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버넷 글, 존 클라센 그림 시공주니어
#어마어마하게멋진일#시도#노력의가치#다른세계#내삶의행운#소유에서존재로
내 인생에서 어마어마하게 멋진 일을 만난 적이 있었던가?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를 읽으며 묻게 되는 질문이다. 그 두 친구들은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만났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이야기는 월요일에 시작된다. 두 친구는 땅을 파기 시작한다. 샘이 '언제까지 파야 해?'하고 물었을 때 데이브는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을 때까지 땅을 파야 해. 그게 우리의 사명이야.'라고 말한다. 둘은 거침없이 땅을 깊게 파들어간다. 마치 지구 한 가운데라도 갈 것처럼 구덩이는 크고 깊숙히 파여가고 마침내, 어마어마한 보석이 바로 밑에 있는 곳에 이른다. 아, 이제 보물을 찾겠구나하는 생각도 잠시. 두 친구는 초콜렛우유와 과자를 먹으며 어쩌면 밑으로만 파는 게 문제일지도 모른다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땅을 파자고 한다. 그리고 두 친구가 비껴가는 길마다 보석이 묻혀있어 보는 나를 안타깝게 했다. 나의 안타까운 마음과 별개로 두 친구의 삽질은 부질없어 보이나 여간 열심이었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 이쪽으로, 저쪽으로... 둘은 마침내 지쳐 잠에 떨어진다. 그리고 실제로도 떨어져 내린다.
나에게도 어마어마하게 멋진 일을 찾아보려 했던 순간이 있었다. 깊이 고민하지 않고 어느 월요일에 뛰어들어 온 몸이 지치도록 삽질을 했던 그런 열정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젊은 시절 무모했던 그 시도는 순수한 열정이라기 보다는 성취욕의 발로였다. 오랫동안 후회했던 일이었지만 어쩌면 그때의 나로서는 최선이었던 삽질이 아닌가 싶다. 나도 여기로 저기로 여간 열심히 노력을 해보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룰 수 없는 한계를 경험했을 때 나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인생 처음으로 깊은 패배감을 느꼈고 좌절했다. 상처는 오래 갔고 두고 두고 그 시간을 후회했다.
샘과 데이브는 푹신한 풀밭으로 떨어졌다. 둘은 '음, 정말 어마어마하게 멋졌어'라고 동시에 말한다. 그리고 초콜렛 우유와 과자를 먹으러 집으로 들어간다. 두 친구가 땅을 파기 시작할 때 있던 사과나무는 배나무로 바뀌어 있었다. 아니 무슨 일이지? 둘이 평행우주로 넘어간 건가?하는 황당한 생각을 잠시 하다가 둘의 경험이 다른 세상을 열어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험을 하기 전의 샘과 데이브는 땅을 파고 힘든 노력을 한 후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난 경험의 가치를 금새 깨달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즐겁게 집으로 돌아간다.
무언가를 열심히 했지만 그야말로 삽질이 되어버린 헛된 노력의 시간들. 나는 그 시간을 나의 역사에 굴욕이고 아픔이었으며 무익한 시간으로만 여기며 오랜 세월을 보냈다. 어쩌면 그 노력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았기에 새로운 시작을 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데 샘과 데이브는 어떻게 그리도 쉽게 자신들의 경험을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된 걸까? 그 둘은 경험하는 일을 즐거움이나 순수한 경험으로 받아들였기에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린 친구들의 지혜로움과 다르게 나는 성취와 결과가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는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걸 이루지 못한 순간 벼랑 끝의 절박함과 집착으로 존재가 흔들렸던 것이다.
샘과 데이브가 팠던 길 옆에 놓여있던 많은 보석들처럼 내 인생에는 그런 행운이 숨어있기는 했을까?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며 이제야 드는 생각은 내 인생의 도처에 행운이 숨어 있었을 거라는 것이다. 그럼 그때는 왜 몰랐던 걸까? 생각의 감옥 속에서 스스로 규정한 틀로 어리석은 판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의 인생이 행운으로 가득했음을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연적으로 필요했다. 내 그릇이 커져야 할 시간이,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게되는 시간이 말이다. 샘과 데이브에게서 욕심 내지 않고, 계획하지 않고, 그저 사명이라 믿으며 나아가는 선선함을 배우게 된다.
최근 3년 정도 붙잡고 있는 일이 있다. 자서전 쓰기를 위한 글쓰기공부와 마음공부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림책을 통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다. 인생을 변화시키려는 의지의 발로로 그것들을 붙잡고 세월을 보냈다. 한데 문득문득 내가 잘 하고 있을까, 너무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헛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하는 조바심이 든다. 성과중심의 사고가 여전히 많은 것일까, 좀더 나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마음도 사실은 여전히 나에게 삽질하는 자유를 주지 않고 보물을 찾으려는 욕심을 부리고 있었던 것인가 싶다.
무엇도 하려 하지 않고 무엇도 되려 하지 않는 그런 인생을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늘 바쁜 마음으로 무엇을 이루어야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렇게 마음이 머무는 곳이 늘 다른 곳에 있었기에 지금 여기에 머무는 것이 어려웠던 걸까. 지금 여기 현재에 머무르며 풍족하고 행복하고 기쁜 삶을 살아내는 건 아직 먼 이야기로 여겨지니 말이다. 나를 덜어내고, 조건없이 용인해주고, 깃털처럼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문득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붙잡으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동안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감동하여 울고, 다른 이의 삶을 간접 경험하였던 순간들로 나는 어마어마한 것을 알게 되지 않았던가. 그러니 서글픈 마음을 접고 기쁜 미소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사고의 틀로 보면 내가 행운아라는 사실을 자꾸만 잊게 된다. 샘과 데이브처럼 나는 이미 과거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내가 되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