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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ove and.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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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Oct 06. 2016

Love & Free

모든 사랑이 평등한 곳


"이거 아세요?"

금발의 키가 큰 여자는 자기 나라의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이 이거라는 듯이 말했다.

"저희 나라에는 남녀의 차이, 피부색의 차이, 젠더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차이가 차별로 만들어지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자에게 문을 대신 열어주거나 가방을 들어주는 행위는 매너가 아니라, 여성을 약한 존재로 생각하는 행동에 지나지 않아요. 피부색의 차이로 차별을 받는 것도 금지되어 있고, 동성애자의 결혼도 이성애자의 결혼과 똑 같은 법적 지위를 가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복지가 발달했다는 나라, 세상에서 가장 진보한 나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미래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나라, 이곳은 스웨덴이다.

스웨덴의 문화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평등을 국가의 가장 중요한 주제로 정한 여성은 말을 이어갔다.

"우리에겐, 평등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약한 자가 우리 사회에서 뒤쳐지는 것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조금은 덜 못 살더라도 같이 가는 것이 스웨덴의 가치입니다. 약한 자를 두고 더 잘 사는 것보다, 약한 자와 함께 덜 못 사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강의는 스웨덴이 얼마나 잘 사는 나라이냐를 설명하지 않았고, 함께 사는 삶의 중요성을 국가의 가치로 말하는 것으로 끝났다.


곳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다. 모든 사람이 공정한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다. 그렇기에 사람이 이루어내는 사랑 또한 평등하다.

모든 사랑이 평등한 곳, 그래서 인종의 차이도, 문화의 차이도, 국적의 차이도, 섹슈얼리티의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완전히 없진 않겠지만, 최소한 국가는 차별을 없애려는 법과 사회 안정망을 만들어 놓았다.)


강당을 벗어나 길거리로 나왔다.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에 다가서는 순간, 도로를 달리던 차들이 일제히 멈춰섰다.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차 안에 있던 운전자가 어서 건너가라고 손을 가르킨다. 어색하게 횡단보도를 건넜다. 스웨덴에 온지 2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나는 어색하다. 늘 차가 먼저였던 나라에서 살다 온 티를 못 벗어버리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버스고, 화물차고, 승용차고 가릴 거 없이 달리던 길을 멈춘다.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듯이 길을 건넌다. 그것도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말이다.


누군가 그랬다. 사람이 중요한 나라, 그곳이 스웨덴이라고 말이다. 이곳은 조금은 이상한 나라인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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