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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r 28. 2016

그가 가고 난 뒤 그의 책을 읽어봅니다

신영복,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독후감

나에게는 독특한 재능이 있습니다. 재능이라고 해야할지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책을 읽고나서 곧바로 글을 쓰면 그 책의 문체를 어느 정도 닮게 글을 쓰는 것입니다. 지금도 막 신영복 선생님의 책 두 권을 연달아 읽고난 참입니다. 그 여운이 가시기 전에 읽은 소감을 남깁니다.


<나무야 나무야>와 <더불어 숲>은 독후감을 한 편으로 써도 될 정도로 관계가 깊은 책입니다. 한 권의 제목에는 '나무'가 있고 다른 한 권의 제목에는 '숲'이 있는 것도 그렇지만, 두 책 모두 신영복 선생님이 어딘가에 가서 거기서 느낀 것들을 미상의 '누군가'에게 편지를 띄우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내용과 형식상의 공통점도 있습니다.



시기적으로는 <나무야 나무야>가 먼저 나온 책입니다. 이 책에서 신영복 선생님은 얼음골, 백담사, 이어도, 북한산, 무등산 등을 방문합니다. 국내의 사적지들을 방문한 셈입니다. <더불어 숲>은 그보다 뒤에 나온 책으로 이 책은 부제에서 말하듯 '세계기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세계기행을 많이 가 본 사람은 <더불어 숲>을 더 재밌게, 국내기행을 많이 가 본 사람은 <나무야 나무야>를 더 재밌게 읽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을 때 한 가지 권하고 싶은 방법이 있습니다. 줄거리를 중심으로 하듯 소설책 읽듯이 단숨에 쭉 읽어내지 말고,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뽑아 한 편씩 한 편씩 그 내용과 의미를 음미하며 읽었으면 합니다. 그것은 이 책이 어떤 대상을 설명하는 설명문도 아니고, 여행지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을 알려주는 여행안내서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글 한 편마다 역사와 그 의미를 배우고, 그에 대한 신영복 선생님의 생각을 읽고, 거기에 내 견해까지 한 번 돌아보는 것이 신영복 선생님의 이 책들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문득 그러한 생각이 듭니다. 신영복 선생님께서 이 독후감을 보신다면 '세상 어디에도 가장 나은 독서법이란 없는 법입니다'라고 하실 것 같다는 생각 말입니다.


여태까지 읽은 많은 책과 달리, 이 책을 읽고나서는 딱히 이렇다 할 소감이 없습니다. 그저 나무가 모여 숲이 된 곳을 바라보고 서 있었던 느낌입니다. 숲을 숫자로 표현하라면 소나무 42그루, 편백나무 18그루, 지렁이 2만여 마리 하고 어느 정도 쓸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숲을 바라보며 서 있는 사람의 마음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가는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담히 읽고, 다시 읽고 싶을 때까지 책장에 꽂아두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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