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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Feb 02. 2023

내가 이 책들을 읽은 이유

소소한 즐거움

독서 감상문을 쓸 때 흔히 첫 문단에 이 글을 쓰게 된, 혹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를 쓰라고 하잖는가? 근데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그 동기라는 게 거의 정해져 있어서, 엄마나 선생님이 읽으라고 권유해서(재촉해서) 라거나 아니면 논술 수업 때문에 읽어야 해서라는 뻔할 뻔자인 이유를 나열하는  그친다.  그래서 나는 동기를 쓰라고 하지 않는다. 알맹이 없는 내용이 빈자리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는 게 영 꼴 보기 싫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지금  책을 읽은 동기를 쓰려고 한다. 딴에는 참 독특하고 기특한 연우라고 생각해서인데 그게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는 잘 모르겠다.      




자, 내가 최근에 읽은 글을 읽기 시작한 책부터 순서대로 소개해 보자면,      

뭐냐... 뭐가 먼저였더라? 아... 머리가 안 굴러간다. 잠시만 시간 좀... 아...

아!! 생각났다.


제일 먼저 읽기 시작한 건 <불편한 편의점>이었다. 그다음에? <빅 픽처>, <튜브> 순이다.     


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은 어떻게 읽게 됐느냐!로 말할 것 같으면 이건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기한 책이다. 불과 6학년밖에 안 된 소녀로, 이제 막 13살이 된, 내 둘째 아들과 동갑인 소녀가 이 책을 사서 읽었는데 하도 재미가 없어서 다시 안 읽게 될 것 같아 기부를 하겠단다. 아직까지도 베스트셀러 소설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책을 기부하겠다니, 업고 뛰고도 남을 만큼의 감격이 몰려왔다. 그러나 그 친구는 키가 나보다 큰 관계로 그냥 ‘기쁨 세 배’(화투의 조커 중 하나)만큼의 고마운 마음만 전달하고 책을 꼭 끌어안는 것으로 대신했다. 다른 친구들에게 빌려 주기보다는 어서 내가 먼저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불꽃처럼 튀었다. 사실 내가 그 책을 받았을 때만 해도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 말고 기한이 다 돼서 반납했던 책이 한 권 있었는데 이게 그 책인 줄 알았던 것이다. 여태까지도 생각이 안 나서 지금 대충 검색을 해 봤더니, 아이고 참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다니!! 이어서 읽을 수 있겠다는 오해를 품고 받아 든 책, <불편한 편의점>이다.      


《빅 픽처》

그다음!! <빅 픽처>!! 이 책은 내가 코로나 시국에 가지 못해 무척이나 아쉬웠던 곳!! 그곳에서 내 눈에 띈 책이다. 나는 혼자 찜질방에 가는 걸 즐겼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같이 갈 수밖에 없었지만 어느 정도 크니까 안 가겠다고 하는 날이 더러 있었다. 그래서 혼자 가서 충분히 휴식하고 카톡도 하고 잠도 자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밥도 두 끼니씩 사 먹고 과자도 먹고 식혜도 먹고 먹고 자고 나무늘보처럼 늘어지고 주인만 받아준다면 일 년 열두 달을 살고 싶었다. 그렇게 12시간 이상을 있거나 1박을 하다 보니 찜질방에 있는 티비를 보는 것보다는 책을 읽는 게 낫겠다 싶었다. 책을 한두 권씩 가져가 읽어 보니 집중도 잘 되고 더 큰 자유와 해방감도 느껴졌다. 그리하여 나는 시간이 나면 책을 옆구리에 끼고 찜질방에 가는 게 취미가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터지고부터는 건널 수 없는 강이 되어 버렸다. 몸과 마음이 다 멀어졌다. 그러다 얼마 전 코로나가 크게 꺾이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무렵 내가 즐겨 다녔던 찜질방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찜질방 사장님들이 피해를 입었을까를 생각하며 가슴이 아팠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이 공중분해되었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집 근처로 한 번 다녀왔는데 찜질방의 면적이 1/3토막이 난 후여서 편히 쉴 수가 없었다. 나머지 면적의 2/3는 실내 골프장으로 종목이 변경되어 있었다. 결국 나는 다른 곳을 검색해 보고 그중 가장 적당한 찜질방을 발견하게 되었다. 인터넷 블로그에는 갖가지 사진들이 올라와 있었는데 거긴 엄청난 책을 보유하고 있다. 내가 유독 찜질방에 가고 싶어 하는 이유를 그곳 사장님이 꿰뚫어 보시는 듯했다. 모르는 분이었지만 반가웠다. 브런치 작가님들처럼 책으로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이용료도 저렴했고 내부 인테리어와 조명도 근사했다. 특히, 닥터피쉬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족욕탕이 엄청 크게 자리 잡고 있고 개인 족욕통도 여러 개 있어 흡족했다.


