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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리아 Nov 23. 2024

#328. 엄마의 기도


#328. 엄마의 기도  


   


사람의 몸에 ‘음식’이 필요하듯

우리의 영혼에는 ‘기도’가 필요하다.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자물쇠이다.


출처: 마하트마 간디 어록 中     



엄마에게 기도는

언제든 매달려 의지할 수 있는 튼튼한 동아줄이다.

엄마는 기도로 하루를 열고,

기도로 하루를 마감하곤 하지만,

엄마는 기도에 자신이 없다.

엄마의 기도는 종종 너무 솔직하기에

엄마는 엄마 자신이 드리는 기도가 종종 부끄럽다.      


엄마의 기도는 종종 너무 솔직하다.

감사를 가장해

또다시 무언가를 청하곤 한다.  

감사를 가장해

또다시 무언가를 바라곤 한다.

그렇게 엄마는

기도를 하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곤 한다.     


엄마의 기도는 종종 너무 솔직하다.

힘들다며, 버겁다며 징징대기도 한다.

제발을 말하며,

살려달라고 간청하기도 한다.

그렇게 엄마는

기도를 하며 솔직한 마음을 직언하곤 한다.      


알고 보면 엄마는

세상 속에서는 그렇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기에,

알고 보면 엄마는

세상 속에서는 그렇게 솔직하지 못한 모습이기에

아기처럼 있는 모습 그대로,

아기처럼 느끼는 감정 그대로

그렇게 아기처럼 울고, 웃고, 보채고, 징징대며

조물주 앞에 마냥 아기 같을 수 있음이

참으로 다행이다.

조물주 앞에 마냥 솔직할 수 있음이

참으로 다행이다.

그럴 수 있기에

버티고, 견디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아간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미약한 존재임에

엄마는 자신감을 잃어가지만,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소중한 존재임을

엄마는 기도를 통해 알아간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한 존재임을

조물주를 향한 기도를 통해 알아간다.      


“기도는 그 분 앞에 나를 텅 비우는 시간입니다.

기도는

나를 텅 빈 그릇으로 그 분 앞에 두는 것입니다.

기도는

나를 그분으로 가득 채워가는 시간입니다.

아무런 말도, 아무런 생각도 없이

빈 그릇으로 그분 앞에 머무르세요.

이른 아침과 오후, 각 20분씩,

무조건! 기를 쓰고 기도시간을 확보하세요.

그 시간을 통해 여러분은 쉬어갈 수 있고,

그 시간을 통해

그 분께서 알아서 채워주실 것입니다.”     


부드럽기만 하던 수녀님의 말 속에서

다정하면서도 단호한 어투가 느껴진다.

엄마가 아이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엄마의 말투도 이와 같기에

엄마는 수녀님의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메시지에

마음을 멈춰본다.      


그리고 알아간다.

기도를 통해 내가 할 일은

오직 한가지 뿐 임을.

기도 안에서

나를 온전히 비우고, 나를 활짝 여는 일.

그 일만이

내가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임을.

그 외에는

알아서 이끌어주시고, 채워주실 것임을.

나를 비우고, 나를 활짝 열기 위해

매일 매일, 무조건,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나를 채워주실 그 시간을 위해

매일 매일, 무조건,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기도의 힘은

기도 중이 아닌, 일상 속에서 발휘됨을.    

 

그래서 오늘도 엄마는 엄마의 기도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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