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아직은 하나의 시도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아는 지금 자신이 덜컥 결정을 내리도록 만드는 감정, 절망이라는 감정에 의해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아, 오늘 당장 시작하겠어."
- <11분>, p,94
도망치지 않은 자신이 뿌듯하다. 이제 계속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계속한다면, 그녀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되어보지 못했던 것, 최고가 될 것이다. 삶은 그녀에게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속성으로 가르쳐 주었다. 강해지려면 최고가 되어야만 한다. 다른 해결책은 없다.
- p.103
일 주일 후, 마리아의 일기.
나는 영혼을 담고 있는 육체가 아니다. 나는 '육체'라 불리는, 눈에 보이는 부분을 가진 영혼이다. 요 며칠 동안 나는 그 영혼을 아주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 그 영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날 비판하지도, 불쌍히 여기지도 않았다. 그냥 날 바라보기만 했다.
오늘 그 이유를 깨달았다. 내가 사랑을 생각하지 않은 지 아주 오래됐기 때문이다. 사랑은 마치 나는 열외라는 듯, 나한테서는 환영받지 못할 거라고 느끼기라도 하는 듯 날 피해다니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랑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 p.103
작든 크든, 거만하든 소심하든, 친절하든 냉정하든, 모든 남자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들은 두려움에 휩싸여 코파카바나에 들어선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호기롭게 큰소리를 쳐 두려움을 감출 뿐이다.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들은 두려움이 사라지길 기대하며 술을 마신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아직 접하지 못한, 밀랑이 내게 소개해 주는 않는 '특별손님'같은 이들은 어떨지 몰라도 그들은 모두 두려워한다.
- p.114-115
그러나 이것도 기억했으면 좋겠다.
사랑은 인생 가운데 가장, 아니, 넘치도록 아름다운 감정이라는 것을.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그는 궁극의 고독에 영원히 빠져도 좋다.
ㅡ by 김혜정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