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에서는 휴가를 피해야 하는 날들이 있다. 월요일이 1순위 금요일이 2순위다. 되도록 그날을 쓰지 않도록, 세 명 이상은 넘지 않도록 권고되고, 휴가 표가 돈다. 순차적으로 휴가 표의 순번이 정해지고, 마지막 순번은 아무래도 원하는 날 휴가 쓰기는 어려워진다. 많은 직장인들이 그렇듯, 연휴가 쓰고 싶은 휴가 일자 1순위이기에 가족 여행 계획 등을 미리 짜게 되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월요일이나 연휴 다음날은 콜도 많다. 주말 동안 참았다가 9시 땡되어 부리나케 전화하시는 분도 많고, 고객의 소리(이메일 문의)로 올렸으나 1차적 답변만 듣고 추가적 확인이 필요한 분들, 주말에는 이메일 업무자도 쉬기에 답변이 달리지 않아 답답한 분들 등 독촉하는 전화들이 몰려온다. 보통 월요일이 가장 콜이 많기 때문에 기다리는 대기 수도 많아져 전화를 받을 때 들려오는 짜증지수도 한층 올라가 있다.
금요일은 월요일보다는 비교적 콜이 적으나, 기업이나 배송일에 대한 문의 등 까다롭거나 도와주기 힘든 문의가 많아 기가 빠진다. 차라리 콜만 많으면 빨리빨리 넘길 수 있지만, 고객 자체가 까다롭거나, 해결 자체가 어려운 문의는 퇴근시간을 눈 빠지게 기다리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번 금요일은 항의의 날인 것 같았다. 보통의 금요일보다 콜이 많아 동료에게 물어보니, 그 팀에서만 4명의 휴가자가 있다고 했다. 그런 데다가 고객들도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친구들은 도대체 서점에 전화해서 화낼 일이 뭐가 있냐고 묻는데, 크게는 돈문제, 배송 문제, 시스템 문제 등으로 생각보다 화낼 일은 많다.
첫째는 품절. 시스템과 돈이 얽힌 문제인데, 가장 예민한 곳은 기업이다. 결제까지 다 올렸는데 당사의 품절이 떨어지면 여간 난감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요일의 손님은 바로 학교 담당자였다. 특히 최근 해외 주문 도서는 코로나 때문에 문을 열지 못하는 회사도 많고, 배송도 원활하지 않아 품절률이 높다. 이 주문건은 여러 도서 중 해외 주문 도서가 두 건이었고, 나머지 국내 도서들은 배송 중으로, 이전 상담원은 도서가 배송 중이기에 품절되지 않는다고 안내했고, 고객은 이 말만 믿고 마지막 결제까지 올렸다고 했다. 하지만 해외 주문 도서는 두 건이었고, 먼저 품절되었던 해외 주문건 외에 나머지도 곧 품절처리가 되어 버린 건이었다.
고객은 본인이 두 번이나 확인했는데 왜 그때는 안내가 없었는지, 품절이면 미리 문자나 안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등 항의가 이어졌다. 상담원님 잘못은 아니지만, 이라고 하시며 20여분 통화했던 것 같다.
회사 품절 시스템은 자동이다. 출판사에 주문 의뢰를 했는데 일정기간 동안 입고가 되지 않으면 자동 품절처리가 된다. 때문에 출판사 주문이 들어가는 도서는 보통 품절이나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가 나가는데 해외 주문 도서는 이미 지연과 품절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안내가 따로 되지는 않는다. 대신 장기 입고 지연으로 자동 품절이 되면, 품절되었다는 안내 문자만 제공된다. 안타깝게도 이 고객은 그 안내 문자마저 못 받았다고 하니(문자 발송된 이력은 있으나 고객은 못 받았다고 한다) 나로서도 더 해드릴 조치도 없고 할 말도 없어 계속 혼나기만 했다.
두 번째 배송. 배송에도 여러 종류의 항의들이 있지만 오늘은 주문 상품 누락 건이었다. 4만 원이 넘는 성경책과 3900원짜리 큐티집을 주문했는데, 큐티집만 왔다. 명세서도 본인 것이 맞고, 송장번호도 하나인데 물건이 없다. 누락 건의 경우 배송상의 문제일 수도 있어 배송된 상태로의 사진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 고객은 박스를 버렸다고 했고, 그럼 알겠노라 하고 발송 접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고객은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추적을 요구했고, 당장 내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둘 다 확인과 확답이 어려운 사항이라고 대답했으나, 고객은 불같이 화를 냈다.
박스를 찍어주면 추적이 되고, 그냥은 안된다는 거예요? 나는 출국 예정이 있고 내일까지 책을 꼭 받아야 해요! 당장 내일까지 보내주시고, 안되면 반품해주세요. 저는 회사 게시판에 공식적으로 올리겠습니다.
추적은 할 수 없지만 발송 도서의 무게는 잴 수 있었다. 책의 무게로 봐서는 당사의 발송 누락인 듯했다. 책을 바로 준비할 수는 있지만 여유 재고가 없는 도서라 도서 상태가 좋지 않으면 나가지 못할 가능성도 말해야만 했다. 발송이 된다 해도 배송 상황은 확답할 수 없었다. 예상대로 고객은 노발대발했고 나는 쭈글쭈글해져 더듬거리며 겨우 안내를 마쳤다. 결국 반품으로 마무리된 건이다.
마지막 집책 도서의 취소 불가. 우리 회사 시스템은 자동이라 기계가 책을 찾고 준비하고 발송한다. 책을 찾아서 발송 기계에 올려놓아진 상태를 집책이라고 하는데, 이 때에는 시스템상 취소처리가 안되고 물류에 직접 요청하여 수작업으로 책을 빼내야 한다. 보통 때에는 고객센터로 전화할 경우 집 책중에도 취소가 가능하나, 성수기에는 집책 도서 취소로 인해 다른 도서들의 발송까지 늦어질 수 있어 반품으로 안내한다.
밤에 주문하여 집책이 되어버렸고, 이 상태에서는 고객이 취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전화해 요청했지만 이미 포장작업으로 넘어가 취소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포장작업은 발송은 안되었어도 배송사에 정보가 다 넘어간 경우라 취소는 안되고 반품만 가능하다. 반품비도 물론 발생한다. 요즘은 배송일이 1일이기 때문에 재고 있는 도서는 집책이 빠르게 되고, 고객은 주문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취소 불가한 상황이 되곤 하는 것이다.
오늘의 마지막 주자는 바로 이 시스템을 뜯어고치겠다고 했다. 배송비는 본인이 물겠으나 이 시스템을 바꿔야겠다며 매니저도 아닌 더 상부와의 통화를 원했다. 이후 상황은 어찌 됐는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시스템 개혁의지는 기업의 중견 자리에 있는 분들이 많았다.
여하튼 이번 금요일은 이런 다양한 고객들의 항의 축제로 머리가 지끈한 하루였다. 다음 주는 다행히 일주일간 근속휴가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