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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리아 Nov 18. 2024

#323. 감정은 현상(現狀)같은 거란다

#323. 감정은 현상(現狀)같은 거란다          



“엄마! 오늘은 학교 안가고 싶어.

엄마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     


밝고 씩씩하게 잘 지내는 아이를 보며,

무탈하게 보내고 있는 아이의 일상을 돌아보며

다행임을, 감사함을 마음에 새길 찰라,

아이는 역시나 아이답게 오늘도 예측불가하다.      


무슨 감정이

또 아이의 마음을 불안으로, 두려움으로 가져간 것일까.

무슨 감정이 또 아이의 마음을 장악한 것일까.     


아이를 앉힌 뒤,

함께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해보자 청해본다.

아이는 앉아 실눈을 뜨고 심호흡을 하는 척만 한다.

아이를 바라보며,

마음을 가득 채운 감정들을 하나하나 말해보자 청해본다.

아이는 “그냥 가기 싫어!” 라는 단어로 일침을 가한다.     


함께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바라보고, 감정을 나누고

책에서 이야기한 그 이상적인 모습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이상적인 모녀의 모습인가.     


그러나 현실은 역시나 이상과 같지 않음에

엄마는 헛웃음이 나온다.

온몸을 베베 꼬며 얼굴을 찡그린 채로

마음 속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아이와

그런 아이의 모습과 태도를 바라보며,

등교시간을 맞춰야 하는 조급함과
그래도 아이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의무감으로

또다시 마음 안에서

실타래처럼 엉켜가는 감정을 느끼는 엄마.

엄마는 그렇게 읽었던 책들 속 이상적인 조언들은

참고용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아이와 엄마의 상황은

책 속의 상황처럼 이상적이지 않다.

아이와 엄마의 감정은

책 속의 상황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 아이 감정과 나의 감정이기에,

내 아이와 나의 이야기이기에

우리만의 해결책이 필요함을 다시금 알아간다.      


엄마는 나의 아이를 바라보며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가 엄마의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게.

엄마는 스물여덟 살이 되어서야 알게 된 이야기인데,

지안이는 아홉 살에 듣게 되었으니

엄마보다 훨씬 더 일찍부터

연습하고 편안해질 수 있을 거야.”     


엄마:

“눈을 한번 감아볼래?

지안이에게는 마음이라는 크고 깨끗한 방이 있어.

그 마음은 변할까, 변치 않을까?”     


아이:

“마음은 변하지 않아.”     


엄마: “

그렇게 생각하는 구나. 엄마도 같은 생각이야.

그럼 이번엔, 그 마음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한번 볼래?”     


아이: “음... 감정?”    

 

엄마:

“그렇지? 맞아. 감정이 그 마음을 채우고 있어.

근데 말이야. 감정은 변할까, 변치 않을까?”     


아이: “변해! 계속 변해!”     


엄마:

“맞아. 계속 변하지? 감정은 마치 현상(現狀)과 같아.

현은 나타날 현, 상은 모양 상이라는 한자야.

나타나 보이는 현재의 상태라는 뜻이지.

해가 뜨는 현상은 해가 뜨면 사라지지?

해가 지는 현상도 해가 지면 사라지지?

파도가 몰려오는 현상은 파도가 밀려나가면 사라지지?

그렇게 현상처럼 생겼다 사라지는 게 감정인거야.”


아이: “아...”     


엄마:

“근데 말이야.

그 감정들을 가만히 한 번 바라볼래?

그 감정들 속에

우리를 속이는 감정들과 보석 같은 감정들이 숨어있어.

지금 학교 가기 싫은 그 감정은 너무도 잘 보이지?

그런 부정적 감정들은 큰 현상처럼 보이며,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지안이의 보석 같은 감정들을

다 가려버리려고 해.

지안이가 찾지 못하도록 말이야.

그런데 부정적 감정이 아무리 몸을 부풀리고 힘을 키워도,

보석 같은 감정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빛나고 있어.

지금 지안이 마음속에서 한 번 찾아볼래?”


아이: “몰라, 모르겠어.”

(길어지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지루함을 느끼는 듯하다)
 

(‘포기할 수 없다. 이 이야기를 마쳐야 한다.

