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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로 Sep 15. 2019

첫 야외 러닝

얼마든지 발을 크게 굴러도 돼

먹고 눕고 자는 동안 추석 연휴가 훌쩍 지났다. 연휴 내내 '운동'의 이응 자도 떠올린 적 없는 주제에 몸을 하루라도 더 놀리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피트니스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연휴 마지막날이니 만큼 피트니스 센터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오늘이야말로, 야외 러닝을 할 때로구나.


걷는 거라면 자신 있었다. 취재 차 해외 출장을 가서도, 여행지에서도 2만 보씩 걷는 건 예삿일이었다. 하지만 트레드밀 위에서 달리기는 익숙해지기 힘들었다. 턱끝까지 숨이 차오르는 느낌이 싫어서. 쾅쾅 소리를 내며 발을 구르면 트레드밀이 고장나고 말 것 같아서.


때문에 9km/h로 달리다가도 슬금슬금 남들의 눈치를 보며 속도를 낮추기 일쑤였다. 10분, 20분씩 달리고도 숨 한 번 헐떡이지 않는 이들을 따라 벨트를 가볍게 차듯이 뛰어 보지만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투처럼 휘청일 뿐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달려본 적 없는 사람처럼.




야외 러닝은 처음이니 소소하게 5km만 달리기로 했다. 도림천을 따라 달리다 보라매공원 잔디광장에 마련된 트랙을 돈다는 계획이었다. 도림천 지하도가 으슥하다는 말이 많아 걱정했는데 주말 오전이다 보니 자전거를 타거나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악취만 없었다면 완벽했겠지만)


본격적으로 달리기 전에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NTC)'과 '나이키 런 클럽(NRC)' 어플을 받았다.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은 근력운동 루틴을 짜고 동영상을 통해 각 동작을 익힐 수 있는 어플이다. 홈트족 필수 어플로, 나 또한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기 전까지만 해도 쏠쏠히 활용했다. '나이키 런 클럽'은 러닝에 특화되어 있으며 러닝 루트, 평균 페이스 등을 기록할 수 있다. '나이키 런 클럽' 어플을 써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어플을 참고해 워밍업 스트레칭을 하고 '나이키 런 클럽' 어플에 목표 거리를 입력했다. 1km를 돌파할 때마다 음성으로 알려준다. 물론 얼마나 달렸나 궁금해서 중간중간 화면을 들여다 보게 되지만.


마라톤 대회가 있는 모양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가슴팍에 배번을 붙이고 도림천 지하도를 달리고 있었다. 다행히 보라매공원과 바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서 뙤약볕 아래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보라매공원 잔디광장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속도로 트랙을 돌고 있었다. 피트니스 센터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는 '잘 모르는' 노래가 아닌, 취향껏 꾸린 플레이 리스트를 만끽하며 내 호흡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무척이나 뿌듯한 일이었다.



5.03km를 달리는 데 걸린 시간은 47분 29초. '달린다'는 단어가 무색한 수준이긴 하다. 아직은 '러닝'보다 '워킹'의 비중이 훨씬 높지만 꾸준히 연습해 나가다 보면 스스로를 '러너'라고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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