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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ove and.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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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Oct 15. 2016

그렇게 어른이 된다

인생이 스파클링 와인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어른이 

된다


"앞으로 무얼하며 살아야할 지 모르겠어요."

인생의 무게가 어느덧 부담스럽고 무거울 때가 있다. 

"지금 하시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그녀는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월급도 적당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괜찮은 편이고, 직업으로서 나쁘지 않아요. 다만..."

누구는 말한다. 인생은 즐겁기만 하지 않듯이, 인생이 슬프거나 어두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녀는 머뭇거리는 말을 이어간다. 

"이 직업을 제가 원해서 택한 게 아니거든요."

"그럼 어떤 일이 하고 싶었는데요?"

"사실은 그게 문제에요. 제가 뭘 원하는 지를 모르겠어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딱히 무슨 일을 하면 행복해질까 생각해 보았지만, 잘 몰르겠어요. 그때도 모르겠고 지금도 모르겠어요."

그녀의 대화는 전혀 우울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냥, 덤덤하게 삶의 무료함과 앞으로 무얼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에 대한 조금의 걱정에 대해서 말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누가 '당신의 꿈이 무언가요?'라고 물었을 때, '나는 무엇무엇이 되고 싶어요. 혹은 무엇무엇이 하고 싶어요.'라는 정확한 대답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 걱정말아요. 전 그게 어른이 되어가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하기 싫은 일이지만 할 수 있는, 그런 용기와 인내를 가지게 되는 게 어른이 되는 일인 것 같아요."





우리네 인생이 

스파클링 와인이 아니더라도


때로는 넘쳐나는 젊음의 에너지를 작은 육체에 가두는 건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이 스파클링 와인이 아닐지도 모르죠. 두껑을 열면 뻥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스파클링 와인처럼, 우리네 인생이 상쾌하고 두근거림으로 가득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우리는 신선한 작은 버블이 계속해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런 인생을 꿈꿨는지 모르죠. 너무나 손쉽게 살 수 있는 수퍼마켓에 진열된 싸구려 스파클링 와인일지라도 말이에요. 우리는 손쉽게 그런 인생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순진하게도, 혹은 어리석게도."



"누군가 그러더군요. 알고 지내는 사람 중에, 가장 행복하게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이 20대 때에도 뭘 하고 싶었는지 몰랐고, 30대에도 자신의 꿈이 뭔지도 몰랐데요. 그럼 40이 되서 조금 인생의 지혜가 쌓이면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대요. 근데 40이 되어도 자신이 도대체 뭐가 하고 싶은 지를 모르겠더래요. 그런데 그 사람이 자신이 아는 가장 유쾌하고 행복하고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무얼 할 지를 몰라도 행복하게 인생을 사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 너무 인생에 대해서 무얼 해야할 지를 고민하고 찾으려고 하지 마세요. 이미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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