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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Mar 19. 2024

영어를 못해서...

돈이 많이 든다...

길리섬에서 나오자 아이의 마음이 좀 편안해진 것 같아서 우붓지역 근처에 있는 관광지를 알아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저런 체험을 많이 해본 터라 웬만해서는 좋아하지 않을 거란 걸 잘 알았기에... 폭풍검색을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폭포를 보러 가자고 한다.


생각해 보니 여행카페에서 누군가 추천해 준 폭포가 떠올랐다. 폭포로 가면 입장료를 내니  바로 옆에 있는 데이클럽??(수영하면서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었던 것 같다...) 쪽으로 가서 수영도 하고 맛난 것도 먹고 폭포도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고 했던 것이 생각난 것이다.  꼭 데이클럽에서 내리라고 했다.


구글지도에 정확하게 레스토랑으로 위치를 찍어주고 오토바이로 남편과 아이는 먼저 출발하고 나는 그랩오토바이를 불러 출발했다. 한참 가다 보니 남편과 아이를 앞질러 가게 되었고 가는 길에 보니 안내 표지판에 그쪽 지역에서는 그랩을 부를 수 없는 것 같다고 쓰여 있는 것 같았다.


그랩기사가 도착했다고 하면서 본인이 기다렸다가 다시 왔던 곳으로 갈 테니 비용을 두세 배 더 높여 부르는 것 같았다. 대략 2시간 정도 후에 만나기로 했으니 기다리는 시간을 감안하여 부르는 대로 ok를 했다.  


그 사이 아이와 남편도 도착해 주차를 하고 가려는데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


아뿔싸... 오는 사이 내가 알아본 것들을 다 까먹고 구글네비를 너무 믿었다!! 그랩기사도 그 사이 사라진 것 같고 다시 가기도 그래서  입장료를 냈다.  


그런데 왜 이리 더운지 땀이 줄줄 나고 폭포 쪽으로 가려고 보니 계단이 수두룩... 어흑...ㅠㅠ 짜증을 내려던 아이는 그나마 도마뱀이 있어서 잠시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


'이 틈을 타서 잽싸게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계단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건... 우리가 가려던 그 데이클럽이 정말 폭포 옆에 있기도 했고 수두룩한 계단을 내려가지도 않는 아주 좋은 환경이었단 것이었다.

 

순간

'역시 계획을 철저히 세워왔어야 했나!!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시원하게 내려오는 폭포에 수영도 하려고 수영복을 입고 갔는데 물은 똥물... 땀은 줄줄... 배도 고픈데 아이는 짜증 시작!!! 그 와중에 초밥이 먹고 싶다 한다.



"여기 그런 게 어딨냐!!!"라고 했지만 생각해 보니 잘 찾으면 있을 것 같았다. 다시 폭풍 검색을 했고 우붓에 위치한 초밥집 발견!!! 폭포에서 즐기다가 2시간 후에 만나자고 한 그랩기사를 30분 만에 만나서 상황설명을 했다. 그랩기사는 좋아라 하는 눈치였다. 돈은 돈대로 다 받고 후다닥 번화가로 가게 되었으니...^^;;


아무튼!! 어설픈 영어와 손짓 발짓으로 대충 대화가 된 것 같아 뿌듯했다. 그리고 그랩기사가 차 막힌다고  지름길로 남편오토바이까지  안내해 줘서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가게 된 우붓의 한 일식당!


에어컨이 없다...

최대한 시원한 장소를 찾아 선풍기 가까운 곳으로 앉았는데 나중에 음식을 먹다 보니 뜨거운 햇빛이 우리를 내 리쏘고 있었다.


일단 주문을 한다.

열심히 메뉴를 연구하고 번역기도 사용하여 아이가 원한 연어초밥을 주문하고 우동도 주문하고 메밀면도 주문하고 음료도 주문하고 기다린다!!!


금액은 좀 나갔고... 날씨가 더워 배탈이 나면 어쩌나 걱정이긴 했지만...

오래간만에 초밥 먹으려니 너무 신났다!


그런데!!!

뭐지??? 왜 회가 나왔지??? 밥은???


부랴부랴 메뉴판을 다시 보여달라고 했다.

엇!! 우리가 시킨 건 사시미?? ㅜㅜ

다시 살펴보니 라이스가 들어간 초밥은 따로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초밥을 다시 주문하면서 연어초밥 양이 적은 것 같아서 연어초밥만 더 추가를 했다.


그런데!!!

또!!!

우리가 추가 한건 그냥 연어회 ㅠㅠ

아 그동안 그래도 안 되는 영어 하면서 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일식집에서 계속 실수하는 바람에 점심식사 금액이 8만 원가량이 나오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점심을 너무 비싸게 먹어서   

결국 저녁은... 갖고 있던 것 먹기 ㅎㅎㅎ

다행히 에어비엔비라 공용 냉장고가 있어서 넣어둔 음식도 있었고 한국에서부터 바리바리 싸 온 햇반도 남아있던 터라 야무지게 저녁을 해결했다.

내가 비행기를 처음 탄 건 단기선교활동 때문이었는데 그때 영어를 못해서 혼자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오자마자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설치다가 눈탱이 맞았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공부를 했었어야 하는데 중고등학생 때 내 형편상 해외는 나가지 못할 테니 영어 따윈 하지 않겠다며 철딱서니 없는 생각을 했던 나의 모습을 해외 나올 때마다 항상 후회한다.


물론 내가 말하면 부끄럽다며 구박하는 남편과 이제 좀 영어 알아듣는다고 아는 척만 하는 아이도 제대로 말 못 하는 건 똑같다. 오히려 난 눈치라도 있어서 알아듣기는 잘했는데 이 날은 의사소통이 참 어려웠던 날이었다.


더위를 먹어서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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