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6일 아침 단상
어제밤엔 잠이 빨리 오질 않아 잠자리에서 핸드폰을 한참 보다 잠이 들었다. 새벽 3시가 되도록 뒤척이다 겨우 잠을 잤다. 한데 아침 8시가 되니 눈이 절로 떠진다. 항상 눈을 뜨고 잠자리에 있는 시간은 멍하지만 생각이 절로 떠오르고 차분함을 느낀다. 이른 시간 일을 나선 딸아이를 생각하니 아이의 하루가 즐거웁기를, 건강하기를 빌게 된다. 그리고 떠오르는 남편과 둘째 아이(남편은 출장갔고 아이는 독립했다.), 친정 엄마. 모두들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게 된다. 그러고 나니 오늘 해야할 일이 스쳐간다.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려 한다. 아무것도 없었던 머릿속 공간이 바삐 채워지는 기분이다.
일어나 화장실로 가 본다. 기분이 다운되는 나를 바라보게 된다. 이때가 중요하다. 나에게 더 머물것인가 아니면 얼른 다른 세상으로 도망갈 것인가하는 귀로에 서는 것이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을 못이기고 얼른 핸드폰을 켜서 뉴스나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될라치면 잠깐 켰다고 생각해도 30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밤새 미국 주식시장의 동향, 경제 뉴스들, 전날 했던 티비 프로그램의 짤들, 좋아하는 연예인의 영상, 머리아픈 정치권 소식, 건강 정보들, 책 소개 등등... 짧은 시간 엄청난 정보들이 쏟아져 내린다. 알고리즘과 조회수를 타고. 그리고는 그 폭포에 맞아 머릿속이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나를 바라볼 힘겨움 대신 잡다한 정보와 소식들로 나를 채우게 된다.
잠깐 다른 세상을 갔다가 정신을 차리자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끈다. 물 한잔을 마시고 방으로 다시 들어오니 다시 멍해져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 컴퓨터를 켜고 글을 써 내려갔다.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는 것만 같아서였다. 그런데 여기까지 글을 쓰고나니 다시 멍해진다. 오늘 하루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마음을 붙잡고 어떤 마음을 놓아야 할까? 무엇을 위해 헌신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은 무엇이 있기는 한 걸까 생각해 본다.
나에게 살아야할 이유가 되고 즐거움을 주는 일이 있는걸까. 가장 큰 지분은 가족이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 각자의 소명을 위해 인생을 살아내고 있는 그 영혼들을 위로해 주는 것이다. 그 가족마저 생각이 다르고 지향점이 다르기에 소통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외롭기도 하다. 그래도 무조건 사랑하고 지지해주어야 할 존재라는 걸 갈수록 느끼게 된다. 우리에게 왔다간 사건들은 나의 의식과 인연법이 만든 필연적으로 일어나야했던 일이었기에 힘들었던 시간 속에서 교훈을 얻었음을 인정하려 한다. 본질은 사건이나 외부의 잘못이 아닌 내 안에 있는 두려움과 사랑없음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막연히 느끼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족도 다른 이들도 특히 나에게 고통을 준 누군가는 영적 성장을 위한 도반일 뿐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이 잘 성장하기를, 힘겨움을 견뎌내기를, 가장 멋진 모습으로 세상을 떠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항상 끝을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100년이 지나면 지금 내가 머문 이 자리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500년이 지나면 지구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나의 흔적조차 금새 사라질 짧은 인생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면서.
이걸 하면 세상에도 의미가 있고, 나의 명예도 올라가고, 돈도 벌 수 있는 그런 효율적인 일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성취와 보람을 늘 생각하고 보여지는 모습을 포기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그럴듯 해지고 싶어한다. 그런데 정작 내가 대단한 걸 할 수나 있을까. 세상에 유익한 일을 해야한다는 강박도 굳이 가질 필요가 있을까. 나는 즐거움을 잊어 버렸다는 진단을 내리게 된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의무, 세상에 공헌해야 한다는 의무만 있을 뿐 즐거운 삶, 감사한 삶은 없는 것이다.
인간이 무엇을 해야만 가치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창 밖에서 뭐라고 짖어대는 개똥지바퀴는 해야 할 일이라곤 먹고 자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다 일것 같은데, 나는 왜 이리 많은 걸 생각하고 많은 걸 하려고 할까. 새나 나무같은 자연물처럼 나라는 존재도 잠시 머물다 지구를 떠날 자연물인 것이다. 100년만 지나도 흔적조차 없어질 존재. 그 짧은 시간을 잘 채우는 길은 무엇일까. 사실 나는 윤회를 믿고 있긴 하지만 일단 지금의 생을 잘 살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지극히 이기적으로 나 중심으로 살아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깊게 생각해보면 진짜 나를 위하려면 영혼을 고양시키고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자신의 밝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면서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최고의 이기적인 길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사랑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걸 계발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즐겁게 살기라는 이슈가 떠오르자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그것이 오늘 아침 답답한 마음의 답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즐거움으로 나를 이끌어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아침의 두런거림을 마무리 해본다. 이유없이 흐르던 눈물이 멎고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걸 느끼며 오늘 하루를 살아낼 힘을 찾게 됨에 감사한다. 이 글을 읽는 모두도 행복하시길, 오늘 하루 즐거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