이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는 마음으로

현상처럼 부풀어 오르는 엄마의 감정을

호흡으로 가다듬으며 말을 이어간다)      


엄마:

“엄마랑 같이 찾아볼까?

학교 가서 지안이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     


아이: “라니쌤!(아이의 담임선생님)”     


엄마:

“찾았네.

그래, 라니쌤을 향한 너의 감정이

어떤지 한번 바라볼래?

따뜻하고, 사랑 넘치고,

기와 격려와 응원을 불어넣어 주시는...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지안이의 보석 같은 감정들이야.

그렇게 그 보석 같은 감정들을 발견하면,

그 감정들을 더욱 많이 바라봐주는 거야.

그러면 크고 거대한 현상 같이 자리 잡았던

너의 부정적 감정들이

어느새 별거 아녔음을 드러내며

보석 같은 감정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거야.

널 속일 작정을 했던 부정적 감정들이

더 이상 지안이를 속일 수 없음을 알고

현상처럼 사라질 거야.”     


“이게 엄마가 지안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야.     


감정은 현상처럼 변하는 것이니

우리 자신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하자.

감정은 우리를 속이려는 감정과 보석 같은 감정이 있으니,

우리를 속이려는 감정에 속아 넘어가지 말자.     


알겠지?”     


여기까지였다.

집을 나서기 전,

엄마는 이렇게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엄마는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 생각한다.

‘내가 아이에게 나의 말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엄마는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

오늘 이야기에 이어 나눌 우리의 이야기를 생각해본다.       


“앞으로 우리는 이렇게 연습할거야.     


감정으로 마음이 흔들릴 때면,

멈추고, 심호흡을 하며 내 마음에게 이야기해주자.     


‘이건, 내 감정이지 나 자신이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그렇게 마음을 바라보며

얼른 우리 안의 보석 같은 감정을 찾아 바라봐주자.

보석 같은 감정의 아름다운 빛으로

현상 같은 부정적 감정이 사라질 수 있도록,

보석 같은 감정의 아름다운 빛으로

우리 마음이 채워질 수 있게 말이야.       


쉽지 않을 거야.

어려울 거고,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 거야.

그래도 괜찮아. 그게 정상이니까.

어른인 엄마도 아직 계속 연습중이거든.

중요한 건 내가 내 자신을 믿어주는 것이야.

감정이 아무리 휘몰아쳐도,

그 감정은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말이야.

매일 매일, 매 순간 순간 연습해 나가면

마음의 힘은 분명히 길러질 것이라는 것.

마음의 보석 같은 감정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것.

그러면 우리는

현상 같은 부정적 감정들에게 속지 않을 수 있고,

그 부정적 감정들을 바라보고 보살피며

그 안에 더 빛나는 보석 같은 감정을

또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그것들을 연습을 통해 알아가고 느껴갈 거야.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엄마랑 함께 연습해 나갈 거야.

우리는 한 팀임을 기억하자.

엄마는 언제나 네 편임을 기억하자.

엄마도, 지안이도

내 감정의 주인임을,

감정을 보살필 수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기억하자.”     


아이에게 하는 이야기이지만,

오늘도 엄마는 엄마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아간다.

아이에게 알려주고 있지만,

아이만큼 미숙한 엄마 자신에게도 알려주고 있음을 알아간다.      


엄마는 아이에게 전할 말을 정리하며,

엄마 자신에게 전할 말도 정리해본다.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은 소중함을 기억하자.

소중한 감정이지만, 수시로 변하는 현상 같은 것임을 기억하자.

현상처럼 변하는 감정은 우리 자신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하자.

부정적 감정에 속아 넘어가지 말아야 함을 기억하자.

큰 현상으로 둔갑해 버리는 부정적 감정 속에서

변치 않고 반짝이는 보석 같은 감정을

발견해야 함을 기억하자.

부정적 감정은 아기 같으므로,

아기처럼 달래주고, 바라봐주고, 보살펴주어야 함을 기억하자.

아기처럼 달래주고, 바라봐주고, 보살펴준다면

현상처럼 사라짐을 기억하자.

감정은

때로는 예측 가능하기도 한,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현상처럼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감정은 현상(現狀)같은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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