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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늘의 감정: 두렵다]

두려워하라

by 세실리아

#3. [오늘의 감정: 두렵다] 두려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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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바라볼 감정: 두렵다

: 어떤 대상을 무서워하여 마음이 불안한 상태

출처: stress company

: 두려움은 무서워서 많이 걱정하는 마음이야

출처: 감정에 이름을 붙여봐



며칠 간 많이 아팠다. 정말 오래간만에 많이 아팠다.

처음엔 아이의 긴 입원과 간호를 기점으로 무너진 체력이

아이가 회복하면서 긴장이 풀려 아픈 거라 착각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나는 그 기간 동안 몸도 마음도 잘 견뎌내고 있었음을 알기에.

이렇게까지 아플 몸과 마음의 상태가 아니었음을 알기에

정말 이상했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한 끝에 알게 되었다.

아이가 퇴원하기 전 날 있었던 그 기막힌 역사적 사건이

아이의 입원기간 간호를 하면서도 잘 버티던 내게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음을.

그리고 그날 이후 한 달이 넘는 시간,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나라를 걱정하고 있음을.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한 인간에게

분노하고 있음을.

결국 나의 이 병은 이 나라를 말도 안 되는 이 지경으로 만들고 있는

한 인간과 같은 부류의 인간들에 대한 분노,

그 주변으로 일어나고 있는

점점 더 말이 안 되는 그 모든 일들에 대한 분개,

법과 질서가 끝도 없이 무너지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한 불안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함을 동반한 좌절,

악덕한 권력자들의 희생양이 되어가는

국민들에 대한 안타까움.

이 모든 감정들로 한 달이 넘게 잠을 자지 못했고,

이 모든 감정들로 마음의 균형을 잃으며

몸 또한 힘을 잃었음을

이렇게 아프며 깨달아간다.

이렇게 아프면 안 되는데...

더 이상 아프면

더욱 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오늘 마음일기의 감정을 바라본다.


두려움.

너무 지나친 두려움은 지양해야 하지만,

인간에게는 두려운 마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위험한 상황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통해

자신을 보호할 수 있기에,

법과 도덕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통해

양심을 지켜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려운 감정의 또 한 모습. 경외심.

인간에게는

두려운 마음이 발전된 경외심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경외심(敬 공경 경, 畏 두려워할 외, 心 마음 심)

: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

출처: 고려대한국어대사전

: 신이나 어떤 대상을 두려워하며 우러러 보는 마음.

출처: 우리말샘


내가 경외심을 갖는 대상은 두 가지이다.

내가 믿는 신에 대한 경외심과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


신에 대한 경외심은 나의 중심이기도 하다.

그 경외심을 바탕으로

내 안의 양심과 도덕, 법과 질서에 대한

엄수를 지켜나갈 수 있다.

또한 배려와 양보, 사랑과 나눔의 마음을 키워갈 수 있다.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의 필요성은 말로 해 무엇 하랴.

이 경외심을 지니고 우리는

대자연을 보호하고 아껴야 한다.

이 경외심을 지니고 우리는

대자연에 대해 더욱 감사해야 한다.


나랏일을 하는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경외심이 있다.

진정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위하는 이들이라면

그들 마음속에는

국민을 향한 경외심이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경외심을 갖지 않게 되는 순간부터,

그들은 양심도 함께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에 대한 경외심을 잃은 그들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국민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국민을 경외할 줄 모르는

그들의 만행을 보고 있자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가 있다. 열혈사제2.

드라마보다도 더 말도 안 되는 이 현실의 일들을 잠시나마 잊고 싶어

몇 년 만에 드라마를 틀었다.

그리고 정의가 구현되는 드라마 속 이야기를 통해

정의가 구현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절망과 실망의 마음을 달래본다.

정의가 구현되지 않는 현실에서도

드라마처럼 정의가 구현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리고 드라마 속에서

권력과 범죄의 악의 무리와 싸우시며

정의 구현을 위해 애쓰시는 신부님의 간절히 기도를

무릎 끓고 함께 바쳐본다.


‘저희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소서.

저희의 탄식을 살펴 들어주소서.

저희를 져버리지 마소서.

저희를 보호하시고 보살피소서.

저희에게 힘을 주소서.

저희에게 정의를 허락하소서.

국민들의 힘으로

대한민국이 다시 바로 설 수 있도록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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