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걸 우연히 혹은 자연스레 찾게 되면 좋지만 사실 좋아하는 걸 찾는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만도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살짝 다른 말로 바꾸어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너는 뭐가 하고 싶니?”라고 물으면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는 수많은 선택지 때문에 선뜻 대답을 못한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돈과 시간만 받쳐준다면 뭐든 하기 싫을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 세계여행을 하는데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이 귀찮고 허름한 게스트하우스가 싫어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이라도 천만 원을 주고 2박 3일 태국 여행을 갔다 오라고 하면 기뻐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다. 일등석 비행기를 타고 가서 내내 내키는 대로 택시를 타고 다니고, 삼시세끼 랍스터만 먹어도 남을 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런 돈과 시간이 받쳐주지 않는데서 선택에 제한이 생긴다.
나는 좋아하는 운동을 찾기 위해 꽤나 많은 돈과 시간을 소비했다. 어릴 때는 태권도와 검도를 배웠고, 친구와 야구를 해 봤으며, 누구나 하듯이 축구도 조금 해 봤고, 고등학교 때는 배드민턴을 쳤으며, 공중보건의 시절에는 자전거를 타고 골프와 테니스, 스쿠버 다이빙을 배웠다. 그 외에 서핑과 클라이밍도 배운 경험이 있다. 어릴 때야 남들 하는 대로만 해 봤지만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는 좋아하는 운동을 찾기 위해 ‘투자’를 한 셈이다.
골프는 만 2년 가까이 배웠고 아이언이든 드라이버든 제대로 맞았을 때의 쾌감이 아주 놀라웠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도 아니고 무엇보다 운동량이 너무 떨어졌다. 게다가 스크린골프라면 모를까 필드에 다니기 위해서는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내가 지속할 수준은 못 되었다. 테니스도 그럭저럭 배웠지만 같이 칠 사람이 항상 있어야 한다는 점이 성가셨고 스쿠버 다이빙은 좋아했지만 내륙 지방인 계룡시에 살던 내가 남해나 강원도까지 오가면서 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너무 부담스러웠다. 결국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처한 상황에서 즐길 수 있는 조건도 맞아야 하는데 그게 맞지 않는 운동도 있었던 셈이다.
그렇게 여러 가지를 시도한 끝에 정착한 운동이 자전거였다. 언제든 자전거만 있으면 혼자서라도 즐길 수 있고, 여럿이서 즐기는 것도 가능하며, 평상시에는 이동수단으로서 실용적 쓸모도 있었다. 게다가 자전거만 사 두면 추가비용이 거의 안 드니 경제적이기까지 했다. 최근 국내 자전거 동호인이 폭증한 것은 자전거의 이런 장점이 취미에서도 실용성을 중시하는 젊은 직장인에게 딱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예시는 운동을 통해서 들었지만 직업이나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선 여러 가지를 겪어보지 않으면 그 중에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기가 힘들다. 예를 들면 골프를 직접 배우기 전에 나는 골프가 정말 지루한 스포츠이고 노년에나 즐길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골프에서 비거리(공을 쳐서 날리는 거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상 인체 근육의 밸런스나 근력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남자들은 하루의 게임을 져도 자기가 그 날 최고로 멀리 날아가는 멋진 드라이버 샷을 쳤다면 그걸 오히려 더 뿌듯해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골프에는 젊은 남자들이 즐길 요소도 있다. 직접 해 보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것이다.
캐나다에 워킹홀리데이를 갔을 때 처음에는 일식집의 서버를 했고, 나중에는 카페에서 베이커로 일을 했다. 나는 한국에서 과외 말고는 아르바이트를 해 본 적이 없어서 뭘 하든 처음에 무척 서툴렀지만 조금 적응이 되고 나자 베이커는 무척 재미있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받으면서 좋아하는 손님의 얼굴을 보는 것도 좋았고, 그 음식을 두고 SNS에 올리려고 사진을 찍는 손님을 보면 괜히 뿌듯하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만든 음식에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더더욱 장식을 예쁘게 하려고 공을 들이기도 했다. 사실 한의사만큼 돈을 많이 벌수가 없어서 그렇지, 수입이 같다면 직업도 바꿀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베이커는 내게 의외의 즐거운 기억을 많이 안겨주었다.
그러니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정말 열린 마음으로 어떤 것이든 기회가 생겼을 때 “Why not?”하고 뛰어드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