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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늘 Oct 13. 2022

혼자 있으면 안 외로워?


“혼자 있으면 안 심심해? 안 외로워?”


혼자 여행한다고 했을 때 ,제일 많이 들은 질문 중에 하나다. 혼자 여행하면? 외롭다. 그런데도 혼자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혼자가 좋은 이유를 몇 가지 얘기해 보려 한다. 


첫 번째. 조용하다. 내가 말이다. 시끄러운 것은 남이 아니다. 내 귀를 가장 따갑게 만드는 것은 나다. 어찌나 말을 끊임없이 하는지 친구들을 웃기겠다는 일념, 말이 끊기지 않게 하겠다는 이념,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보겠다는 도합 삼념이 합쳐져서 내 입의 모터는 끊임없이 돌아간다. 내 입을 다물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를 혼자 두는 것이다. 


두번째. 하나부터 열까지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다 같이 있을 때도 자신의 취향을 주장하고 이끌어 가는 사람이라면 고찰의 시간이 필요 없다. 대다수의 경우 타인과 공존하기 위해 배려하느라 원하는 것을 내려놓을 때가 있다.  혼자는 원하는 것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있다. 사람들이랑 섞이면 배려하느라 원하는 것이 흐려질 때가 있다. 혼자 있으면 오로지 나의 색깔만 내면 되니 나의 취향,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 수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다. 


셋째. 현자 타임이 없다. 친구들이랑 한참을 떠들고 “잘 가~ 야, 그 얘기는 나중에 전화로 하자. 그래그래.” 하면서 돌아서는 순간부터 왠지 공허하다. 이 사람, 저 사람 눈치를 다 보고 할 말을 가운데서 조율하고 분위기를 좋게 만들겠다는 쓸데없는 비장함으로 인해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돌아오고 나면 진이 다 빠진다. 과장해서 십만 관중 앞에서 공연한 비욘세의 무대 뒤의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무대 뒤의 나는 어찌나 쓸쓸하고 공허한지.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왠지 더 쓸쓸해져서 괜히 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진다. 그렇게 끊임없이 빈 공간을 채우고 채워도 어딘가 공허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외로움을 마주하지 않으면, 외로운 시간 자체로 좀 두고 인정해 주지 않으면, 자기 존재를 더 크게 각인시킨다. 내가 여기 있다고 더 크게 소리를 지른다. 걔랑 둘이 마주 앉아 ‘그래그래, 알았어. 너 거기 있었구나 나 여기 있고. 우리 여기 있지..’ 하면서 둥가둥가 하는 시간을 가져야 ‘그래 너 나 여기 있는거 알았구나. 가끔 나도 봐줘.. 우리 함께 잘 살아보자’ 하면서 더 단단하고 둥글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첫 여행지인 페루에서 브라질까지 혼자이기도 했지만 많은 동행들을 만났다. 여행속 여행도 함께 떠나고, 다음에 어디를 갈지 함께 정해서 떠나거나, 며칠씩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결국엔 어딘가에서 다시 만난 사람들도 있었다.

브라질에 도착하고 나니 혼자 있을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음을 페루에서부터 5개국을 함께한 S에 이야기를 했고  S는 콜롬비아의 메데진이라는 도시를 추천해 줬다. 멘도자에서 같이 몇날 며칠을 셀 수 없는 와인병을 같이 마시며 서로의 취향에 대해서 많이 알아 왔기 때문에 S의 추천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예정하던 곳이 아니였는데도 말이다. 메데진이란 도시도 콜롬비아란 나라도 여행계획에 있지 않았다. 생각지 않았던 나라였고 처음 들어보는 도시였다. 말도 안 되게 S의 한마디로 나는 그곳에 가는 비행기표를 끊어서 그곳에서 이주가 넘는 시간을 보냈다.



메데진은 마약왕이 지배하던 도시라는 무서운 이미지와는 달리 도시는 조용하고 깔끔했다. 위험한 지역에 가지 않으면 그 외의 지역들은 안전하다고 느꼈고 사람들도 친절했다. 쇼핑몰의 접근은 용이했으며 세련된 맛집들과 술집들이 많았고 미술관도 프리마켓도, 커다란 시장도 있었다. 유기농 마트도 있어서 회원등록 하고 포인트도 야무지게 쌓는 기쁨까지 누렸다. 메데진에 도착해서 10평짜리 원룸 오피스텔을 구해 2주 동안 있었다. 계속 가족과 함께 살던 내게 인생 첫 독립 이었다. 그곳에서 온전히 혼자인 시간을 보냈다. 며칠을 아무 말도 안 하고 지냈던 날들도 있다. 마트에서 직원과 인사라도 하게 되면 그 순간이 며칠간의 대화 중 전부인 날들을 보냈다. 나와 대화하는 사람은  오로지 나 뿐이었다. 그 안에서 조금 더 나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조금씩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갈 수 있었다.



혼자 있어야 함께의 즐거움을 알 수 있고, 함께해야 혼자의 자유로움을 알 수 있다. 한쪽만 즐기려고 하면 반쪽짜리가 된다. 양면을 즐겼을 때 비로소 하나의 완전함을 느낄 수 있다. 외로움을 내치지 말자. 느끼자. 거기서 함께의 즐거움을 배우자. 혼자 있으면 안 외롭냐고? 외로워지려고 혼자 있는 것이다. 외로움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 내 손바닥 안의 외로움을 어루만져 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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