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이탈리아 여행-3 : 밀라노 스타벅스, 세라발레 아울렛
다른 외국과는 다르게, '이탈리아 갔다 왔다' 하면 주변에서 명품 사 왔는지를 궁금해하는 거 같다.
우리 모녀가 명품에 엄청난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왕 이탈리아 가는데 통념처럼 '이태리 명품 아울렛 다녀왔다'라고 하는 게 인지상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엄마 환갑 기념으로 가는 거니, 엄마가 다녀와서 주변에 이탈리아 갔다온 자랑도 할 수 있게 '딸내미가 사 준 명품백'을 선물하고 싶었다.
이탈리아에는 거의 대도시 근교마다 유명한 아울렛이 있다. 그래서 여행 계획을 짤 때, '몇 번 갈지', '어느 도시의 아울렛을 갈지' 고민에 빠졌다. 여러 번 가게 되면 당장 마음에 드는 걸 봐도 구매를 주저하게 될 거 같고, 안 샀더니 다른 아울렛에서 더 비싸게 파는 걸 보면 괜히 억울할 거 같아 일단 '한 번만' 가는 걸로 결정했다. 그런 뒤, 패션의 도시 밀라노의 '세라발레 아울렛(Serravalle Designer Outlet)'을 가는 것으로 정했다.
이탈리아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명품 아울렛 투어를 앞두고, 우리는 이른 아침 밀라노 시내 산책을 나섰다. 우선 전날 본 밀라노 두오모부터 들렀다. 오전 7시 20분경, 밀라노 두오모에서 일출을 보았다.
텅 빈 두오모 광장에서 우리는 대성당을 배경으로 수십 장 사진을 찍고, 비토리오 에마눌레 2세 갤러리아로 이동했다.
두오모 못지않게 한산한 비토리오 에마눌레 2세 갤러리아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중앙 옥타곤 부분에 있는 황소 문장 위에 여유롭게 설 수 있어 좋았다.
한편, 이 황소의 '그곳' 위에 오른발 뒤꿈치를 올려놓고 세 바퀴 돌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밟아서인지 '그곳'의 타일은 닳아서 구멍이 생겨 있었다.
우리도 '아울렛에서의 득템'을 바라며 속설에 따라 세 바퀴를 돌았다. 엄마는 삐걱삐걱 로봇 같았지만 열심히 돌았다.
이어서 우리는 Starbucks Reserve™ Roastery Milano로 이동했다. 이곳은 이탈리아 최초이자 유럽 최대 스타벅스 매장이라고 한다. 또한, 고대 우체국이자 종합 금융 중심지였던 Palazzo delle Poste 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공간이라고 한다. 정문 앞에 가드가 서있는 것부터, 어마어마한 매장의 크기와 거대한 로스팅 기기까지 모든 게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라테 한 잔과 달달한 디저트를 즐겼다. 에스프레소에 대한 기준이 높은 이탈리아여서인지 커피에서 더 풍미가 느껴졌다.
한편, 스타벅스 내부의 인테리어도 정말 멋있지만 테라스도 꽤 운치가 있었다.
안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와 우리는 테라스 의자에 앉아 시내 구경을 했다. 예스러움을 간직한 저층 건물들과 아스팔트가 아닌, 돌 길에서 이탈리아 고유의 멋이 느껴졌다.
엄마는 여전히 전차가 지나가는 게 신기한 지 동영상으로 전차가 지나갈 때 함께 찍어달라고 했다.
밀라노 시내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려 세라발레 아울렛에 도착했다. 이 아울렛은 유럽 최대 규모 명품 아울렛으로, 약 230~250여 개 매장이 있다고 한다. 본격적인 매장 구경에 앞서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 지도와 할인 쿠폰을 챙겼다. (참고로 이 쿠폰은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이 제한적이다. 구찌, 프라다 등 진짜 유명한 브랜드는 적용 안 된다고 보면 된다.)
우리 둘 다 아침부터 황소 '그곳'을 밟고 세 바퀴 돌아서인지, 각자 취향에 맞게 마음에 쏙 드는 물건들을 발견했다. 덕분에 나는 여행 전에 계획한 '엄마 환갑 기념 명품백 선물하기' 미션도 클리어했다.
신나게 쇼핑을 마친 뒤, 아울렛 내 식당에 갔다. 관광지 식당이니 별 기대 없이 주문했는데, 이탈리아라 그런지 무슨 메뉴든 기본 이상은 하는 것 같았다. 그 덕에 아울렛 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기쁨을 누리며 더 맛있게 먹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밀라노 시내에 도착했다.
내려서 우리가 묵는 숙소로 가는 길에 모형 전차를 발견했다. 전차 뒤로 높이 솟은 고층 유리 빌딩과 대조적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엄마는 승전품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전차에 올라타는 포즈를 취했다. 엄마가 신나 보여 뿌듯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우리의 가장 비싼 기념품을 조심히 캐리어에 담아 정리하고 밀라노 역으로 이동했다.
밀라노에서의 짧지만 알찬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피렌체행 기차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