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오늘도 이 시간에 엄마는 글을 쓸 수 있어 감사해.
너희가 있기에 엄마가 엄마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어 더 감사하고.
너희가 없었더라면 엄마가 제대로 살고자 하는 의지도 이만큼 강하지 못했을 거고.
거듭 고맙고 또 고마워.
엄마가 성장할 수 있게 그 원동력을 너희들이 줘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노력하는 주어진 모든 상황에 감사하단다.
오늘은 좋은 엄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
좋은 엄마란 뭘까?
너희들은 엄마를 주로 좋은 엄마라고 생각하지?
엄마는 너희들을 그동안 많이 혼내지 못했던 것 같아.
보채고 우는 너희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너희의 욕구를 채워줘야 할까. 어느 정도까지 그 욕구가 지나친 욕구가 되지 않도록 선을 그어주어야 할까. 지난 몇 년의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이 고민했어.
훈육은 만 3세 이후에 시작해라.
아니다 6개월 된 아이도 안 되는 것은 안된다고 다 해야 된다. 어린아이도 다 알아듣는다.
수많은 정보 안에서 엄마는 더 길을 잃었던 것 같아. 매사에 엄마를 의심했지. 정확히는 엄마로서의 자격을 의심한 것 같아.
내가 하는 이게 맞나? 이거 지금 받아줘야 하는 거야 놔둬야 하는 거야?
주로 엄마는 받아주는 쪽을 택했어.
너희들이 스스로 감정을 추스를 만큼 못 기다렸던 것 같아.
너희를 못 믿었지.
엄마가 달래주어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너희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아이들인데 말이야.
그러다 요즘 문득 엄마는 너희를 믿지 않은 게 아니라 그동안 엄마를 믿지 않아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생각이 얼마나 뼈저리게 들었는지 아 나는 삶에서 대다수 내가 해야만 한다고 했던 것들은 전부 내 믿음이 부족해서였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엊그제 엄마가 20분이라는 촉박한 시간 동안 너희들 점심을 준비해야 했어. 그래서 무엇을 할까 냉동고를 열어보다 냉동새우와 각종 냉동 해산물을 꺼냈거든? 급히 불을 올리고 끓는 물에 새우와 해산물을 데치려고 하는데 말이야. 물이 거의 다 끓었는데 완전히 끓기 직전에 엄마가 재료를 넣더라고. 문득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는데 엄마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아. 엄마는 물이 끓는 순간까지 기다리는 참을성이 조금 부족한 게 아닐까?
하고 말이야.
좋은 엄마는 삶의 철학이 바로선 엄마가 아닐까 싶어.
엄마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군더더기 없는 철학을 토대로
군더더기 없는 생각과
군더더기 없는 선택과
군더더기 없는 행동을 하는 것.
그래서 매 순간 삶에 끌려다니지 않고 삶 앞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
그러기 위해서는 더 생각을 가지런히 정리해야겠다.
그리고 가지런한 생각을 확고히 믿어야겠다.
생각이 들더라.
생각을 가지런히 정리하기 위해서는
이치를 더 깊숙이 이해해야 할 것 같은 거야.
옛 성현들의 말속에서 철학자의 기록 속에서 성경과 경전에서 말이지.
그래서 엄마는 지금부터 나쁜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말이지.
엄마가 늘 말하듯.
좋음 안에 나쁨이 나쁨 안에 좋음이 있고
지나치게 좋은 것은 나쁨을 유발하고
지나치게 나쁜 것은 좋음을 유발하고
결국 좋은 것이 나쁜 것이 되어 그 경계가 무너지고
좋고 나쁨의 이분법적 인식에서 벗어나 통합적인 사고로 향하는 길.
그 길을 걸어보려고 해.
지나치게 너희를 달래주지도 욕구를 채워주지도 않는
지나치게 너희를 혼내거나 외면하지도 않는
그 경계를 다져나가야 함을 뼈저리게 깨달았어.
왜냐면 엄마가 너희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쓰다듬고 사랑의 말을 더 외치고 폭발적인 리액션과 에너지를 전할수록 너희는 엄마의 행동이 너무 따듯해서 따듯한 에너지를 더더욱 갈구할 테지.
그럴수록 엄마가 조금이라도 엄하게 굴거나 혼낼 때 더 큰 괴로움을 느낄 거야.
엄마가 할머니한테 그런 느낌을 받아왔거든.
할머니는 엄마에게 너무나도 따듯하고 폭발적인 사랑의 에너지를 주시는 분이셨어.
그런데 또 혼을 낼 땐 너무너무 엄하신 거야.
그 두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
그래서인지
엄마가 혼날 때. 할머니가 엄마의 이름을 성까지 붙여서 이름 석자만 불러도 엄마는 눈물이 흘렀단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는데.
