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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Nov 24. 2020

집값이 안드로메다라 차라리 오두막을 짓고 싶은 분들께

자크 클라인, <캐빈 폰 인사이드> 독후감

 요즘 집값이 미쳤습니다. 좀 살 만하다 싶은 집은 어김없이 7억 이상이죠. 3억 정도 대출받는다 치고 4억 내 돈 있으면 살 수 있다 했을 때 보통 집 사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직장인 월급 세후 400으로 잡고, 100개월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을 살 수 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8년이네요. 맞벌이 부부가 한 푼도 안 쓰고 모으면 그래도 4년 정도 걸립니다. 그런데 생활비로 절반 정도 쓴다 치면, 결국 세후 400을 받는 직장인 둘이서 8년 작심하고 모으면 집 한 채를 살 수 있겠네요. 그것도 대출 3억을 끼고 말이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눈이 저렴한 집 쪽으로 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2~3억 가지고 살 수 있는 집들, 아주 오래됐거나 시내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교통이 불편한 곳들이죠. 혹은 평수가 작고 혹은 빌라라 앞으로도 값이 오를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곳들입니다. 그럼 울며 겨자 먹기로 집 사느니 차라리 정말 내가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형태로 집을 가지는 것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도 숲 속에, 아늑한 나무향기로 가득 찬 오두막을 말이죠. <캐빈 폰 인사이드>는 그런 상상을 좀 더 구체적이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책에서는 아주 많은, 전 세계에 지어진 멋진 캐빈을 소개합니다. 미국, 스웨덴, 심지어 일본에도 캐빈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예 뗏목 형태로 띄워서 보트로 집을 끌고 다니며 생활합니다. 미국의 강을 따라 여행하며 살아가는 거죠. 또 어떤 사람은 자기 어머니가 물려준 땅에, 직접 목재를 운반해와서 친구들과 함께 집을 짓습니다. 대부분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집이 엉성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책 속의 집들은 하나같이 매력이 넘치고, 누구나 살고 싶어 할 만큼 아름답고 편리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목조주택을 어떻게 짓는 것인지, 대체로 어떤 과정을 거치며 예산은 얼마나 되는지, 전력 공급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그런 구체적인 사항들을 조금 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일부 사례의 경우 어디서 목재를 조달했고, 예산이 얼마나 들었고, 오프 그리드 주택으로서 완전히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 정도는 언급되지만 이 책은 엄밀히 말해 '디자인 잡지'에 가깝습니다. 양쪽 페이지 가득 화려한 컬러로 인쇄된 환상의 오두막을 구경하며 잠시 도시의 빌딩을 잊는 시간을 갖는 거죠.

 겨울밤, 느슨한 피아노 음악을 틀어놓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한 장 두 장 넘겨가며 보면 좋을 책입니다. 나만의 오두막을 갖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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