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어느 날, 저희 한의원 직원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습니다.
“원장님, 혹시 제 어머니도 진료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그 말속에는 걱정과 애틋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마침 시간이 비어 있던 터라 흔쾌히 오시라고 했지요.
잠시 후, 환한 얼굴의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는 꽤 건강해 보이셨습니다. 그런데 짧은 거리를 걸어 들어오는 동안 숨이 조금 차 보였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저는 속으로 ‘분명 겉모습과 다른 부분이 있겠구나’ 하고 짐작했습니다.
진료를 시작하며 맥진과 복진, 문진을 차례로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님은 다리가 자주 붓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종아리를 눌러보니 피부가 천천히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고, 발목 주변은 약간 붉은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이걸 보니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심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우리 몸 곳곳으로 혈액과 체액이 원활하게 돌지 못합니다. 다리가 붓는 것은 그 신호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숨이 찬다는 것은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져 폐와 온몸이 제때 산소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저는 심장이 많이 약해진 상태라고 판단했습니다.
“어머님, 한 달 정도 한약을 드셔보시겠어요?”
제 권유에 어머님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한약은 심장의 수축력을 높이고, 몸속에 정체된 수분을 배출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시도록 안내드렸고, 음식과 생활 습관에 대한 조언도 덧붙였습니다.
한 달이 지나자, 직원이 환한 얼굴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원장님, 정말 감사드려요.”
무슨 일인지 물으니, 어머니께서 약을 드신 뒤 다리에 힘이 생기고 붓지도 않으며, 체중까지 줄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무려 3kg나 빠졌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단순히 살이 빠진 것이 아니라, 몸이 제 기능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요. 부종이 줄어든 것은 곧 체액순환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불필요한 물을 3kg나 지고 다니셨으니 얼마나 무거우셨을까요.
사람들은 종종 부종을 단순히 ‘물이 찼다’는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몸의 체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않으면, 그 압력이 온몸을 짓누릅니다. 심장은 더 세게 펌프질을 해야 하고, 신장은 과도한 부담을 받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피로는 더 깊어지고, 숨은 차오르며, 전신의 활력은 떨어집니다.
이럴 때 심장의 힘을 조금 북돋아주고,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하도록 돕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숨이 한결 편안해지고, 다리의 부기가 빠지며, 몸은 가벼워집니다. 체중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제자리를 찾는 것입니다.
한의학에는 이렇게 몸의 순환을 바로잡는 방법이 다양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그 효과를 잘 모르고 계십니다. “부기 빠지는 약이 있어요?” “심장이랑 부종이 관련이 있나요?” 하는 질문을 들을 때면, 저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건강은 단편적인 증상만을 바라봐서는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숨이 차서 힘들어하는 분, 다리가 무겁고 부어 걷기 힘든 분, 이유 모르게 체중이 늘어난 분… 그 모든 증상 뒤에는 서로 얽혀 있는 몸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한약은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날 이후, 어머님은 꾸준히 몸을 돌보셨습니다. 다시 방문하셨을 때, 그분의 걸음은 한결 가벼워져 있었습니다. 숨도 덜 차고, 표정에는 여유가 묻어났습니다. 마치 막힌 시냇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제 일의 의미를 다시금 느꼈습니다. 부종 하나를 치료하는 것이 단순히 부기를 빼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것은 몸 전체의 균형을 회복시키고, 삶의 질을 되찾아 드리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