할머니가 엄마 이름 석자를 부르면 무서웠어.
이름 석자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차갑게 느껴지는 거야.
엄마는 그래서 혼이 나도 속상해도 슬퍼도 사실 할머니의 관심이 지나치다는 사실을 좀 외면했어.
엄마의 슬픔을 부정하고 할머니의 좋은 면만 봤어.
할머니가 내뿜는 좋은 에너지에 이끌려 그 에너지를 더 많이 받고 싶었어. 엄마 자신을 들여다보고 감정에 머물러 스스로를 토닥거리기보다 할머니의 더 많은 사랑과 인정을 원했던 것 같아.
그런데 어느덧 할머니의 사랑과 인정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컸더라고 엄마가.
그 뒤로는 할머니의 안 좋은 면만 보이는 거야.
엄마에게 갖는 관심과 조언이 따듯함에서 과도함으로 넘어가더라고.
따듯한 관심의 눈은 지나친 관심으로 변하고
애정 어린 조언은 지나친 간섭으로 받아들여졌어.
그 순간 엄마는 할머니를 은연중에 멀리하기 시작했어.
'아 엄마로부터 독립하고 싶다.'
'아 엄마 말씀을 그만 듣고 싶다.'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것이다.'
하는 생각들과 함께 말이야.
작년 5월이었을 거야.
딱 이맘때보다 조금 전이야.
아침기온은 살짝 서늘한 듯 쌀쌀하고 10시 정도가 되면 굉장히 따듯해지는 어느 날이었어.
엄마가 그냥 바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달리기를 하러 나갔는데 반팔을 입고 나갔거든? 9시쯤이었을까? 살짝 추운 거야 글쎄. 그래서 엄마는 그늘로 가지 않았어. 햇볕이 있는 곳에서만 뱅글뱅글 돌면서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지. 그래도 조금 뛰면 몸이 따듯해진다는 것을 아니깐. 그래도 일단은 추우니깐 양지바른 곳에서만 뛰자 했지.
한 5분이 지나니깐 금방 몸이 데워지더라? 바로 엄마는 그늘이든 햇볕이든 개의치 않고 좀 더 넓은 범위를 뛰기 시작했어. 그래봤자 단지 옆 200미터 안 되는 거리였을 텐데 그 안에서 양지만 골라 뛰다 나무에게 드리워진 그늘까지 아무렇지 않게 뛰기 시작했지.
10분이 지났어. 발걸음에 자신감이 붙더니 갑자기 멀리 뛰고 싶어 지더라? 거의 아파트 단지를 벗어난 적이 없던 엄마인데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그냥 즉흥적으로 단지를 벗어나서 동네를 한 바퀴 뛰고 오자 싶었어. 잘 가지 않는 새로운 곳으로 엄마가 나가기 시작했지.
단지를 벗어나니 나무 그늘이 없는 거야. 뛰기 시작한 지 15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햇볕이 덥게 느껴지는 거야. 갑자기 태양이 너무 뜨거운 거야. 순간 나무 그늘이 없나 찾았어. 그늘에서 뛰고 싶은 거야 이제. 불과 15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엄마가 이 순간 엄청 놀라운 발견을 했지 뭐니?
태양은 15분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빛을 내뿜었는데
춥다고 느껴 빛에만 머물고 싶던 엄마가
괜찮다고 느껴 빛과 어둠을 넘나들던 엄마가
덥다고 느껴 어둠에만 머물고 싶어지는 엄마를 바라보게 되었지 뭐야!!!!!!!
게다가 보이니? 따듯한 에너지는 엄마의 영역을 더 확장시켜줘. 단지 내 양지에서 양지와 음지로 그리고 더 멀리 단지 밖으로!!!!!!
결국!!!!!!!!!!
엄마 마음에 달려있는 거야. 뭐든지.
15분 동안 이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엄마의 마음과 생각과 행동을 보면서....
엄마의 할머니가 생각났어.
할머니가 내뿜는 사랑과 관심이 따듯했다가
그 사랑과 관심이 견딜만했다가
그 사랑과 관심이 집착이 되어 떠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보이는 거야!!!!!!!!!!!!
아 할머니는 늘 그냥 그 자리에 계셨는데 말이지!!!!!!!!!!
좋았던 할머니가 나빠진 게 아니라.
엄마는 할머니의 좋은 면만 보고 살다 좋고 나쁜 면을 같이 보다가 나쁜 면만 바라보게 된 거야!!!!!!!!!!!
엄마가 오랜 시간 가졌던 고민이
15분의 달리기로 해소되는 느낌이었어!!!!
