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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ove and.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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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Dec 02. 2017

서른 넘어 사랑은 힘들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예전에 읽은 책의 제목이다.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철학(?)이 담긴 책으로, 세상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색다른 삶의 지시서 같은 내용이다. 자극적인 제목이 일단 시선을 끌지만, 책의 내용은 훨씬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이다. (한 번쯤 읽어보시길..) 개인적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고집 센 할아버지에게 호되게 욕 들어 먹는 기분으로 책을 잃었던 기억이 난다. 
"이 어리석은 자식아...."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책의 여러 가지 꼭지 중에 읽을 때는 이해가 안 되었지만, 지금은 이해가 너무 쏙쏙 되는 게 있다. 바로, "서른 넘어 사랑은 힘들다"라는 꼭지의 내용이다. 
서른이 한참 넘은 나이에서 생각해보니 진짜 서른 넘어 사랑은 힘들다는 말에 백번 공감이 간다. 작가가 무엇 때문에 서른 넘어 사랑이 힘들다고 부연 설명을 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나이 들면 사랑이고 뭐고 다 귀찮다. 예전 처음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열병을 앓고 그러다 처음 사랑을 허락받고 사귀게 된 첫날이 기억난다. 난 아침 5시에 행복한 기분에 휩싸여 잠에서 깨어났다. 어서 날이 밝아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고픈 마음에 들떴기 때문이다. 그렇게 20살 초반의 애송이의 사랑은 참 뜨거웠다. 그러나 이제는 만사가 귀찮다. 성욕도 소유욕도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하는 나이에 접어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누군가의 따스한 온기가 그리울 때도 있지만 혼자서 지내는 삶이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는 어른들의 말, 그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공부도 때가 있고, 사랑도 때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나이를 떠나서 그리고 시간을 초월해서 사랑에 뜨겁게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만큼 열정적인 경우는 드물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사람이 더 세상의 진리에 접근해 가고, 자신의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고 믿지 않는다. 즉, 나이가 드니 자동으로 자아와 세상의 진리를 깨닫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알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어렸을 때는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잘 모른다. 마찬가지로 나이가 든 사람은 자신이 어떤 타입의 사람을 싫어하는지를 안다. 이런 애들은 싫고 저런 애들은 싫어...라고 말이다. 노총각, 노처녀가 왜 그렇게 까다로운지 생각해 보라. 어쩌면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를 여전히 모른 채, 내가 가진 옵션 중에 싫어하는 것들을 제거하고 나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 보면 진리에 도달할까? 그러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 높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왜냐면 우리는 제거된 옵션의 가능성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날려버린 옵션 중에는 물론 대다수가 자신과 맞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지만,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분명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려서 혹은 젊어서 이렇게 저렇게 도전하는 것은 그래서 멋진 일이다. 그걸 나이 들어서 한다면 조금은 비상식적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멋진 일이 분명하다.

어쨌든 서른 넘어 사랑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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