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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ove and.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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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Jan 08. 2017

룬드의 겨울

이곳에 있음에 감사하다


북유럽에 살고 있지만, 스웨덴 남부 지방에 지내다 보니 겨울에 눈을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설국 같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한 번쯤 살아보는 것도 좋을 듯한데, 여기서 도통 눈을 구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비가 많이 올뿐이다. 춥고 비 오고 금방 해가 지는, 그래서 곧장 우울해질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다.




오늘 눈이 왔다. 아침부터 내리는 눈을 보고자 서둘러 카메라를 챙겨 들고 타운으로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인구가 많은 도시지만, 눈이 온 만큼 모두들 조심스러워졌다. 지난번 첫눈이 룬드에 왔을 때, 멋 모르고 자전거로 달렸다가 보기 좋게 넘어지는 바람에 지금은 나도 미끄러운 땅바닥을 조심히 걷는 버릇이 생겼다.



슈퍼마켓 앞에서 자전거에 묶인 개가 주인을 기다라고 있었다. 얌전히, 그러나 슬픈 눈으로.


늘 오고 가던 길거리였지만, 오늘따라 조금 더 멋스러워졌다. 문득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지금 이곳 스웨덴의 작은 도시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점점 이곳이 특별해지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건물 하나 하나와 그 날의 풍경이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한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몰랐다. 그래서 그 아름다움이 미처 몰랐나 보다. 어쩌면 나란 사람은 뭔가가 익숙해져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인가 보다. 


이곳이 익숙해지고 난 뒤, 점점 정이 들기 시작했나 보다.



언젠가 친구와 길을 걷다가,
"세상에 저 건물 좀 봐. 너무 이쁘다. 그렇지?"
라고 말하는 나를 발견했다. 


점점 아름다워지는 이곳, 정점 정이 들어가는 이곳,

룬드에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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