상황이라 해도 대응하기가 쉽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이 언제나 친절한 건 아니다. 내가 손상되지 않으면서, 그 일에 그 사람들에게 그 상황에서 효과적이며 좋은 대응과 행위나 태도를 취할 수 있다면 바람직하겠지만, 오늘은 어제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타성이다. 자신에게 축적된 체험들이 모두 지혜가 되지 않으며, 생각보다 우리는 무척 견고한 고정관념과 자신들의 좁은 아집 속에 갇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우물 안에 있는 동안 햇빛은 실금처럼 보이는 게 햇볕의 전부라고 믿게 되며, 하늘은 우물의 동그라미만큼만 크기를 가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 안에 꽈리를 틀고 앉아 나 자신보다 더 주인이 돼버린 "내 안의 우물", "내 안의 동굴", "편견"과 "선입견"들을 자주 풀어주어야 한다. 그것들이 나를 삼켜버리기 전에 내가 걸어 나와야 한다.
내 안의 우물과 동굴은 나의 원형을 보존하고 회복시켜주는 원초적 보금자리가 되기도 하지만, 내가 혹시 그 보금자리가 익숙하고 따스해서 거기에 고착되어 있는지 틈틈이 확인해 봐야 한다. 그 아집의 동굴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 집착으로 딱딱하게 굳은 심장은 더 이상 신선한 혈액을공급해주지 못해, 자신의 영혼이 서서히 소멸되어 가기 때문이다.
살아있음, 살아감은 반복이 아니다. 어제의 우리는 과거로 사라졌다. 오늘 내게 남겨진 건 어제에게서 건네 온 삶의 지혜뿐이다. 어제 우린 무엇을 내 영혼에게 남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