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니체 아포리즘
사회는 자신의 그늘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불행이나 고독을 느낀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우리는 고독을 떠올릴 때마다 죄를 짓는 것처럼 불안해하는 것이다.
서쪽으로 갈수록 현대인의 초조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미국인은 유럽인들이 모두 조용한 정서를 사랑하고 즐기고 있다는 상상에 빠지곤 하는데, 실제로는 유럽인 대부분이 꿀벌이나 말벌처럼 정신없이 날아다니고 있다. 이같은 소란으로 발전한 문화는 결코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그들이 이룩한 문명은 마치 계절의 변화를 잘못 판단해 너무 일찍 허물을 벗어던진 애벌레와 같다.
우리의 문명은 새로운 야만에 이르렀다. 현대처럼 활동가가 문명을 장악한 적은 없었다. 고요한 침묵은 이제 인류가 거쳐야 할 필연적인 교육 중 하나가 되었다.
활동가는 보다 높은 수준의 활동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여기서 말하는 좀 더 높은 수준의 활동이란 개성적인 활동을 뜻한다. 그들은 관리, 상인, 학자로서 활동하며 많은 장르를 개척했지만, 특정한 덕목을 갖춘 개인으로 활동하지는 못한다. 이런 점에서 비춰볼 때, 한마디로 그들은 나태하다.
어느 시대나 그렇듯이, 오늘날에도 인간은 노예와 자유인으로 분리된다. 만약 하루의 3분의 2 정도를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없는 인간이라면, 그가 정치가이든 상인이든, 혹은 관리나 학자이든 그저 노예일 뿐이다.
ㅡ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p.59~60 / 망치를 든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 김욱 편역 / 포레스트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