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만화가 필요해

2018년 8월 28일 "마루코는 아홉 살" 만화의 작가 "사쿠라 모모코" 작가가 암으로 타계했다.

수업 시간에 "하마다" 선생님이 특유의 빠르게 몰아치는 듯한 일본어로 작가의 죽음을 전하며

우리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혼자만의 슬픔을 전했다.

"사쿠라 모모코"는 몰랐어도 "마루코는 아홉 살"은 알고 있었다.

우리 셋째가 마루코랑 닮은 이미지라서 내가 좋아했던 만화 캐릭터였다.


쇼와 40년생 마루코 서기로 바꾸면 1965년생이다. 올해 우리 나이로 56세 뱀띠


수원의 일본어학원에서 나를 가르쳤던 "사카모토 마키" 선생님이 9월에 나를 보러 교토에 왔을 때

"사쿠라 모모코"의 죽음을 전하자 굉장히 놀라며 슬퍼했다.

그 만화를 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작가의 죽음이 슬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작가가 없어도 "마루코는 아홉 살" 은 아직도 후지 티브이에서 일요일 저녁 6시에 방송이 되고

서비스로 이미 지난 방송을 한 편씩 보여주기도 한다.


6시 25분쯤 방송이 끝나면 그 시간 이후에는 "사자에상"이라는 만화가 방송이 된다.

1969년 방송된 이후로 지금까지 방영이 되고 있으니 일본의 전 국민이 알고 있는 국민만화라고 할 수 있다.

50년 넘게 방송이 되고 있지만 주인공들은 나이를 먹지 않고 언제나 같은 시기를 살고 있는

시공(時空)을 초월한 만화라는 의미에서 "사자에상"은 시공(時空) 만화라고도 한다.


"사자에상"의 옆집에는 "이사사카"라는 소설가가 살고 있는데 그 집의 아들이 재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시공 만화라서 올 해도 재수생 내년에도 재수생, 50년 넘게 재수생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재수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만화의 모든 것들은 시간과 시대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그것이 이 만화의 장수의 비결일 수도 있는데 이번 5월의 골든위크에 사자에상 가족들이 동물원에 놀러 간

이야기가 방송이 되자 코로나 시국에 어딜 놀러 가느냐며 만화를 보고 흥분한 일본 국민들이

아무리 만화라고 해도 사자에상 가족들은 자제를 해야 된다며 비난의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드라마도 즐겨 보는 편이지만 사실 나는 만화를 더 좋아한다.

성우들의 정확한 발음과 만화에 등장하는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가끔은 드라마보다 더 폭넓은

일본어 회화가 나오기 때문에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만화를 즐겨보는 이유는 내가 만화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검정고무신 전 권이 있다.

2007년 춘천에 살 때 동네에 있던 만화책과 비디오 대여점이 문을 닫으면서 처분하던 만화책을 전집으로 사서 아이들과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는지 모를 "검정고무신"


만화가 주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좋았던 것 같다.

뭔가 따뜻한 게 있었고 가족의 이야기가 있었다.


월간지 "소년중앙"과 '어깨동무"에는 만화가 늘 딸려있었고 "비둘기 합창"이라는 만화는 줄거리는

아직도 생각난다.

큰누나가 결혼할 남자를 집에 데리고 오자 막내인 저 남자애가 뭔가 화가 나고 큰누나의 남자 친구를

곯려주고 싶어서 앉으면 뿡뿡 소리가 나는 방귀 방석을 갖다 주고 그걸 모르고 앉은 큰누나 남자 친구가

방석에 앉자 뿌우웅 소리가 나서 몹시 당황해하던 이야기도 있었다.

비둘기 합창

"주먹대장"도 월간 "어깨동무"에 실려 있던 만화다.

왕주먹으로 세상의 못된 것들을 다 혼내주는 이야기였다.

내가 어렸을 때 봤던 만화들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사필귀정이나 인과응보 해피엔딩으로 끝났기 때문에

그래서 만화를 좋아했던 것 같다.

소년중앙에 나왔던 만화인지 어깨동무에 나왔던 만화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주인공 남자 이름이

"황사빈"이었던 순정만화도 폭 빠져서 읽었었다.

만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황사빈"이라는 이름이 멋있다고 하자 남자 주인공이 자기 이름으로 삼행시를

한다면서 한 글자씩 운을 띄우라고 한다.


황 - 황야에

사 - 사로잡힌

빈 - 빈대


1968년생인 나로서는 주변에서 듣지도 못해봤던 사빈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저런 삼행시를 만든

만화의 대사가 꽤나 임팩트가 있었는지 어쨌든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캔디는 중학생 때 목을 빼고 봤던 만화이고 초등학교 때는 외화 드라마지만 "초원의 집"도 정신 못 차리고

재미있게 봤었다.

언제나 등장하는 못된 것들 "캔디"에는 "이라이자"와 "닐"이 있었고 "초원의 집"에는 "넬리"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그런 인간 못된 것들에게 지지 않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나는 만화가 좋았다.

참고 끝까지 보면 언제 가는 주인공들이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게 만화였다.


"영심이"와 "달려라 하니" "날아라 슈퍼보드" "머털도사" "아기공룡 둘리"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연재되고 있는 만화는 없다는게 유감이다.


후지TV와 NHK 의 홈페이지에는 우리나라 방송사 홈페이지 카테고리에는 없는 만화 카테고리가 있다.


드라마를 잘 만들어서 해외로 수출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이 정신못차리고 텔레비젼앞에 붙어 있을

만화가 있다면 좋겠다.

건강하고 즐거운 메세지를 전달하는 만화가, 그리고 그 만화가 몇 년 방송되다가 끝나는 지 말고 어린아이였던 아이가 아줌마 되고 할머니 될 때까지 방송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전 10화Part2. 지진을 겪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