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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로 Nov 05. 2019

'마라톤'이라는 이름의 축제 즐기기

2019 JTBC 서울마라톤 10km 완주

갖은 핑계를 대며 러닝 연습을 미루는 동안에도 날짜는 착실히 흘렀다. 결국 10km를 한 번도 완주하지 못한 채 마라톤에 나가게 되었다.


"마라톤 신청했어." 그렇게 말할 때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몇 번을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할 줄 아는 운동이라고는 '숨 쉬기 운동'이 고작이고, 초등학교 6년 내내 운동회에서 달리기 꼴찌를 면치 못한 데다가, 남들 다 즐겁게 하는 필라테스도 3개월 만에 그만뒀으니까.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구급차 신세를 지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함께'의 힘은 대단했다. 제 페이스대로 묵묵히 달리는 사람들, 길가에서 러너들을 응원하는 사람들, 어두운 터널을 달리는 동안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다같이 외친 함성까지. 코스 위 수많은 사람들은 서로 말 한 마디 주고받지 않았지만 '마라톤'이라는 축제를 저마다의 속도로 즐기고 있었다는 점에서 '함께'라는 단어로 묶일 수 있었다.


코스 후반부라 지쳐 있었는데 다같이 함성을 지르자 힘이 났다


한 번 더 달릴 나에게


러너의 11월은 결코 춥지 않다. 마라톤 기념 티셔츠에 얇은 후드 재킷, 9부 레깅스 차림으로 달렸는데 반환점을 돌자 머릿속은 재킷을 벗어던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문제는 배번호를 재킷 위에 달아버린 것(...)


배가 부르면 달릴 때 힘들 것 같아 아침식사는 에너지바랑 우유 한 잔으로 때웠다. 덕분에(?) 8km 지점을 통과하자 배가 고파서 도무지 힘이 나질 않았다. 알고 보니 에너지젤을 챙겨 뒀다가 중간중간 먹으면 된다고. 지금 돌이켜 보면 내 차림새나 마음가짐은 동네 공원에 놀러갈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처음 참가하는 마라톤을 100% 즐기기 위해 달리는 동안 노래를 듣지 않았지만, 다음부터는 이어폰을 챙겨도 좋지 않을까 싶다. 러너 벨트에 휴대폰을 넣고 이어폰을 꽂아도 큰 문제는 없지만, 갖고 싶다 블루투스 이어폰'ㅠ'



내년을 기약하며


간신히 완주에는 성공했지만 1시간 25분 57초라는 기록은 빈말로도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B그룹으로 참가했는데 결승선에 도착할 즈음에는 C그룹, D그룹 러너들과 함께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달리면서 달리기의 리듬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걸 얼추 파악할 수 있었다. 내게 맞는 호흡법을 찾기도 했고.


내년에는 나 자신을 '러너'라고 당당하게 부를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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