그리하여 그곳은 바로 나의 아지트가 되었는데, 이번 설날 오후에 시댁 모임이 파토나게 되면서 갑작스레 자유 시간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하루종일 시댁 형님네가 오시나 안 오시나 기다리느라 집에 꽁꽁 묶여 있는 신세에서 갑자기 해방된 나는 갑자기 큰 목소리로 외치게 되었다. “찜질방 갈 사람!!!!” “아무도 안 가면 나 혼자 갈 거야!!!” 갑작스러운 스케줄에 얼마나 순식간에 흥분이가 왔는지!! 재미없는 영화를 한 편 보고 있던 남편은 그 즉시 TV를 끄고는 아들들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나는 강요하지 않았는데 자기네들끼리 합의를 보고 있었다. 아빠는 엄마를 혼자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라면서 다같이 가기를 종용했다. 난 사실 자유부인이 더 좋았는데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따라가고 싶다니 대롱대롱 달고 갈 수밖에. 전에 한 번 가봤던 그 책방 같은 찜질방으로 우리는 우르르 들어갔고 나는 여기저기를 구경시켜 준 후에 읽을 책을 한 권 골랐다. 이. 것. 이 바로 <빅 픽처>!!! 완전 대작!!! 완전 멋짐!!! 이 책은 5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어서 다 읽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얼마 전 약정 서비스로 무료 이용이 가능했던 ‘밀리의 서재’에 가입하고 휴대폰으로 이어 읽었다. 그리고 이틀 후, 그리고 다시 1주일 후에 또 그 찜질방에 갔을 때 비로소 대미를 장식할 수 있었다.       


《튜브》

조금 많이 길어지긴 했지만 꿋꿋하게 마지막도 소개하자. 마지막 책은 <튜브>.

찜질방을 설날 연휴 마지막 날에 남편의 소망으로 다시 가게 된 날, 남자 셋을 먼저 내려 주고 알라딘 중고 서점에 들렀다. 다른 책을 고르다 또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 파란색 표지 바탕에 쓰인 하얀색 선명한 두 글자가 마음에 들었다. 책 사이즈도 자그마하고 읽기에 쉬울 것 같은 문체였다. 작가를 검색해 보았다. 손원평. <아몬드>의 저자였다. 아!! <아몬드>는 예전부터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 샀는데 그 책의 저자라고? 그러면 <튜브>를 먼저 읽어 보면 답이 나오겠다 싶었다. <아몬드>는 읽어 본 아이들 중에 평이 별로여서 구입이 망설여졌던 고로. (나는 학생들 빌려 줄 책을 주로 중고 서점에서 산다. 가격은 7000 미만이 기준)

그래서 선택했고 <튜브>는 단숨에 읽었다. 읽고 나서 1주일 후 아들 둘과 또 찜질방에 가는 길에 중고 서점에 들러 <아몬드>를 샀다.  


여기까지 내가 이 책들을 읽게 된 동기다!!!




읽기 시작한 순서와 달리

읽기를 마친 순서는 <튜브> <빅 픽처> <불편한 편의점>이었다. 시작과 완전 정반대라는 사실~^^


이 중 가장 획기적이었던 스토리는 단연 <빅 픽처>로,  《카지노》만큼이나 자극적이고 긴장감이 넘쳤다. 나중에 보니 각색은 되어 있지만 영화로도 나와 있었다.


<튜브>와 <불편한 편의점>은 그닥 긴장감 없이 우리 사는 인생사와 많은 부분 겹쳐 있었다. 그럼에도 인기가 있는 이유는 우리가 지향하는 지점이 이 책의 결말과 닮아 있는 까닭이 아닐까 싶다. 내용을 까먹기 전에 감상문을 써야 되는데...


감상문을 너무 길게 쓸 수 없기 때문에

첫 머리말만 썼다.

아무도 '안궁금' 할지 모르지만 나는 궁금했다!!

오랜만에 글을 쓰니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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