엄마가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되었던 할머니의 사랑과 관심 덕분이구나!!!
그런데도 그 것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너무 가변적이구나!!!
근데 머리로는 알겠는 데 있지...
엄마가 할머니에 대한 태도와 행동이 진심으로 변하기까지는 또 꼬박 일 년이나 더 걸렸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할머니의 말이 여전히 잔소리로 들리고.....
할머니의 행동이 여전히 간섭으로 들리고.....
알겠는데....
행동은 어렵더라고.....
그런데 하늘이 말이야.
알아야 할 때
알아야 할 것을
알게 해 주더라.
전혀 다른 깨달음이었는데.
엄마는 그 깨달음을 통해.
할머니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
그 출발은 엄마 안의 상반된 두 가지의 모순을 통합해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 시작할 때 말이지.
엄마가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자 하니깐.
할머니의 모든 면이 사랑으로 느껴졌어.
할머니가 가졌던 모순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지.
엄마 너희들의 할머니께 진심 어린 사랑의 시선으로
믿음으로 대한 지 이제 얼마 되지 않았거든??
너무 오래 걸렸잖니....
할머니 일흔 가까이 되어가시는데
온전함과 사랑으로 대하기 시작하는데 이제 시작이니 아쉽지만 이제 시작이라 얼마나 다행이니?
앞으로 할머니와 함께 보낼 모든 순간이 너무나도 기대된다!!
엄마가 할머니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 정말
고요하고 평온할 수 있다면
너무나도 감사할 것 같아.
하늘에 감사하고 할머니께 감사하고.
그런 날이 근데 엄마는 반드시 오리라 믿거든.
사람에 대해 갖는 이런 좋고 나쁨의 시선이 모두에게도 적용되더라.
네가 누군가를 만나
누군가로부터 '좋음'을 보게 되잖아?
그럼 그 '좋은 면'에 기대게 돼.
상대방에 대해 좋은 믿음이 생기고
그 믿음은 상대방의 정체성으로 둔갑하여 네 마음속에 자리하지.
'저 사람은 좋은 사람'
이렇게 말이야.
그리고 가까이하고 싶어 질 거야.
그런데 어느 날 만약 상대방에게 좋지 않은 면을 보게 될 수 있어.
그럼 네 믿음이 깨지겠지?
그럼 강했던 너의 믿음음 네게 두려움을 줘.
그리고 빨리 네게 선택하라고 속삭여.
빨리 새로운 믿음으로 인식을 고정시키라고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멀어지려고 할거야.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인연에는
그냥 시절인연으로 끝나버리고 말겠지만
그 믿음이 강했을수록
너와 오랜 시간을 보냈을수록
그 믿음이 무너질 때 더 큰 타격이 오는 것 같아.
혼란스럽고.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나 싶기도 하고.
명심해.
누차 이야기 하지만
좋고 나쁨은 없어.
다 네가 만들어내는
네가 보는 대로 믿는
안경이야.
세상이 네게 안경을 씌워주는 거야.
어디 한번 네가 안경을 벗을 능력이 되나?
하고 말이지.
네가 마주하는 모든 사람은 다 너 자신이다.
너는 타인에게서 네 안의 좋은 면을 보고
너는 타인에게서 네 안의 나쁜 면을 보게 돼.
명심해.
네가 타인에게서 보는 불편함은
네가 외면하고 싶은 네 안의 모습이고
네가 타인에게서 보는 경이로움은
네 안에 잠재되어 있는 너의 보석 같은 면이다.
엄마를 통해 세상을 보고
동생을 통해 세상을 보고
친구를 통해 세상을 보고
너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을 통해
세상을 보고 너를 봐라
그 모든 사람은 너라는 사람이야
그렇게 너는 매사에 너를 바라보기 바라.
다른 사람에서 보이는 시선을 거두어
너의 내면을 바라보기를 바랄게.
그러기 위해 엄마는 네게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의 역할을 모두 해야겠어.
그동안 잘 몰라서 너희들한테 이끌려 다녔거든?
엄마 이제 단호하게 종지부를 찍는다.
너희에게 이끌리지 않고
엄마는 엄마만을 이끌 것이다.
엄마 스스로를 이끌어
너희들이 알아서
너희 스스로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오늘도 우주만큼 우주까지 아니 사실 베란다에 떨어진 돌멩이 낙엽 비둘기 깃털만큼!! 모든 우주와 세상을 담은 모든 것에 사랑을 담아 네게 전해줄게!!!!
사랑한다!!!!!!!!!!!!!!!!!!!
P.S. 엄마 작년에 달리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거의 안 뛰었거든? 오늘 다시 달려야겠다 결심이 든다. ㅋㅋㅋ 꾸준히 달리지 못한 점 반성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