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의 마음을 적어나갈 이 여정에 설레이며
“세심정의 글은 엄마의 입장에서 썼다면,
저에게 써주시는 글은
선생님 자체로 써주시는 글이었으면 좋겠어요.”
글 친구가 생겼다.
그리고 그 글 친구가 보내온 메시지는
온종일 나의 몸과 마음, 머릿속에서 깊은 울림을 주었다.
아... 엄마의 입장이 아니라, 나 자체로 쓰는 글.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매우 분명하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사라져가는
내 존재를 부여잡고 살기 위해,
육아를 시작하면서 난생 처음 마주하는
그 수많은 감정과 감정기복의 폭풍우 속에서
내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정말 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엄마가 되어,
엄마의 감정을 바라보고, 알아차려가는 과정을
글로 적으면서,
나는 내 안의 지안이 엄마와 만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일 매일 엄마의 감정을 적으며,
엄마의 감정을
수업(修業:학업이나 기술을 익히고 닦음) 하면서
내 안의 지안이 엄마를 알아간다.
그리고 오늘, 글 친구의 메시지를 바라보며
내 안에 존재하는 (지안이 엄마 말고),
또 다른 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 안에 존재하는 (엄마의 모습 말고),
또 다른 나의 마음과 생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 안에 존재하는 그냥 ‘나’ 는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엄마의 입장이 아니라, 나 자체로 쓰는 글.
엄마의 마음으로가 아니라, 나의 마음으로 쓰는 글.
다른 이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 이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엄마의 마음으로만
글을 바라보고 적어왔기에,
내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들로 한참동안 시끄러웠다.
과연 글이 써질까,
과연 그 ‘엄마’ 라는 타이틀을 벗고 글을 쓸 수 있을까.
구지 그걸 의식하며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엄마’의 입장으로 쓴 글도 너의 모습인 것을.
등등...
구지 그럴 필요 없다고 나를 말려대는 목소리가 참 많았다.
그리고 이에 질세라,
그렇게 나를 말려대는 목소리만큼 이나
해보자고, 재미있겠다고
나를 설득하는 씩씩하고 우렁찬 목소리도 소리를 높였다.
‘엄마’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나’ 자체로 쓰는 글이라니 너무 신선하잖아.
하나의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온듯한 이 기분이 참 좋다.
새로운 관점의 글 안에서 새롭게 만나게 될 ‘나’는 어떤 모습일까?
재미있겠다, 그냥 한번 해보자.
등등...
결국 이 씩씩하고 우렁찬 목소리에 나는 귀를 기울여본다.
오롯이 ‘나’의 마음으로 적어가는 글 안에서
새롭게 알아갈 나를 만나기 위해,
잊었던 나를 다시 만나기 위해,
외면했던 나를 다시 만나기 위해,
보고 싶었던 나를 다시 만나기 위해...
‘엄마’의 마음이 아닌,
‘나’의 마음을 적어보게 될 이 여정이 설레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