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여행의 목적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멀미를 느꼈던 남편 때문에 발리로 돌아가는 배를 타는 날에는 우리 가족 모두 조식을 건너뛰기로 했다.
길리에서 7박 동안 있었음에도 마그넷하나 사지 못해 예약해 뒀던 발리 편 배를 기다리면서 급히 하나 샀다. 그리고 조금 늦게 온 배를 기다리면서 아이는 잠시 짜증을 냈지만 섬을 떠나면 집으로 가는 날짜가 조금 더 다가온다는 것을 알기에 눈치껏 잠잠해졌다.
발리로 돌아가는 길은 길리로 들어가는 길보다 한 시간가량 더 길었다. 멀미할까 봐 미친 듯이 잠을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발리섬... 순간 배 예약할 때 프라이빗 픽드롭서비스를 요청해 놨는데 이번에도 제대로 된 건지 슬금슬금 걱정이 되었는데 배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내 이름...^^;;; 내 이름이 엄청 흔하기에 도착지를 다시금 확인한 후 출발~
발리를 제대로 느끼려면 우붓을 가봐야 한다 하기도 하고 정글정글~한 곳이 궁금하기도 했던 터라 코스에 넣었는데 길리에서 답답하다며 아이의 짜증이 치솟았기에 우붓에서의 생활도 걱정이 되긴 했다. 제발~ 재미난 지역이길~!
우붓의 숙소를 고심하면서 나도 좋은 호텔을 가고 싶었지만 너무 비쌌고 여행을 오기 전 이미 내 예산은 초과되었다. 이제 친구와의 관계 중요성을 느낀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미친척하고 여행을 감행한 것은 잠시 내 삶에서 벗어나 정리를 해보고 싶었기에 비싼 호텔보다는 어딘가 처박혀 그냥 조용히 나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은 것이다.
발리에 도착하자마자 갔던 첫 번째 에어비엔비도 룸이 총 4개 있는 곳이었고 그중 가족룸은 1개라 주로 커플들은 모두 나가고 우리 가족만 그곳을 온전히 즐겼었다.
그리고 이번 우붓에서의 첫 숙소도 룸이 총 3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만 가족룸! 다른 룸은 여행을 혼자 온 여성분과 커플이 있었고 역시나 그들도 주로 나가있었기에 멍하니 우리만의 시간을 즐기기 딱이었다.
물론 그곳에도 아주 도도한 고양이 한 마리가 있어서 아이는 새벽같이 일어나 고양이와의 만남도 가졌는데 무엇보다도 그곳의 제일 좋은 점은 푸른 논 뷰리는 점! 담벼락 없이 앞이 뻥 뚫려 있어서 논뷰가 가능했고 저 멀리는 바다도 보였다.
우붓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오토바이 하나를 빌렸다. 저번엔 제일 저렴한 오토바이를 빌려 둘이 타고 다녔더니 힘이 부족하단 느낌이 들었고 이번엔 중심지와 좀 떨어진 숙소라 값이 두 배 정도 되는 힘 좋은 녀석을 빌렸다.
길리에서 너무 오랫동안 마트 구경을 하지 못했기도 했고 이곳 에어비엔비는 물조차 주지 않았기에 우리는 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마트로 출발했다. 아이도 갑갑했는지 가본다 하여 남편과 아이는 오토바이를 타고 먼저 출발하고 나는 그랩오토바이를 불러 겁도 없이 뒤에 탔다.
길리에서 출발한 배를 타고 발리섬 항구에 도착해서 우붓으로 올 때는 평탄한 길로 왔었는데 숙소에서 우붓중심지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그런데 오토바이는 가파른 길을 내려가고 아무리 그랩기사라고 해도 꽉 잡기도 그러니 오토바이 뒷부분을 점점 힘을 줘가며 잡고 무서움을 참고 가고 있는데 엇! 남편의 오토바이가 난간도 없는 급 커브 내리막길에 서 있는 게 아닌가?!
"저 오토바이! 내 남편이야!! 잠깐만 멈춰줘!!"라고 급히 그랩기사에게 말한 후 남편이랑 아이에게 다가가니 멋진 외국인이 옆에서 남편오토바이를 이렇게 저렇게 만져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오토바이들이 너무 많이 몰려오길래... 근데 내리막길은 너무 가파른 데다가 급 커브라서 오토바이들 좀 보내고 가려고 잠깐 멈췄는데 그다음부터 작동을 안 하네."
"저 외국인은 뭐야?"
"지나가다가 도와준다고 온 거야."
외국인이 기능을 좀 알고 고쳐줬음 했지만 영 시원찮아보였고 그랩기사도 모르겠다고 하는 것 같길래 나는 바로 오토바이대여 업체에 전화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았다. 왓츠앱에 "오토바이가 멈췄어요!!"라고 보내놓고 있는 사이 외국인은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떠나고 남편이 이리저리 만지작 거리더니 시동이 걸렸다!!
"뭐야? 되는 거야?? 역시!! 손재주 있는 넘!!!"
그렇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우리 남편은 돈 버는 재주는 없어도 손재주는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손재주를 이용하여 돈을 벌면 참 좋겠지만...ㅠㅠ 아무튼!!! 우리는 다시 마트로 향했고 우리 가족을 기다리느냐고 시간이 지체되었을 그랩기사에게도 적지만 팁을 보냈다.
일주일 만에 간 마트는 처음 마트를 본 사람들처럼 너무나 반가운 존재였다. 음식을 해 먹는 것은 아니라서 장을 많이 볼 것도 없었지만 그냥 새로운 지역의 마트는 괜히 이것저것 사고 싶게 만드는 존재였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너무 커서 다 보진 못했지만 마트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듬직했다.
연락이 되지 않던 오타바이렌트 업체에서는 이제 와서 직원을 보내겠다며 자꾸 기다리라고 했다. 우린 덥고 배고프고 빨리 가서 쉬고 싶은데 온다던 직원은 오지 않고 계속 도착했을 거라는 연락만 왔다. 우리는 잘 작동하고 있으니 오지 말라고 하고 숙소로 고고~
근데...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마트를 가서 이것저것 많이 담아도 먹을 게 없다는 것... 당장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먹을 게 없어서 고민하다가 다시 떠오른 배달음식!! 그렇다!! 이곳은 배달음식도 가능한 지역! 길리섬에서는 불가능했지만 이제 다시 발리 본섬으로 왔으니 배달음식이 가능한 것이다. 폭풍 검색을 하다 KFC가 눈에 뜨였고 오래간만에 치킨이 먹고 싶어서 주문했다.
치킨 한통에 대략 5000원... 한국에 비해 너무나 저렴한 가격이길래 양이 적을 것 같아 햄버거도 시키고 이것저것 더 추가한 후 배달로 만난 KFC는 대단했다. 생각보다 치킨 양도 많았고 오래간만에 먹는 치킨의 맛은 훌륭했다.
이제야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편안함을 느꼈다. 저렴한 교통비와 물가, 그리고 편히 쉴 수 있는 숙소와 푸른 전망, 파아란 하늘까지... 삶에 지친 내가 발리로 여행을 왔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