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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Sep 25. 2019

조선시대 조상님들의 재밌는 직업들

정명섭, <조선직업실록> 독후감

<조선직업실록>

읽은 계기: 조상님들의 직업 중 이색적인 것들에 대해 알고 싶어서.

총 등장 직업 수: 21가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직업: 멸화군.

그 외 재밌었던 이야기들: 한증승과 매골승, 시파치, 곡비 등

책의 좋은 점: 여러 직업에 대해 재미있게 소개하며 실제 존재했을지 여부를 옛 문헌을 토대로 하여 살펴봄.


 옛 시대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려고 하면 머리에 쥐가 난다. 사실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옛 시대라고 해 봐야 조선시대가 대표적이고, 고려시대나 삼국시대까지는 일반인의 생각으로는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시대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개화기 전이라고 하면 1800년대 후반까지니까 150여 년 전인데 당장 20년 전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평범한 머리다보니 살아보지 않은 시대는 가늠할 길이 없다. 그래서 참고하게 되는 것이 역사학자나 교수들에게 고증이 잘 되었다고 평가받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관련 서적을 읽는 것이다. <조선직업실록>을 발견하고 읽게 된 것도 그러한 계기에서였다.

 이 책에서는 총 21가지의 직업이 등장하는데 이야기꾼인 전기수나 책을 파는 책쾌 정도는 익숙한 편이지만 당장 처음에 등장하는 멸화군이나 사우나를 운영했다는 한증승의 경우에는 굉장히 생소한 직업이다. 이렇게 들어본 적도 없는 직업에 대해 읽으며 조선시대 생할상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세일즈 포인트로 보인다.

 멸화군의 경우, 불을 끄는 직업이 있었다는 것 자체도 흥미롭지만 작은 불만 일어나도 그것을 끌 수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더욱 흥미를 끈다. 당시에는 양반과 천민을 가리지 않고 집이 목재나 짚으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불만 붙었다 하면 삽시간에 큰 불이 되었고, 집 여러 채를 태우기 시작한 불이 궁궐까지 당도하는 일도 몇 번이나 있었다고 한다. 멸화군이 조선시대에 생겨난 이유도 실은 궁궐이 탈 뻔한 이후로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부랴부랴 급조된 것이라고 하니 본격적인 소방수가 등장하기 이전 우리나라가 얼마나 화재에 취약했는지 알 법하다.

 모든 직업의 내용이 다 알차고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물론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재밌고 유익한 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책의 목적에 부합하게 내용이 충실하며 재밌기 때문에 조선시대 생활사에 흥미를 가진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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