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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멈춤' 의 장치 마음일기

엄마의 마음일기 1,2주차를 마치며

by 세실리아


문득, 마음일기를 쓰는 이유가 궁금했다.
왜 나는 마음일기를 쓰고 싶은 걸까.
왜 나는 마음일기를 쓰고 있는 걸까.

마음을 쓰기 시작한 그 때로 돌아가본다.
엄마가 처음인 내가
말도 안통하는 갓난쟁이 아이와 둘이 있으며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아둥바둥 거릴 때.
외지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며
외롭고 두렵고 막막했던 그 때.
그 마음 속
무겁고, 답답하고, 힘들고, 괴롭고, 외로웠던 그 마음을
노트에 털어내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게워내듯 써냈고,
어떤 날은 비워내듯 써냈으며,
어떤 날은 쓰는 것조차 버거운 날도 있었다.
마음을 쓰기 위해 쓴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쓰기 시작했던
그 처음의 마음에 머물러본다.

몰아치는 감정을 글로 적어내며,
그렇게 몰아치는 감정을
멈추어 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몰아치는 감정을
멈추어 갈 수 있는 장치로 삼은 글쓰기.
그리고 몰아치는 감정을 멈추어 천천히 돌보아가고자
마음일기를 쓰고 싶었다.

마음을 쓴다는 것이 막막할 때가 있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매번 마음을 쓴다는 것은 막막하다.
막막하지만 그래도 멈추어보면,
막연하지만 그래도 바라보다 보면,
막막하고 막연하지만 그래도 쓰다보면
몰아치는 감정들이 어느새 잦아들어
마음안에 모여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마음일기를 쓰며 멈추어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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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